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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종편을 통해 친노와 비노 간의 내홍을 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의 불화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새누리당에도 저렇게 야성이 강한 인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는 박대통령의 의지보다는 이제 유승민 의원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심 여건 야건 박 대통령에게 비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유승민 의원이 끝까지 버티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은 참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부모의 비운의 죽음을 비롯하여 형제간의 불화 등 보통 사람 같으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감수하였고, 정적들로 가득 찬 정치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생채기투성이의 삶을 살았다. 혹자는 대성한 어느 정치인이 평탄한 삶만 살았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박 대통령의 삶은 흔히 말하는 '의지의 한국인' '불굴의 한국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인생은 절반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가 대통령 당선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그녀가 흘렸던 눈물과 고통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경선에서의 패배 후 몰락한 친박계 인사들과의 힘겨운 버티기, 위험에 빠진 한나라당 구원투수로서의 화려한 재기 그리고 이정희 후보의 인신 공격성 발언과 문재인 후보와의 생존을 건 싸움 등 어떤 대형 정치인도 쉽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그녀에게 벌어졌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힘겨움을 이겨냈다. 그리고 마침내 평등사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사에도 아직 없는 여성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산 셈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원할 수 없다. 언젠가는 최종회를 내보내야 한다. 정상에 오른 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힘들게 올라 간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곳에서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 아니 정상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흘렸던 수많은 시간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오르자마자 다시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할 곳이 정상의 자리인지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정상에 오르기보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이 더 험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산할 때 더 많은 주의와 집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함께 등반했던 동료들과의 호흡 맞추기는 안전한 하강을 위한 첫 걸음이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힘들기는 리더나 팔로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정상의 황홀함에 취해 긴장감이 풀리기 또한 매한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간에 불신과 갈등이 생긴다면 이들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최근 새누리당의 집안싸움을 보면서 마냥 고소히 여길 수만 없는 게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상에 그들이 있고 그들의 손에 대한민국의 열쇠가 들려있기 때문이다. 작년 세월호 사고부터 시작하여 메르스 사태까지 대한민국의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곳이 하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시기에 터져 나온 여권의 집안싸움은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에서 조차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친노니 비노니 하며 싸우고 여권은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고 싸워댄다.

이 싸움이 국민들을 위한 정책싸움이라면 어느 쪽이 옳든 간에 양 쪽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겠지만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자신들만의 권력 쟁취나 유지를 위한 싸움이기에 그들이 정상에 올라가도록 내버려둔 손등이 부끄럽다. 아무쪼록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합심하여 대한민국을 안전한 평지로 인도해 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남매일 칼럼란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유승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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