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의 전략을 창조성에 두고, 도시재생을 통해 창조도시로 나가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작게는 신도시 확장으로 낙후된 원도심에 새로운 기능을 입히고 만들어냄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을 일으키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창조성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찾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문화에 초점을 두고 구도심 지역을 성장시켜 도시를 재창조하고 경쟁력을 키워내고 있다. 기존 구도심에 존재해 온 역사적·문화적 요소들을 도시재생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해 창조도시 구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사라진 대흥3동은 개량한옥들이 거미줄같은 골목을 이루고 있던 70년대의 부자동네로 지금의 대구골목길에 버금가는 마을이다.
▲ 사라진 대흥동 뾰족집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사라진 대흥3동은 개량한옥들이 거미줄같은 골목을 이루고 있던 70년대의 부자동네로 지금의 대구골목길에 버금가는 마을이다.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먹거리 볼거리 할거리를 통합한 이야기가 있는 원도심 재생사업은 여전히 진행형
▲ 중앙시장 30년된 풀빵집 먹거리 볼거리 할거리를 통합한 이야기가 있는 원도심 재생사업은 여전히 진행형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우리도 지역을 브랜드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고양시켜 문화와 함께 산업도 발전시켜 나가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경제적 이익만 좇다가 지역의 브랜드가 겹치거나 변별력을 잃어 경제적 효과까지 못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화적 가치가 숨쉬는 곳은 미적·경제적·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장소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 된다. 장소는 인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으로, 경험이란 인간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며, 재구성의 과정은 또한 스토리텔링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간접경험을 줄 뿐만 아니라, 경험된 사건들을 의미있고 감동적으로 구조화함으로써 대리경험의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옥녀봉과 너른 도안뜰 그리고 갑천이 흐르는 서남부지역.
▲ 10년 전 도안동 모습 옥녀봉과 너른 도안뜰 그리고 갑천이 흐르는 서남부지역.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도안동은 대전을 감싸안은 남쪽의 구봉산과 보문산이 비껴준 가수원 골을 갑천이 뚫고 흘러들어와, 유성천을 만나 우회하기 전까지 5km 여를 북으로 흐르며 만든 너른 뜰이다. 아마도 제방이 생기기 전에는 좌안의 옥녀봉과 우안의 도솔산을 사이로 물길이 넓게 퍼져 흐르면서 축축한 논습지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성에서 가수원 가는 버스도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달려야 했다.
▲ 10년 전 도안동 농업기반 촌락 유성에서 가수원 가는 버스도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달려야 했다.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때문인지 옛적부터 도안은 벼농사가 잘 되었다. 천연의 습지 역할을 하다 보니, 쉽게 가물지 않는 토양인 것이다. 실제 한밭이라 일컫는 대전은 농사와 관련된 민속놀이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남아 있다. 도안동은 벼농사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였으므로, 모심는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받던 도안동농요가 전래되고 있으며, 노래와 춤과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두레농악놀이는 두레를 조직해 집집마다 호미를 들고 풍장을 치며 논으로 가서 김매기 노래와 함께 김을 매었다.

도안동농요나 농악놀이는 식물을 가꾸고 성장시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작물로 생산해내는 과정을 노래 속에서 보여주며, 작은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삶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인간의 삶을 두루 포괄하고 있다. 고래적부터 도안동 사람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루려는 삶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 한밭 대전의 소중한 정체성 중의 하나인 것이다.

최근 비록 수리시설의 발달로 비를 중히 여겼던 목적이 사라지면서 그 수단인 기우제라는 민속도 사라져가고 있지만, 오랜 가뭄이 들었을 때, 옥녀봉에서 비가 오길 기원하는 기우제라는 공동체 의례를 통해 마을의 위기를 다 함께 극복했었다. 옥녀봉기우제는 다른 기우제와 다르게 남성이 얼씬도 못하는 가운데 벌거벗은 여인들이 고쟁이를 머리에 쓰거나 수증기 매달린 솥뚜껑을 쓰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의식으로 여인들이 주도하는 특징이 있었다.

대전 서남부 신도심 도안동은 아파트 숲이 점차 커지고 있다.
▲ 현재의 도안동 대전 서남부 신도심 도안동은 아파트 숲이 점차 커지고 있다.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도시재생은 다양한 콘텐츠의 실천이 연계되어서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전략적 과제는 행정이 나설 수밖에 없다. "가둔 물, 호수공원과 살아 흐르는 물, 자연하천"의 선택은 행정이란 이름으로 함부로 독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시장이나 정치적 리더가 갖는 철학적인 가치와 생각에 따라 도시 정체성 회복이 휘청거리면 안 되는 것이다.

한번만 와 본다면, 그 가치를 몸으로 깨닫는 곳.
▲ 경관생태우수지역 갑천 자연하천구간 한번만 와 본다면, 그 가치를 몸으로 깨닫는 곳.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재생 다섯가지 요소 가운데, 가장 상위요소는 도시환경부문이다. 도시환경은 도시경관에 대한 고려, 오픈스페이스의 확보, 녹지 및 친수공간의 조성, 토지이용의 고도화, 오염시설에 대한 방지대책을 골자로 하여, 삭막한 건물 숲이 아닌, 쾌적한 오픈공간과 녹지공간이 필수적이다.

특히 하천습지와 논습지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만나고 휴식과 정서적 능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도시의 대기질을 안정화시키고 산소를 공급하며 미기후를 조절하고 차세대 교육효과 등 헤아릴 수 없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

도안동의 재생사업은 단순히 물리적 개발이 아닌,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측면을 포함하는 통합적 행동임과 동시에, 획일화된 도시재생의 유행과는 다르게 도안 신도시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복원하고 활용하여 대전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발전해나가야 한다.

호수공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안동의 어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아파트 숲과 누런 들판 호수공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안동의 어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근대 백년 도시화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 대전은 파편처럼 산재한 자원을 구슬로 꿰어 이야기를 입히는 노력을 먼저 하기 전에, 다양한 역사 문화유산을 연계해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공적인 도시재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350년을 거슬러 올라간 도안동 농요와 옥려봉 기우제, 두레농악놀이와 같은 특별한 역사 문화적 자원을 도안 호수공원의 물 속으로 익사시키면 안될 것이다.

흐르는 물은 가둔 물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거의 들지않는다.
▲ 갑천 자연하천구간 흐르는 물은 가둔 물에 비해 유지관리비가 거의 들지않는다.
ⓒ 최수경

관련사진보기


과거는 미래로 가는 플랫폼이라고 했다. 과거를 거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듯이, 과거를 버리고 미래로 갈 수 없다. 과거를 배제할 때 미래는 그냥 다가올 뿐이지만, 우리가 꿈꾸는 미래로 가기위해 그것의 과거를 불러들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신도시 도안동 사람들의 가슴에 350년 혼이 담겨있다면, 그 얼마나 흥분된 일인가.


태그:#도안동 호수공원, #도안동 서남부개발, #대전 도시재생, #대전 도안동 호수공원 반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교육, 생태관광을 연구 기획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