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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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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약속의 정치인'이라고 불릴 만큼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통령의 이 말이 틀렸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혹시 언론 관련 대선 공약 기억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공영언론 이사회의 비민주적 구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언론과 관련한 유일한 공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독립성, 중립성이 침해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진단이었고, 그에 따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약속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10월 30일 방송·통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균형있게 반영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하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다가오는 지금, 그 공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논의할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구성되었던 국회 방송공정성특위, 겨우 KBS 사장 인사청문회만 합의한 채 활동을 끝내버렸습니다.

그 공약, 어떻게 됐는지 물으면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공론의 장 만들었고, 논의의 결과를 받아들였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실까요?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차기 KBS·방문진(MBC)·EBS 이사회를 구성하게 될 이사 후보자 공모절차를 시작했습니다. 공모기간은 7월 1일(수)부터 7월 14일(화)까지 2주간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단체와 각계 시민단체가 모여 '공영언론 이사추천위원회'(약칭 '공추위')의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공영언론 이사를 뽑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여야 정치권이 나눠먹는 이사 선임방식으로는 한국 언론의 뿌리깊은 정파성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은 마치 전리품처럼 공영언론 이사회의 자리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이사회는 자신을 추천해 준 정치권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충견들로 채워졌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공영언론 이사회는 여와 야가 차지하는 자리의 숫자가 다릅니다. KBS는 7:4,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은 6:3, EBS는 7:2의 구도입니다. 정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장을 선임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정부 여당의 의도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공정보도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공정보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마땅히 공영언론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이사회에 없습니다. 시민들이 공영언론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공추위의 목표입니다. 정치권력이 아니라, 오로지 시민에게만 복종하는 이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야 정치권에 호소합니다. 공영언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여당 추천 이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사회, 누가 봐도 비민주적입니다. 고쳐야 합니다. 시늉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건축하기 위해 주춧돌을 놓는 심정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공영언론 관련 법안들, 다시 깨워야 합니다. 그 법안들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이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태그:#공영언론 이사 추천위, #공영방송 지배구조, #언론 대선공약, #박근혜 대통령, #배신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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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全國言論勞動組合, National Union of Mediaworkers)은 대한민국에서 신문, 방송, 출판, 인쇄 등의 매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다. 1988년 11월 창립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를 계승해 2000년 창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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