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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외 대안이 없다는 컨센서스(편집자 주 : 공동체 구성원의 동의)가 있는 것 같다. (중략)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받아본 것 아닌가. 대선 경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2012년 4월 17일 YTN 이상돈 교수 인터뷰 중

"브레인스토밍이 안 되는 스타일이다. 여러 사람 의견을 두루 듣는 게 안 되니까 옆에 누가 지키고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옆 인물이 괜찮으면 의외로 잘 갈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가면 굉장히 취약하다." 2015년 6월 26일 <시사인> 이상돈 교수 인터뷰 중

지하철을 타고 한눈을 팔다 창밖을 무심코 바라보면 내가 탄 열차가 움직이는 건지, 반대편 열차가 움직이는 건지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착각은 비단 보는 것에 한정되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위에 인용한 두 인터뷰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님의 지난 대선 전과 현재의 몇몇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변한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 졌습니다(관련 기사 : 이상돈 "박근혜 정권, 숨만 붙어있는 식물정권"). 이상돈 교수와 박근혜 대통령.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을까요?

교수님, 판단이 틀렸습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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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님. 일면식도 없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저야 대선 전부터 교수님의 말씀 하나 하나를 눈여겨 봐 왔지만, 교수님께선 저를 알 턱이 없지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시비 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교수님이 지금까지 말씀해온 부분이나 제가 교수님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도, 모두가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부분이기에 기사의 형식을 빌렸습니다.  교수님께서 이 글을 읽으실 기회가 된다면, 조금은 언짢은 구석이 있더라도 박근혜 정부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절규이자 몸부림이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문제를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하는 교수님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5월 교수님은 CBS 라디오에서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키워드를 신뢰와 원칙이라고 이야기하셨고, 이보다 이전인 4월 YTN 라디오에서 '박근혜 외 대안이 없다', '대선 경선은 필요 없다'는 주장까지 펼치셨습니다. 물론 당시는 당내에서 박근혜 후보를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조차 필요 없는 신뢰와 원칙을 겸비한 후보라는 박근혜 대선 예비 후보를 위한 극찬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교수님 같은 지식인들의 판단은 평범한 시민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돈·김광두 교수, 김종인 박사, 안대희 전 중수부장의 박근혜 대선 캠프 합류는 의아했지만, 그렇다고 권력을 좇는 해바라기 정치인과 같은 부류라는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야당을 지지하거나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은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국민 행복, 이명박 정권 4대강 사업 등 부패 청산의 약속은 허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큰 울림이 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상돈, 김종인은 깨끗한 사람, 경제 정책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국민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온갖 의구심으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분은 국민에게 직접 해명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대선, 되돌아보면 이명박 정권과 같은 부패, 무능 정권이 다시 출현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이 될 것이라는 야당의 공격은 교수님과 같은 지식인들이 '권위에 호소'함으로써 번번이 무력화됐습니다. 당시 여당 대선 캠프는 이를 개혁 세력의 치부를 덮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고 또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습니다. 설마 이제 와서 교수님과 개혁적인 목소리를 냈던 분들이 대선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대선은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상돈, 김종인으로 대변되는 캠프 내 개혁 세력은 박근혜 정부의 일등공신이나 다름 없습니다. 박근혜 집권 3년 차, 이명박 정권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지금, 교수님이나 캠프 내 개혁 세력들은 왜 박근혜 후보를 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적임자, 국민 행복의 기수로 추켜세웠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치적 이해 관계나 사리 사욕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A/S를 신청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교수님이나 김종인 박사님의 당시 판단은 틀렸습니다. 대선 전 박근혜 후보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이미 대선 전 지금과 같은 정치 상황을 예견하고 우려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개혁의 적임자라고 주장하셨던 분들은 본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김종인 박사, 이상돈 교수님의 최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이유입니다.

"김광두 교수가, 그분이 박근혜 옆에 있던 시간으로 치면 교수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분인데, 사과 가지고 되겠느냐고, 같이 광화문 가서 석고대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2015년 6월 26일 <시사인> 이상돈 교수 인터뷰 중

교수님이 최근 <시사인>과 인터뷰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두 분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광화문에서 국민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교수님은 연구실에서 한숨을 내쉬겠지만, 국민들은 이 시간에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 성장론으로 바뀌고, 서민은 빚더미에 깔려 날마다 죽어 나갑니다. 세월호 대참사, 메르스 사태 속에서 정부는 없었습니다.

이대로 박근혜 정부 통치 기간을 보낸다는 것은 온 국민의 불행입니다. 할 말이 없다며 계면적인 웃음을 지으셨다는 교수님. 그렇게 웃고 말일은 아닙니다. 국민의 이 불행이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면 교수님, 김종인 박사 등 박근혜 대통령을 개혁의 적임자로 내세웠던 분들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교수님이 출범을 지지하신 정권이 바르지 못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무능하고 탐욕스럽습니다. 지나온 2년 반의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2년 반이 더 두렵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의 생각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 국민에게 약속한 길을 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정부도 삽니다. 교수님. 광화문에 멍석이라도 깔고 정권의 폭정을 바로 잡아 주십시오. 박근혜 정부 A/S의 책임은 누가 뭐래도 교수님께 있는 것 같습니다. 


태그:#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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