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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을 앞두고 꺼낸 전역모와 벨트
 예비군 훈련을 앞두고 꺼낸 전역모와 벨트
ⓒ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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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저녁, 장롱 구석에 박혀 있는 군복을 오랜만에 꺼내서 입어봤다. 29일이 예비군 훈련이기 때문에 몸에 맞는지 입어본 것이다. 다행히 작년보다는 살이 빠져 몸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군인 현역일 때보다는 확실히 몸이 불어났다는 것을 느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다수가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현역 군인일 때 입었던 군복이 몸에 맞지 않아 예비군을 앞두고 당황했던 사실을 말이다.

전투복과 전투모, 벨트까지 다 챙기고 나니 훈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소집통지서를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29일부터 인줄 알았던 예비군 훈련이 사실은 그 다음 주인 7월 6일부터였던 것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단에는 7월 6일부터로 돼 있고, 하단 준수사항에는 29일부터라고 나와 있었다. 부리나케 컴퓨터를 켜고 예비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7월 6일부터가 맞았다.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후배

29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동대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기 전에는 "하마터면 회사에 무단 결근할 뻔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실수 하지 말라"고 항의를 할 생각이었다. 전화를 걸자 상대편이 "통신보안 OOO 일병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전방에서 고생을 하지는 않지만 나라의 부름을 받아 복무하는 동생같은 후배에게 쓴소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실수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집통지서에 이렇게 나와 있는데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선배님, 죄송합니다"라며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혼을 내야겠다고 전화를 걸었지만 이내 동생 같은 후배가 걱정돼 "나 말고 다른 사람도 통지서가 잘못됐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후배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통지서는 명백하게 오해를 살만한 오타가 있었지만 내 잘못도 있었다. 상단과 하단이 날짜가 달랐다는 것을 진작 확인했어야 했다. 또 예비군 홈페이지에서 재차 확인을 했어야 했다. 예비군이라고 느슨한 마음으로 "그냥 그런가보다"라는 마음이었기에 확인을 안한 내 잘못이 컸다. 부디 잘못된 통지서는 나 하나라 끝나고 해당 담당 병사가 크게 혼나지 않기를 바랐다.

안일한 마음의 예비군은 안돼

지난 5월 서울 내곡동 한 예비군 훈련소에서 총기 난사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역 군인이 아닌 예비군이 다른 예비군을 쏜 사건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보통 예비군이라고 하면 귀찮은 일이나 회사 대신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여기기 마련인데 총기 난사라고 하니 더 놀랄만한 것이었다. 예비군 훈련이 더 이상 캠프같이 편한 곳이 아닌 것이다.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2년 정도 국가를 위해 헌신을 한다. 2년 동안 군대에서 고생했는데 예비군을 6년이나 해야 한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런 저런 면에서 적군과 대치중인 나라이고 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역일 때를 생각해보면 동원훈련 기간 동안 2박 3일간 온 예비군 선배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던 적이 있었다. 나도 빨리 전역해서 예비군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빈둥대는 예비군 선배가 꼴보기 싫었던 적이 있다. 혹시 내가 그런 예비군 선배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다음 주 시작되는 예비군 훈련에서 현역 군인 후배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선배답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덧붙이는 글 | e수원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비군,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 #예비군통지서, #예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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