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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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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앞으로 다가온 첫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판사 임용을 두고 법조계가 시끌벅적하다. 임용 절차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경력법관 선발제도를 개선하라는 성명서를 내며 최근 논란이 불거진 두 내정자의 변호사법 위반이 사실이라면 임용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도 이들은 법관 자격이 없다며 대법원에 '경력법관 임용내정자 취소 촉구서한'을 제출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은 김아무개·박아무개 변호사다. 로스쿨 졸업 후 김 변호사는 대구고등법원에, 박 변호사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근무한 뒤 A법무법인에 입사했다. 이들은 각자 근무했던 재판부 관할 사건을 대리했다. 변호사 단체들이 두 내정자가 판·검사 등 공무원으로 재직 시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 31조 1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문제 삼는 이유다(☞ 변호사법 바로가기).

뒷말 무성한 경력법관 채용... 문제는 '비밀주의'

그런데 이번 경력법관 임용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12월 대법원은 3년 이상 경력이 쌓인 법조인 가운데 새로 판사를 뽑았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로스쿨 출신도 들어가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6월 29일 현재까지도 그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 첫 로스쿨 출신 판사, 7월에야 공개된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경력 5년 이상 법관 선발의 경우 11월 초 임용 결정 후 한 달 만에 임용과 명단 공개까지 한 일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오마이뉴스> 문의에 '절차 문제'라고 설명했다. 로스쿨 출신은 변호사시험 합격 후 수습기간을 포함한 '경력 3년'의 기준일이 2015년 7월 1일이어서다. 그러나 이 설명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미리 뽑아놓았다'는 말과 마찬가지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 경력법관 채용 기준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은 역사가 짧지 않다. 2011년에는 민주노총 법률원 출신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시절 성적이 5위 안에 들었는데도 경력법관 선발과정에서 탈락, 대법원이 성향을 문제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 5월에는 국정원이 2013~2014년 경력법관 임용내정자도 아닌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때 서울변호사회는 성명을 내 "판사 임용의 비밀주의가 문제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 국정원 '판사 면접'... 사상검증 논란 촉발).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은 경력법관 임용 때 전체 지원자 가운데 일부를 서류심사에서 제외한 다음 일종의 필기시험인 법률서면 평가를 실시한다. 여느 국가고시와 달리 서류심사가 필기시험 응시기회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투명한 기준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법부는 줄곧 전체 지원자 수와 서류심사 탈락 규모, 서류심사 기준, 탈락사유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법원이 제 발등 찍어... 버티기로 사법 불신 초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지미 변호사는 이번 일을 두고 "법원이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라고 빗댔다. 그는 "경력법관 임용 등 법조일원화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시작한 제도"라면서 "하지만 경력법관 임용이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지 전혀 알 수 없어 법원이 오히려 사법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자꾸 폐해가 나오는데도 무조건 버티기로 일관하는 법원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심사 절차를 공개하든지, 재발방지책을 내놓든지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일단 사실관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로클럭은 판사와 달리 특정 사건을 지시하라는 검토를 받아야 그 사건 처리권한이 생긴다"라며 "박아무개 변호사의 경우 문제의 사건이 로클럭 재직기간과 겹치지만 해당 사건은 후임 로클럭이 담당했다"라고 밝혔다. 또 김아무개 변호사는 로클럭 재직 당시 소속 재판부가 담당한 사건을 수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경력법관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만큼 임용절차의 진행시점이나 심사기준, 정보 공개범위 등을 검토,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사건 수임 문제는 올해 법관임용절차부터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력법관 임용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우려를 대법원도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법관 임용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두고 현재까지 지적받은 문제점들을 유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대법원, #경력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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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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