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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임금이 친국을 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큰 논란을 초래하고 있고,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행정입법에 대한 법원의 심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큽니다. 이와 같은 국회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집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도 심각하게 저해되어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 대하여 가지는 견제의 수단으로 헌법에 명시된 권한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권력 분립이라는 대원칙의 한 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회를 향한 비판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거부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회의 입법권에 문제가 있다면 법에 의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만 옳고 국회는 그르다는 식의 제왕적 언사를 했고, 이는 용납될 수 없다. 아울러 특정 국회의원을 향한 가시 돋친 언행 또한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다.

일부 국민들은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에 식상한 나머지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를 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행은 군주시대의 여왕쯤으로 착각하고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나 다름없다. 또 민주주의 시대로 불리는 작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태다.

민주주의는 법치의 실현에 있다. 헌법에 근거하여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거부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고, 국회는 재의에 붙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아예 재의를 거부하겠다니 이는 국민의 대표이기를 부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헌법 제53조 제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라고 하여 국회로 하여금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재의의 당위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여 국회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재의 과정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가 법을 어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옴짝달싹 못하는 여당의 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의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이는 국민의 대표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 아닌 당내 선거로 선출된 원내대표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야말로 박대통령 스스로가 제왕적 대통령임을 자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길은 87년 헌법을 개헌을 통해 오늘의 시대정신에 걸맞게 고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할 수 있는 길은 헌법개정안을 제출하여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극복하고 실질적 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1인 집중의 권력 형태를 바로 잡아 국민의 대표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에 게재함



태그:#개헌, #박근혜대통령, #국회, #권력분립,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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