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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쌍둥이 남매는 2009년 2월 2일 태어났습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7세,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들어갑니다. 잘 아시다시피 여성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고비를 겪습니다. 결혼할 때, 출산 후 복직할 때,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낼 때 등등.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의 학교 생활을 위해 휴직이나 퇴사를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7세가 된 쌍둥이는 요즈음 유치원을 마친 후 놀이터에서 놀 친구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아이들은 학원으로 옮겨갔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들은 어느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나열한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겨 직장 생활을 유지하고 있던 중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답니다. 중학교 1학년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함께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가게 된 거죠.

결국 아이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고 결심한 선배는 퇴사를 하게 됐답니다. 몇 달이 지나 회사에 찾아온 선배님의 표정은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상실감에 빠진 본인의 처지도 힘들었고, 한 번 벌어진 엄마와 딸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이가 학교 입학도 안 했는데, 너무 먼 앞날의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곧 초등학교 입학하는 쌍둥이,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직장맘 퇴사율이 가장 높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요즈음 저는 아이들의 '초1 준비'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두지 않아 학교 생활 1~2년을 아이들이 불안하게 보낸다면 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아이들을 관리(?)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사실은...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저는 가정 주부나 아이의 매니저로만 살아갈 수 없는 성격이라 계속 회사에 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우리 가정은 반드시 부부 둘이 벌어야 생계가 유지되는 구조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콕 집자면 친구들과 잘 못 지낸다거나, 선생님께 문제아로 찍힌다거나,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낮다면) 아이들 일과 회사 일 사이에서 이도 저도 집중하지 못하는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겠죠.

집에서는 회사 일이 잘 안 풀리니 늘 표정이 어둡고, 회사에서는 또 아이들이 눈에 밟히니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아,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아마 당장 우선 순위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제2의 직업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는 건, 회사를 다니는 일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 입니다.

또 '내가 너희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마음이 떠나지 않아 아이들과 제 사이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거나 저는 회사에 붙어 있어야 가정에도, 아이들에게도 좋을 겁니다.

사실 아이들의 인생입니다. 제가 관리한다고 뭐 엄청나게 달라지겠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학부형으로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우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두 손 놓고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며 모른 체하고 엄마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챙기는 학교 생활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즈음 제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며 이름 붙인 '7세 준비 프로젝트'는 쌍둥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혹은 그 이후까지도 직장맘이라는 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한글 학습지 1장과 수학 학습지 1장씩 총 2장을 학습해야만 TV를 보거나 놀 수 있게 한다는 것이 '7세 준비 프로젝트'의 요지인데요. 방글이는 딸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차분히 학습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무언가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 가짐이 아주 강합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평균 이상의 진도를 따라와 주고 있어 기특합니다. 즉 방글이의 학습 성취도는 경사가 완만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는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들인 땡글이는 가르치는 과정 내내 참으로 애를 먹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특히 방글이와 진도나 수준 차이가 눈에 보일 때는 걱정스럽죠. 그런데 진득이 기다려주면 어느 시점에는 제법 학습한 티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때 막 '폭풍 칭찬'을 해주면 아이가 으쓱한 마음에 조금 더 열심히 해요. 땡글이의 학습 성취도는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대략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겠죠.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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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모의 마음은... 아니 제 마음은 말이죠.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잘해줘도 부모는 좀 더 높은 성취, 그 다음을 보고 있는 겁니다.

엄마의 학업 기대치
 엄마의 학업 기대치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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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방글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바라보며, 특별히 해주는 것이 없는데도 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칭찬해주기는커녕 아이의 성취도보다 더 높은 목표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만큼에 이르지 못하니 칭찬의 강도도 약하고, 내심 더 빠른 속도로 완성도 높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땡글이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나가고 있는데, 저는 늘 한 계단 위에서 왜 아이에게 이만큼 하지 못하느냐며 재촉하고 화를 냅니다.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온 아이의 상태를 보면 바로 그 다음 계단에 올라서서 얼른 성장하라고 다그치죠.

아이가 저마다 가진 성장의 속도를 배려해주지 않고 왜 더 빨리, 잘 성장하지 못하느냐며 재촉하죠. 아이들이 공부한 지난 책들을 들여다보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착하고 순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서운 엄마의 말이라 찍소리도 못하고 하라면 하는구나.

매일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고, 집에 오면 TV 보고 싶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고... 얼마나 하루 하루가 재미있는 일 투성이일까요. 그런데 엄마가 내준 숙제 때문에 가끔은 할머니를 다그치기도 한답니다. 특히 방글이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할머니가 갈 때가 되어서 그날 해야 할 한글과 수학을 못하면 우는 날도 있다고 해요.

비가 와서 놀이터에서 놀지 못한 날에는 "TV를 보기 전에 한글 수학 공부해야지!"라고 할머니가 말하면 마음이 급해도 또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합니다. 매일의 학습량이 많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아이들이 지난 반 년간 학습한 학습지의 숫자는 한글 10여 권, 수학 5권이나 됩니다. 어느 정도 읽고 쓰고 숫자를 알아보는 정도의 수준에도 이르렀구요.

이렇게 많은 결과물과 성취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제 태도는 늘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잘 하기를 요구합니다. 욕심이 많은 방글이는 엄마, 아빠가 땡글이를 사소한 일로 칭찬하면 "나는 더 잘해~"라고 투정을 부립니다. 그때마다 말로는 "너와 땡글이는 서로 다르다"고 말해주면서도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에는 은연 중 늘 비교하고 더 잘하기를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방글이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모두 저를 닮아 그런 건데, 괜히 아이만 탓하고 있답니다. 아마  엄마의 욕심 가득한 마음을 들킨 것이 싫어서 아이가 욕심을 부린다며 혼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가 가진 재능이 각기 다름을 인정하고 재능과 상관 없이 아이를 온전히 존재 그 자체만으로 사랑해주는 부모가 돼야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나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nyyii)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까칠한 워킹맘, #쌍둥이 육아, #초등학교1학년, #70점 엄마, #7세 준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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