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60년대 이후 수도권으로 집중된 인구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어진 수많은 아파트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이다. 하지만 너무 급격하였던 것일까? 급속한 도시화는 가족 해체와 개인주의, 익명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철저히 기능주의적이며 사람을 최대한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닭장"이라는 표현 등은 현재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표현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표현에 대한 대응이었을까? 2000년대 주거의 질적 확보를 목표로 주거 정책이 바뀌면서 커뮤니티 중심의 주거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거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 간다는 증거인 동시에 진보된 주거공간의 출현을 뜻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개념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는 바로 커뮤니티 공간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커뮤니티 시설은 복리 차원에서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형성 및 유지, 발전을 지원하는 공간으로서 단순히 공유하면서 사용하는 공간을 넘어 공간 사용을 통해 유대감과 소속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그저 많은 사람을 수용해야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다행히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웰빙 열풍 등에 동참하여 현대 사회 속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추세이다.

현재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 공간들을 보면 몇가지 원칙에 따른 시설 배치를 파악할 수 있다. 단지 내에서 아파트 중심이 접근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접근성과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곳에 커뮤니티 시설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광장은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계획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웰빙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골프연습장, 헬스장, 체육관 등의 운동시설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이러한 커뮤니티 시설의 목적은 향상된 주거 공간에 대한 개념에서 출발하였으나, 불행히도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커뮤니티 시설의 배치 방식은 의문이다. 보통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런 커뮤니티 시설들은 한곳에 집약적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한곳에 집약된 커뮤니티 시설은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라기보다는 특정동의 시설로 인식되어지는 실정이다.

이렇게 배치되는 이유는 경제적 논리에 따른 것인데, 이런 시설들을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분리하여 배치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따라 배치시키는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며 상업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적을 잃은 커뮤니티 시설의 배치는 아파트 주거단지의 커뮤니티 활성화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렇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에서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할 때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용이하도록 단지 내 공간에 골고루 분산시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동일한 종류의 시설보다는 여러 가지 종류의 커뮤니티 시설들을 적절히 섞는 계획 또한 중요해 보인다. 특히 커뮤니티 시설의 특성을 보면 사람들이 모이고 앉아서 이야기 하고 집회를 하는 장소가 필요함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현재 아파트 주차장이, 길을 따라 세워져 있는 노점상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다행히도 2010년부터 정부는 공동 주택 우수관리단지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공동주택 단지에서 이웃과 단절된 공동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들을 평가하여 여러 가지 항목들, 아파트 일반관리, 시설 유지관리, 공동체 활성화, 에너지 절감 등의 항목을 평가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활성화 방안을 통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의 교류가 일어나게 한다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공동체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닭장과 사람의 주거 공간 사이에 있는 우리들의 커뮤니티 활성화 방안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는지 모르겠다.


태그:#아파트, #닭장,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