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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

팬택이 망한다고 지난 24년의 꿈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직도 팬택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있어서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IJI'(18)군은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에 팬택 스마트폰 신제품 콘셉트 디자인을 올렸다. 팬택이 파산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올해 초 나왔을 '베가 아이언3'를 비롯해 현대카드 협업 모델인 '브루클린 프로젝트' 결과물, 수출용 모델인 '팬택 P4'까지 다양했다.

팬택이 구글 레퍼런스폰 '넥서스v'를 만들었다면?

이 가운데는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v'도 포함돼 있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새 버전을 만들 때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손잡고 본보기가 될 만한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데, 지금까지 대만 HTC, 삼성, LG, 에이수스 등이 거쳐 갔다. 팬택은 지난 2010년 '시리우스'를 내놓으며 안드로이드 세 확산에 이바지했지만, 여태 구글 레퍼런스폰은 만들지 못했다. 결국 팬택의 꿈은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했지만 IJI군이 대신 꿈을 꾼 것이다.

IJI군의 아마추어답지 않은 실력에 팬택에서도 그림을 베가 블로그에 옮겨 실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렇듯 자신만의 '팬택 디자인'을 내놓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는 팬택이 계속 살아남아 새 제품을 내놓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IJI군은 11일 전화 통화에서 "베가 시크릿노트를 쓰면서 팬택이란 회사를 좋아하게 됐는데 국내 3위 업체이자 벤처기업의 상징인 회사가 무너지는 게 많이 아쉽다"면서 "요즘 회사 상황이 안 좋아 응원하는 마음에서 팬택 제품 디자인을 처음 시도했다"고 말했다.

IJI군은 "팬택은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회사"라면서 "기존 제품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살리면서 후속 제품에서 뭘 바꿀지 연구해 디자인하는데 '브루클린 프로젝트'의 경우 (이전 모델이 없어) 현대카드 디자인 콘셉트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팬택과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스마트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쓰고 이른바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낙후된 뉴욕 브루클린 지역이 문화예술 중심지로 거듭난 것처럼 팬택의 기술력에 현대카드의 마케팅과 디자인을 결합해 소비자 친화적인 스마트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대카드 "팬택 회생하면 '브루클린 프로젝트' 계속 진행할 것"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박창진 팬택 마케팅본부장은 지난 4일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회사가 문을 닫게 된 상황에 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팬택이 지나치게 기술 경쟁에만 매달려 소비자 관점에서 마케팅을 소홀한 게 위기를 자초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삼성처럼 배려했어도..." 팬택은 억울하다)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도 "이미 우리 쪽에서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 팬택에 넘겼지만 팬택 회사 상황 때문에 기다리고 있다"면서 "팬택이 회생한다면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하겠지만 (애초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팬택을 도와주려고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팬택은 지난 1991년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만든 모바일 기기 전문 벤처기업이다. 무선호출기(삐삐)를 만들어 수출하는 작은 업체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스카이) 같은 대기업 휴대폰 제조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3위 업체로 몸집을 불렸다.

미국, 일본 등 수출에 주력하다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 2000년대 중반 연매출 3조 원, 임직원 4500여 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자금난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지난해 두 번째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팬택을 인수할 만한 회사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폰 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2000년대에 달리 중국업체 약진으로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탓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팬택,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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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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