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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며 명상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달리면서하는 명상은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는 일석이조입니다.
 ‘달리기를 하며 명상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달리면서하는 명상은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는 일석이조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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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며 명상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습니다. 숨이 턱까지 헉헉 차오르는 달리기를 하며, 발자국소리조차 부담스러운 조용함, 가부좌, 침묵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는 적막이 연상되는 명상이라니 말입니다.

어색함 속에 찰떡궁합 같은 조화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극과 극이라서 가일층 도드라지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펄펄 끓는 기름에서 꺼낸 튀김 속 아이스크림이 훨씬 더 시원하고, 어둠 속 불빛이 한층 더 밝게 빛나는 걸 우린 봐왔습니다. 어색함 속의 찰떡궁합이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극과 극이 빗어내는 오묘함이며 조화입니다.

달리기와 명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극적인 동(달리기)에 극적인 정(명상)을 싣고, 극적인 정(명상)에 극적인 동(달리기)을 담아가다보면 몸 챙김과 마음 챙김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오묘함이 조화를 이루며 실현되나 봅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티베트 명상 지도자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지은이 사쿙 미팜 / 옮긴이 강수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4일 / 값 1만 4000원)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지은이 사쿙 미팜 / 옮긴이 강수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4일 / 값 1만 4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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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지은이 사쿙 미팜, 옮긴이 강수희, 펴낸곳 불광출판사)의 저자 사쿙 미팜는 티베트 명상 지도자로 2003년 초,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에서 내로라하는 달리기 선수 미스티 체크를 만나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책은 사쿙 미팜이 수행하고 있던 명상을 달기기에 접목시켜 나가는 단계별 과정이자, 달리기로 피워낼 수 있는 명상의 극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아의 명상까지를 안내해 주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내용입니다.  

필자도 마라톤 풀코스를 몇 번 완주한 적이 있습니다. 출발선에 서 출발신호를 기다길 때는 가슴에서 방망이질을 해댑니다. 두 시간 쯤 거리까지는 앞서거니 뒤서기니 하며 달립니다. 골인 시간도 예측해 보고, 달리는 속도도 어림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30Km쯤이 넘어서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이쯤을 달리다 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느껴질 만큼 막연해집니다.

그냥 달릴 뿐입니다. 관성적으로 흔들고 있는 팔, 기계적으로 내딛고 있는 발걸음에 그저 달리고 있다는 걸 확인할 뿐입니다. 지나고 보니 그때 그 시간, 30Km 쯤을 넘어 달리던 그 한 시간쯤이 무아지경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몸과 마음의 합일에서 온다. 이 둘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명상과 공부만 한다면 몸의 자신감을 잃을 것이다. 반대로 운동만 한다면 타고난 선함과 지혜에 대한 마음의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117쪽

저자가 달리면서 명상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달리기를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은 체계적이고 순리적입니다. 명상을 알고, 기초를 다지고, 시작을 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달리기와 명상에 필요한 사전지식들이 준비 운동을 해 나가는 순서처럼 단계별로 차곡차곡, 명상 초보자나 달리기 초보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새길 수 있도록 설명돼 있습니다. 

마라톤에서 완주를 하는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부드러운 출발입니다.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는 사람치고 완주에 성공하는 사람 거의 못 봤습니다. 책에서 리드해 나가는 달리기명상은 산책을 나선 발걸음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시작됩니다.  

달리기와 함께하는 명상은 4단계, 호랑이 단계, 사자 단계, 가루다 단계, 용 단계로 나뉘어 설명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호랑이 단계에서는 좋은 명상 자세를 익히고 호흡에 집중하며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마음챙김을 수련하고 나서, "나의 동기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바라보는 걸 익히며 단련하는 과정입니다.

호랑이 단계에서 좋은 명상 자세를 익히고 나면 두 번째 단계인 사자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 데 사자 단계는 '감사하는 마음'을 활성화 시키는 걸 익힙니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활력이 되고 힘이 되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체력을 증진시켜주는 토양이 됩니다.

세 번째 단계의 상징동물인 가루다는 인간의 팔을 가지고 있으며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날 수 있는 상상 속의 새입니다. 가루다 단계에는 남을 포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확장하고,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사랑과 친절을 경험함으로 행복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뿌려진 꽃을 즈려밟으며 완주하는 순간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무아지경 행복입니다.
 뿌려진 꽃을 즈려밟으며 완주하는 순간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무아지경 행복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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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단계, 용 단계 명상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아의 명상입니다. 자아가 개입된 이기를 넘어, 우리가 그동안 자신에 우선순위를 둠으로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상황을 망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심오한 명상입니다. 

익히고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달리며 명상하는 중

이 놀라운 영적인 성취를 이룬 그의 영적 생애가 시작되기 전에 붓다는 투창, 레슬링, 궁술, 전차 몰기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키도 크고 미남이어서 '사자의 가슴과 영양의 종아리'를 가진, 전통적으로 비율이 훌륭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다시 말해 붓다는 운동선수의 몸을 타고났다.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135쪽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달리기와 명상,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명상과 달리기가 피워내는 건강 챙김과 마음 챙김입니다. 달리기로 챙긴 건강에서 행복한 마음이 열매 맺고, 명상으로 챙긴 평온한 마음에서도 행복한 건강이 열매 맺으니,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해주는 것들은 성취감을 넘어서는 무아지경 행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을 통해 명상하는 마음으로 달리는 방법을 익히고, 달리는 마음으로 명상하는 방법을 새기다보면 독자의 발걸음을 어느새 달리고 있고, 달리고 있는 발걸음이 속삭이듯이 만들어주는 행복, 사랑, 포용, 친절, 평온 등등이 시나브로 무지갯빛 고드름으로 가슴에 주렁주렁 맺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지은이 사쿙미팜 / 옮긴이 강수희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4일 / 값 1만 4000원)



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 달리기와 명상,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사쿙 미팜 지음, 강수희 옮김, 불광출판사(2015)


태그:#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강수희,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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