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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부산대학교에서 학내 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 소속 학생들이 이 학교 철학과 최우원 교수의 수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8일 오전 부산대학교에서 학내 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 소속 학생들이 이 학교 철학과 최우원 교수의 수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학혁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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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 소신을 강요하는 과제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 최우원 교수는 최근 자신이 맡는 전공 수업에서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의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첨부하고, 만약 자기가 대법관이라면 이 같은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이 사건을 평가하라'는 제목의 과제를 냈다.

이러한 내용은 부산대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이 내용을 전한 수강 학생은 "최 교수가 강의 시간에 자기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매번 강의시간 75분 내내 '노무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다', '2002년 선거는 전자개표기의 조작을 이용한 사기극이었다' 같은 주장만 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최 교수의) 지극히 편파적인 정치색은 둘째치고라도, 도대체 이게 리포트 주제로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고, 또한 이게 과학철학 강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생은 최 교수가 이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글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라고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보나마나 교수는 자기 성향에 맞는 내용만 인정할 게 뻔한데, 이걸 도대체 쓰긴 써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2012년 비슷한 과제로 정직 3개월 징계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날리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북삐라 살포를 하기전 연 기자회견에서 최우원 부산대 교수(왼쪽)가 대북삐라를 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날리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북삐라 살포를 하기전 연 기자회견에서 최우원 부산대 교수(왼쪽)가 대북삐라를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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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글이 퍼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 교수의 수업 방식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글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상당수 학생은 최 교수의 이러한 수업 방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최 교수는 지난 2012년에도 철학과 전공시험에서 '종북 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문제를 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 일은 학생들의 큰 반발을 샀고 결국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지만 최 교수의 소청으로 정직 1개월로 감경 처분을 받았다. 최 교수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중이다(관련 기사: 부산대 교수, '조갑제닷컴에 리포트 올려라' 강요).

이후에도 최 교수는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며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충돌을 빚어 오기도 했다. 최 교수가 사회에서 물의를 빚으면서 지난해 10월에는 부산대 총학생회와 민주동문회가 최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 기사: 부산대 총학·동문 "삐라 살포 최우원 교수 파면하라").

총학 사과 요구 대자보 게시... 부산대 "현재로서는 징계 어렵다"

8일 부산대 총학생회와 학내 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가 게시한 최우원 교수 비판 대자보.
 8일 부산대 총학생회와 학내 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가 게시한 최우원 교수 비판 대자보.
ⓒ 부산대총학·대학혁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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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문제가 반복되자 참다 못한 학생들이 8일부터 학내에 대자보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날 게시한 대자보에서 "유사 사례로 학교에서 정직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수업에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거냐"며 최 교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학교 본부에 정식으로 징계를 요청하는 등 활동을 이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학내 동아리인 '대학혁신연구소' 역시 학내에 부착한 대자보를 통해 "대학이라는 학문 공동체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다시금 우리 부산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교수가 교과목의 개설 목적을 무시한 채 정치적, 사상적 지향을 강의 시간 내에 학우들에게 주입하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과제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 행위"라 지적했다.

학교 곳곳에서는 최 교수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1인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재학생 이정훈(28)씨는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발본색원을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산대 측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 학사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할 경우 교수를 징계위에 회부하는 식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별도의 징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최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최 교수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최우원, #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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