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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노회찬 전 의원.
 황교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노회찬 전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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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와 노회찬(59) 전 의원은 경기고 동창생이다. 하지만 '민주화세대'인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은 아주 달랐다. 특히 유신체제의 고교시절은 두 사람의 인생을 예고하는 시간이었다. 황 후보자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에 임명됐고, 노 전 의원은 '귀 있는 자 들으라'는 제목의 유신반대 유인물을 작성해 배포했다.

이후 황 후보자는 공안검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에 올랐고, 지난 5월 권력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됐다. 반면 노 전 의원은 오랫동안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투신했다가 지난 2004년에서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노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국정원의 '삼성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지난 2013년 의원직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삼성X파일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이가 황 후보자였다.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황교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노 전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황 후보자와 고교동창이어서 증인은 대단히 피하고 싶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노 전 의원은 "하지만 삼성X파일 사건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 사건을 공권력이 잘못 다루었다"라며 "그렇게 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증언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불편한 게 있지만 증인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의원은 "우리가 경기고에 입학했을 때 유신체제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직선제와 함께 학생회장 직선제도 폐지됐다"라며 "당시 학생회장을 직접 뽑지 못하고 학교에서 학도호국단장 등을 임명했는데 황 후보자가 학도호국단 연대장에 임명됐다"라고 전했다.

노 전 의원은 "당시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시국에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민주파'가 있었는데 황 후보자는 친정부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학도호국단 등) 그 반대쪽에 가담했다"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황 후보자는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는 유신체제에서 고교(1973~1975)와 대학교(1977~1980) 시절을 보냈고, 신군부체제에서 검사로 임용됐다(1983). 특히 청주지검과 대전지검 홍성지청을 돌다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올라온 때가 공교롭게도 '87년 6월항쟁'이 한창이었던 1987년 6월이었다. 이후 '공안검사'의 길을 걸으며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노 전 의원은 "우리는 민주화세대인데 황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민주화 활동에 앞장선 사람과는 구분된다"라며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에서조차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죄 등)는 고쳐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국보법에 관한 황 후보자의 생각을 보면 남북관계를 보는 냉전적 사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공안통치를 강조하는 철학을 일관되게 가져왔다"라고 지적했다.

"권력형 비리 감싸기는 보수와 관계없다"

병역면제판정 전 면제 처분을 받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후보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병역면제판정 전 면제 처분을 받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후보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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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의원은 황 후보자가 17개월 동안 17억여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은 "전형적인 전관예우"라고 일갈했다. 그는 "법무법인이 이유없이 거액를 주지 않는다"라며 "황 후보자의 '역할'이 있었으니까 그것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거액을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전관으로서 여러 가지 사건의 수사나 재판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전관예우다"라며 "전관예우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성립하고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의원은 삼성X파일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보수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야 서로 생각과 철학이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삼성X파일 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를 감싸는 것은 보수와 관계없다"라며 "(권력형 비리를 감싸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노 전 의원은 "철학이나 이념이 다른 것은 각자가 책임질 몫이지만 재벌이기 때문에, 동료검사이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를 비호하고 은폐하고 묵인한다면 이는 공직자로서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삼성X파일 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부패 혐의가 있는 검사들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봐주기 수사한 것을 보더라도 황 후보자는 비리척결의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그는 이미 극복해야 할 낡은 권위주의 체제를 선호하는 철학과 생각을 갖고 있는 점에서 유신시대형이다"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노 전 의원은 "황 후보자 총리 지명에 반대하는 데 개인적인 이유는 없다"라며 "평생 공안검사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냉전적 사고에 빠져 있는 등 화합,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노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이 그런 (낡은) 노선을 가진 사람을 총리로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공안총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이 워낙 그런(낡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중화시킬 리더십이 총리에게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 선임계 미제출 사건 수임과 전화변론 의혹 ▲ 장관 지명 직후 받은 1억여 원의 성격 ▲ 전관예우 ▲ 기독교 편향 발언 ▲ 만성담마진 판정 전 병역면제 ▲ 삼성X파일-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이 쟁점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노회찬, #황교안, #경기고, #삼성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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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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