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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래축제 때 울산 태화강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잡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해 고래축제 때 울산 태화강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잡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고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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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울산 동구 주전항 동쪽 23km 해상에서 밍크고래가 작살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멸종보호종이라 상업용으로 잡을 수 없는 고래를 불법으로 잔인하게 잡는 것이 확인된 것인데, 2주 뒤인 지난 12일에는 고래를 불법 포획한 일당이 구속됐다. 이어 20일에는 조직적으로 고래고기를 불법 유통한 유통책과 식당업주가 구속됐다.

환경단체는 최근 벌어진 이같은 사건들이 고래축제 때 유통될 고래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이면서 모니터링에 나섰다. 바로 '2015 울산고래축제'가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울산 남구 장생포일원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고래축제를 준비한 고래문화재단은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 결과, 올해 고래축제에서도 축제 행사장 내에서 고래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라 환경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고래문화재단 "지역주요 먹거리 고래고기... 올해 행사장에서 판매"

장생포는 과거 우리나라 고래잡이(포경) 전진기지였다. 하지만 지난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의해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고래잡이와 고래고기 판매로 호황을 누리던 장생포지역 경제는 침체되어 갔다.

이에 지난 2008년 장생포가 고래특구로 지정된 후 울산 남구는 총 사업비 242억 원을 들여 장생포 근린공원 내에 10만2705㎡ 규모의 국내 유일 고래문화공원인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해 지난 15일 준공식을 가지는 등 장생포를 고래관광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고래문화마을에는 장생포 옛마을, 실물 크기의 고래를 형상화한 고래조각정원, 고래광장, 고래이야기길, 고래만나는 길, 선사시대 고래마당, 수생식물원, 어린이놀이터 등 고래와 관련한 특색 있는 여러 시설들이 조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올해고래축제는 고래문화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는 것이 주최측의 계획이다.

문제는 장생포 지역에는 아직도 수십 곳의 고래고기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래고기 판매점 밀집지역은 올해 고래축제현장 바로 옆에 있다. 특히 매년 고래축제 때면 고래고기 판매가 급격히 늘었고, 고래축제 현장에서도 고래고기가 시식 또는 판매되면서 환경단체가 반발해 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지역에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고래고기 공급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느냐'하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고래문화재단 측은 28일 "고래고기는 1970년대 지역의 중요한 먹거리였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올해 고래축제에서도 포괄적 개념으로 2개 부스에서 고래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고래고기 수요 맞추려다 보니 불법 기승"

울산환경운동연합은 28일 성명을 내고 "고래고기가 불법 포획되고 유통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을 받쳐주는 수요"라면서 "그동안 고래축제 동안 고래고기는 버젓이 판매되어 왔고, 이 기간 기호이든 호기심이든 고래고기는 쉽게 접할 수 있어 그에 따른 소비 증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자들이 수요를 맞춰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불법 고래잡이가 고래축제 기간 동안에 더 기승을 부리게 되는 이유인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불법 포획을 막기 위해서라도 고래축제기간에는 고래고기를 팔 수 없게 만들고 불법 유통되는 것 또한 철저히 감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고래가 작살에 찔려 죽은 사건 이후 과연 올해도 축제에서 버젓이 고래 고기가 판매되며 소비를 부추기게 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 남구가 비록 고래축제를 위해 고래를 불법 포획하지는 않지만 축제가 이런 불법포획을 부추기게 될지 걱정"이라며 "국회의 법 제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조례 제정을 통해 고래가 식품으로써 유통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고래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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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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