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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수술흉터가 남지않도록 상처부위에 바르거나 붙이는 의약품
▲ 흉터연고와 메피폼 수술흉터가 남지않도록 상처부위에 바르거나 붙이는 의약품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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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수술을 위해 5일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수술을 하고 나서 많은 신체 변화가 있었다. 가장 심한 곳은 당연히 목 부위였다. 절개 흉터가 남지 않도록 의약품을 붙였다. 그런데 흉터 여부를 떠나 주변 피부에 감각이 없었다. 목욕탕에서 한 곳만 때를 너무 심하게 밀고 나면 피부가 엄청 예민해지는데 그런 느낌이 지속됐다.

수술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 상태로 일주일이 흘렀다. 퇴원하고 첫 외래 진료가 다음주 목요일에 잡혔다. 수술하고 처음 가는 병원인 데다 수술할 때 전이가 의심돼 제거한 림프절 24개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처음 갑상샘 결절을 발견하고 조직검사를 받을 때는 '제발 암이 아니기를...' 하고 빌었다면 이제는 '제발 전이만 안 되었기를...'이라고 빌었다.

나는 결절 크기가 3cm로 아주 큰 편이라 전이 여부와 상관없이 재발 확률을 줄이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전이가 없으면 여기서 치료가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전이가 되지 않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조직 검사 결과, 제거한 24개의 림프절 중 7개의 림프절에서 전이가 발견됐다.

아니길 바랐지만 무의식중에 예상했는지 처음 진단을 받을 때만큼의 충격은 오지 않았다. 담담히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다음 외래 일정을 잡고 처방전을 받은 뒤 외과 맞은편 건물 지하에 있는 핵의학과로 첫 진료를 받으러 갔다.

산 넘어 산... 이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핵의학과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 진료받는 곳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갑상샘이 좋아하는 '요오드' 성분과 같은 '방사성 요오드'라고 하는 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방법이다. 정확히 말해 치료라고 하기보다는 내 몸에 남은 갑상샘을 정상세포든 암세포든 모두 파괴하는거다. 갑상샘 세포가 없으면 당연히 갑상샘암도 없을 테니까.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하면 끝이다. 복용하기 전에 준비해야 하는 과정들이 엄청 힘들긴 하지만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약만 먹으면 되는 셈이다. 복용한 약물이 '방사능'이고 그 약물을 복용하면 내 몸에서도 계속 방사능이 배출된다. 덕분에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방사능 피폭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치료 기간 동안은 독방에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격리실이 없는 병원에서는 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대학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에서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이 격리실이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다행히 내가 수술을 받은 병원에는 격리실이 있어 병원을 옮기지 않고 바로 치료가 가능했다. 이 격리실 스케줄에 따라 치료 일정을 잡는데 가장 빨리 치료 받을 수 있는 날짜가 2013년 12월 30일이었다. 그 날 입원하면 2014년 1월 1일 새해가 밝은 날 아침에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받아야 할 치료인데 올해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날로 예약했다. 수술을 받고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거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치료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샀다. <갑상선암 완치를 위한 2주밥상>.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전에 2주간 '저요오드식'을 해야 한다. 저요오드 식단에 대한 책이다. 어떤 병을 겪으면 환자도 그 병에 대해서는 '박사'가 된다. 이 책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 썼는데 책에 쓰여진 '갑상샘암'에 대한 정보를 나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또 다시 '암'이라는 녀석과 싸울 준비를 했다. 수술만 받으면 끝이 날 줄 알았던 나의 투병일기. 그 2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태그:#갑상샘암, #방사성 요오드, #동위원소, #왜래, #저요오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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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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