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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까겠다고 알을 품고 있는 사람, 인공 날개를 펼쳐 들고 하늘을 날겠다고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는 인간… 참 엉뚱하기 짝이 없습니다. 천재와 백치가 종이 한 장 차이라면, ' 바보스러운 생각'과 '기발한 아이디어'는 종이 한 장보다도 훨씬 가볍고 얇을 '엉뚱함'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날랜 짐승도 우리에 갇히면 그 날램 정도는 우리 크기를 넘지 못합니다. 생각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영재성을 갖고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일반화된 상식과 보편화된 지식에 갇히게 되면 일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엉뚱함은 보편적 상식과 일반화된 지식을 넘어서는 위험이 따르기도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에디슨에게 병아리를 품는 엉뚱함이 없었다면,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겠다는 엉뚱한 꿈을 갖지 않았다면 그들이 이룬 모든 성공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엉뚱함은 보편화된 지식에 대한 도전이며, 모험이기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지식이라는 허울에 바보로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질문, 과학적인 답 <위험한 과학책>

<위험한 과학책> (지은이 랜들 먼로 / 옮긴이 이지연 / 펴낸곳 시공사 / 2015년 4월 24일 / 값 각권 2만 2000원)
 <위험한 과학책> (지은이 랜들 먼로 / 옮긴이 이지연 / 펴낸곳 시공사 / 2015년 4월 24일 / 값 각권 2만 2000원)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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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과학책>(지은이 랜들 먼로, 옮긴이 이지연, 펴낸곳 시공사)은 아주 엉뚱한 질문에 과학적인 답변을 정리해 놓은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엉뚱하고 재미있습니다.

경고
이 책에 나오는 어떤 내용도 절대로 집에서 시도하지 마세요. 저자는 코믹 웹툰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의학 전문가나 안전 전문가가 아니에요.

저자는 불이 붙거나 무언가 폭발하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안전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겠죠? 출판사와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정보로 인한 그 어떤 직·간접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위험한 과학책> 5쪽-

책은 그 내용을 '경고'로 시작할 만큼 엉뚱하기 그지없습니다. 몇몇 질문만 간추려보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수영을 한다면', '다 같이 레이저포인터로 달을 겨냥하면', '70억 명이 다 함께 점프하면', '기관총으로 제트 추진기를 만들면', '하늘에서 스테이크가 떨어지면', '외계인이 우리를 보면', '헬륨 가스통을 들고 뛰어내린다면'… 등입니다.

질문 하나하나가, 어쩜 저런 걸 질문할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뚱하고도 기발합니다. 하지만 이런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과학적이고 논리적입니다.

- 만약 광속의 90% 속도로 던진 야구공을 방망이로 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해서 대략 70나노초 후에 야구공은 홈플레이트에 도달하게 됩니다. 타자는 아직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조차 보지 못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정보를 전달해 주는 빛이 야구공과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할 테니까요. 공기와의 충돌로 공은 거의 다 갉아 먹힌 상태가 되었을 테고, 이제 공은 탄소, 산소, 수소, 질소로 이루어진 총알 모양의 팽창하는 플라스마 구름이 되어, 공기에 부딪히며 지나가는 동안 더 많은 융합을 유발하겠죠. 엑스레이 층이 먼저 타자를 덮칠 것이고, 몇 나노초 후에는 파편 구름이 덮칠 겁니다." -<위험한 과학책> 26쪽-

야구장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받아치는 광경을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지도 모르는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눈 한번을 깜빡이는 시간이 보통 3초 정도라고 합니다. 1나노초는 0.000000001초입니다. 투수가 광속의 90% 속도로 던진 공을 던지면 0.00000007초 만에 타자가 서 있는 홈플레이트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빛의 속도에 버금가기 때문에 정작 타자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걸 채 인식하기도 전에 공은 이미 타자가 서 있는 홈플레이트에 도착한다는 설명입니다. 타자가 우연히 방망이를 휘두르다 맞출 수는 있겠지만 정확히 판단을 해 맞추기는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에 그치지 않고, 광속에 버금가는 속도로 날아온 공이 일으킬 수 있는 후폭풍 같은 문제들까지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질문들 중에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처럼 가질 수 있는 질문들도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수영을 한다면'과 같은 질문처럼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아주 엉뚱한 질문도 한둘이 아닙니다.  

- 지구와 비슷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행성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다면 서로를 찾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10만 년? 100만 년? 1000억 년?
"물리학자들이 쉽게 쓰는 방식(진공 상태에서 구체의 죽지 않는 인간을 가정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이 경우 답은 3000년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서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이 하루에 12시간씩 무작위로 지구 위를 돌아다니고, 최소 1km 이내로 접근해야 서로를 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지요." -<위험한 과학책> 258쪽-

엉뚱함을 기발함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식 궤도 수정

책에서 설명하는 질문들 중에는 나 자신이 가졌던 궁금증도 분명 있지만 정말 말도 안 될 것 같은 엉뚱한 질문도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쉬 이해되지 않는 이론, 복잡한 공식 등을 이용한 설명은 어렵고 지루하기기 마련입니다.

공간지각능력은 어떤 과학적인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책에서는 웹툰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명에 곁들여 있는 이러한 손 그림들은 질문에 대한 설명을 쉽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삼차원 좌표가 돼 줍니다.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답변들은 마냥 엉뚱함에 머물지 않고 기발함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 궁금증으로만 머물던 엉뚱함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계발시켜주는 지식 전환의 궤도로 이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위험한 과학책> (지은이 랜들 먼로 / 옮긴이 이지연 / 펴낸곳 시공사 / 2015년 4월 24일 / 값 각권 2만 2000원)



위험한 과학책 -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 옮김, 이명현 감수, 시공사(2015)


태그:#위험한 과학책, #이지연,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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