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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울산과학대 본관에 진입하려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22명을 연행했다
 20일 오후 울산과학대 본관에 진입하려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22명을 연행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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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늦은 저녁, 사회(노동)담당 기자들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울산과학대학이 용역을 동원해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고, 이 과정을 민주노총이 기자들에게 알린 것.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지부장 김순자)는 법원 가처분 결정에 따라 지난 18일 오전 6시 30분쯤 학교 밖으로 쫓겨났다. 이에 민주노총과 노동단체 등이 20일 다시 대학 본관 앞에 농성장을 꾸리자 울산과학대(이사장 정정길) 측이 용역을 동원해 이를 철거한 것.  (관련기사 :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학교 밖으로 쫓겨나)

특히 용역에 의한 부상자가 나오자 민주노총 등이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조합원 22명을 연행했다. 이날 김순자 지부장과 청소노동자를 도우러 온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현대차 비정규직 등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학 측은 법원 가처분에 따른 정당한 철거라고 하는 반면, 민주노총 및 노동단체와 청소노동자들은 "울산과학대는 폭력 용역을 동원하고 경찰은 이를 비호했다"며 "동부경찰서는 최저임금 청소노동자와 울산 노동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당초 21일 오전 울산노동고용지청 앞에서 갖기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오전 10시 울산 동구 동부경찰서 앞에 집결해 폭력연행 규탄 집회와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경찰을 항의방문했다.

용역 폭력 항의하며 본관 진입하다 부상자 속출

민주노총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0일 울산과학대 본관 앞 마당에 농성장을 마련했지만 울산과학대는 용역을 동원해 철거했다. 오후 4시까지 이런 상황이 4차례나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김순자 지부장은 천막을 부여잡고 있다가 용역이 끌고 가면서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부상자가 나왔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학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과 본관 진입을 선포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본관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을 도우러 온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가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소식을 들은 지역내 민주노총 조합원이 속속 울산과학대로 집결했고, 저녁 9시쯤 다시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진압되고 강선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 상당수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한 명과 현대차 비정규직 두 명은 부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선신 울산본부장 등 11명은 울산동부경찰서에, 11명은 중부경찰서에 각각 연행돼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대학측 폭력 용역, 경찰이 비호"

민주노총과 노동단체, 시민사회 대표 등이 21일 오전 10시 울산동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자를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노동단체, 시민사회 대표 등이 21일 오전 10시 울산동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자를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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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노동단체 등은 21일 오전 울산동부경찰서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측이 폭력용역을 동원하고 경찰은 이를 비호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연행이 울산과학대와 동부경찰서의 기획된 합작품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용역이 농성장을 철거한 오후 4시는 울산과학대와 새로이 계약을 맺은 청소용역업체 설명회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던 것.

민주노총 등은 "7년 전 당시 울산과학대 총장이 고용 약속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하지만 고용승계를 확인하는 자리인 업체 설명회 시간에 천막을 철거함으로써 청소노동자들이 설명회에 가는 것을 막았고, 경찰은 연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빼앗은 걸로 모자라 이제 고용조차 빼앗겠다는 말인가"고 되묻고 "그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신속하고 폭력적으로 이뤄진 이번 연행은 울산과학대가 자신들의 추한 민얼굴을 드러내겠다는 선포로 읽힌다"고 밝혔다.

또한 "폭력 농성장 철거에 대해 울산과학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기 위해 청소노동자들과 지역노동자들이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경찰은 경고 방송조차 없이 기다렸다는 듯 즉각 연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연행은 10분 만에 완료됐는데, 청소노동자를 포함한 22명이 연행되고 조합원이 팔 인대를 크게 다쳐 응급실로 후송되는 등 부상자 또한 속출했다"며 "하지만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가 병원에서 끌려나와 유치장에 갇혔고,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사람을 응급조치도 없이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충돌 과정에서 깨진 유리조각이 밑에 있었음에도 경찰간부는 '밟아' 명령을 내리는 등 반인권적 폭력연행을 했다"며 "몇 시간 전, 울산과학대가 고용한 용역깡패들이 파업농성장을 제멋대로 철거해도 꼼짝 않고 그들을 비호하던 모습과는 참 다르다"고 일침을 가했다.

울산경찰 "유리 출입문 파손하고 본관 침입한 피의자 22명 검거"

그러면서 "울산과학대가 사설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거액이 들어가는데 청소노동자 시급을 몇백 원 인상하는 것은 거부하면서, 거금을 들여 사설 경비를 고용했다"며 "노동자의 처우개선에는 돈을 못 써도 노동조합 탄압에 쓸 돈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인가"고 되물었다.

또한 경찰을 향해 "천막에 매달린 예순 넘은 여성노동자를 용역깡패가 콘크리트 바닥에 끌고 가면서 김순자 지부장은 허리와 어깨를 크게 다쳤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대학 본관 앞만 지키면서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권력이 사설학원인 울산과학대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따라서 이번 연행은 울산과학대와 동부경찰서의 기획된 합작품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노조의 정신은 가장 낮은 곳의 노동자와 손잡는 것이라 연대와 투쟁으로 힘들게 싸우는 청소노동자의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울산동부경찰서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20일 저녁 울산과학대 본관에 진입하기 위해 유리 출입문을 파손하고 본관 건물에 침입한 피의자 22명을 검거했다"며 "이들은 지난 18일의 울산지방법원 농성장 대집행에 항의하던 중, 본관에 진입하기 위해 수십 명이 유리 출입문을 철제 의자로 내리치고 발로 차 유리 출입문을 파손하고 경비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 작성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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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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