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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가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1년 5월 사건이 발생한 지 24년 만에,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한 지 7년 만에야 사법부 최종 판단을 받았다.

강씨는 201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판이 시작되고 내가 법정에 서서 지난 과거 기억을 더듬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지난 21년 동안의 내 인생을 보상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사법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석태 변호사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검찰의 공소 자체가 문제" 강기훈과 23년, 변호사의 눈물)에서 "조작 사건들에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무조건 항고한다. 그래서 재판을 더 오래 끌고, 고통은 더 오래 지속된다"며 "문제"라고 말했다.

재판과정이 길어지면서 겪는 피해자의 고통은 국제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오는 16일 열리는 2015 제3회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회의(광주트라우마센터 주관) 주제도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고문생존자 트라우마와 치유'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국제회의에서 김상훈 법무법인 빛고을 변호사는 '고문피해자 구제 및 배상을 위한 과거사재판에 대한 비판'이라는 발제를 통해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피해자 강씨의 사례를 소개할 계획이다.

김상훈 변호사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사건발생시로부터 24년, 출소시로부터 20년, 진실규명결정시로부터 8년, 재심청구시로부터 7년"이라며 "진실규명결정 및 재심청구로부터 이와 같이 고문 피해에 대한 회복조치에 발 을 들이지 못한 것은,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재심판결에 대한 상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2014년 3월 3일 접수하여 1년이 넘도록 사건 선고를 미뤘다는 점은 반국제법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연된 재판이 잘못된 재판보다 더욱 해악'이 될 수 있고, '재판의 지연은 권리보호의 거절'과 동의어가 될 수도 있는데, 강기훈 사건을 포함한 고문 피해에 관한 과거사 재판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재판 지연의 문제 외에,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또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국제회의에서 '한국 국가폭력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과정에 대한 반성'을 내용으로 하는 발제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소멸시효 문제, 배상금 회수 문제 등을 지적한다.

이밖에도 강영신 전남대 교수가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을 면담하여 작성한 '재판과정에서 고문생존자의 심리적 재외상' 발제가 준비되어 있다. 이날 국제회의에는 아람회 사건 관련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캄보디아(TPO), 필리핀(발라이재활센터), 터키(터키인권재단)의 '재판과정의 고문생존자를 위한 지원 사례' 등도 이야기 된다.

제3회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회의는 오는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302, 303호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된다. 모든 회의 내용은 영어로 동시통역된다.


태그:#강기훈, #국가폭력과트라우마국제회의, #광주트라우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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