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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전국의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여성, 인권단체들은 오는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5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벌인다(관련 기사 : "혐오를 멈춰라"... 전북에서도 성소수자 공동행동 동참).

세계보건기구가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시작된 아이다호 데이를 한국 사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혐오에 맞선 저항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해마다 성소수자 단체들이 여러 캠페인을 통해 알려오던 아이다호 데이. 올해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주 노동자, 여성, 인권 단체들이 하나 되어 공동 행동을 벌인다. 최근 들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이 조직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위협하는 심각성이 가열화된 결과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다.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앞두고 전북 지역에서 간담회를 지난 4월 28일 개최한 바 있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나라 활동가를 지난 11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에 맞선 연대와 행동 보여주고 싶다"

지난 4월 28일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앞두고 진행한 전주지역 간담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나라 활동가는 무지개버스 동참을 호소하며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 참가한 전주지역 인권활동가들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활동에 연대를 약속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지난 4월 28일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앞두고 진행한 전주지역 간담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나라 활동가는 무지개버스 동참을 호소하며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 참가한 전주지역 인권활동가들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활동에 연대를 약속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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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아이다호 공동행동의 목표가 있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편견은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 지난해부터 부쩍 심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청 점거 농성이 있었다. 농성에 함께한 이들과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받고 현실을 변화하기 위해선 함께 싸워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시작으로 혐오에 맞선 연대와 행동을 드러내고 싶다."

- 한국 사회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달라.
"2000년대 초반 방송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등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성소수자 운동도 그 사이 많이 성장했다.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성소수자들의 교류가 늘었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행사인 퀴어 문화 축제가 성장하는 등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행동들이 뒤따랐다."

-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생각하나?
"각종 설문 조사와 인식 조사 등의 결과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이 사회가 인식하고 인정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차별과 관련된 조사를 살펴 보면 동성애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 중 하나고, 그 심각성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진보 진영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 원칙이 자리 잡았지만, 차별적 제도의 변화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어느 수준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욕설과 막말도 한국 사회에서는 의견으로 인정 받는다. 성소수자를 인정하자는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명제가 통용되고 있다. 차별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다.

2014년 'LGBT 사회적 욕구 조사'를 통해 드러난 상황은 심각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623명 중 45%가 말투나 행동으로 폭언과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은 46%에 이른다.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약 4%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안전망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전체 성소수자 중 42%가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했으며, 28%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지 못해서 차별과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고, 차별 받을까봐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어떤 이유로라도 용납해선 안돼"

아이다호 공동행동 전주지역 무지개버스 모집 포스터
 아이다호 공동행동 전주지역 무지개버스 모집 포스터
ⓒ 아이다호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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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낳는 것은 무엇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부정은 인간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혐오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혐오는 성소수자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배운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파트너가 아파도 의료 결정권이 없다. 트랜스젠더는 일을 구하는 것조차 힘겹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보수 집단들이 세력화하기도 했다. 2007년 정부는 혐오의 목소리에 굴복해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다. 그 후에도 보수기독교 집단이 국가 정체성 위기와 도덕·윤리 훼손을 이유로 조직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가로막고 있다. 국회에 로비하며 동성애 관련 법안의 입법 저지와 합법화를 막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다.

최근에 논란이 된 서울시민인권헌장과 학생인권조례도 그들은 '동성애 합법화'로 정리한다. 요즘은 광주에서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는 등 반동성애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집단은 성소수자가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와 국가를 문란하게 하며 비윤리적인 존재라고 낙인을 찍는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는 성차별적인 성별 고정 관념과 위선적인 성도덕을 강화할 뿐이다. 존엄과 인권을 해치지 않는 합의에 의한 성적 관계는 존중받아야 한다."

-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가?
"혐오에 맞선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운동이다. 그리고 혐오는 인간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더 이상 이 사회가 성소수자 혐오를 용납하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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