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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남긴 메모와 육성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1년 5~6월께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당시 홍 지사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라 1억 원은 '경선자금 지원용'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지난 8일 홍 지사를 소환조사했고, 홍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부인하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지사의 구속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그런데 '1억 원'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조기졸업을 위한 로비와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홍 지사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남기업, 재무상황 호전되지 않았는데 워크아웃 조기졸업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앞.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 앞.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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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중견 건설업체인 경남기업을 인수했다. 서산토건, 대아건설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크게 확장하던 그는 경남기업을 인수해 시공능력 26위, 연매출 2조 원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이 인수하기 전인 지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1차 워크아웃을 거쳤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인수한 뒤인 지난 2009년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8년 말 불어닥친 국제 금융위기 여파도 있었지만 수완에너지와 별내에너지 등 에너지 사업과 1조 원대 규모의 베트남 랜드마크 타워 사업 등에 투자하면서 자금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애초 경남기업의 2차 워크아웃은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6월까지 3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남기업은 지난 2011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12년 6월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워크아웃 기간에 매출 목표액을 90%까지 달성하는 등 재무상태가 호전됐다는 것이 워크아웃 조기졸업의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공개한 '경남기업 주식회사 경영정상화 가능성 평가보고서 요약본'(2011년 3월 2일)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아웃을 진행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249.9%였지만,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위해 산정된 지난 2010년 경남기업의 부채비율은 256%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 총이익은 1538억 원(2008년)에서 1158억 원(2010년)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만 654억여 원에서 약 700억 원으로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특히 이 보고서는 "2011년과 2012년에 총 5121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3175억 원이 부족하다"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재무상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한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경남기업이 조기졸업한 후에도 자금 유동성이 부족할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채권단이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켜준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자 분명한 특혜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채권단은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함께 2차 워크아웃 당시 빌려준 신규자금 1741억 원과 회사채 1445억 원, 주채무전환 172억의 원금 분할상환 시점을 각각 2012년 6월 이후부터와 2015년 12월부터로 연장했다. 이렇게 상환시점을 연장해준 원금만 총 3358억 원에 이른다. 워크아웃을 조기졸업시켜주면서 채무 상환까지 연장해준 것이다. '특혜'라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홍준표 1억' 워크아웃 로비자금이라면 '뇌물수수' 적용 가능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검찰 소환된 홍준표 "이런 일로 심려끼쳐 죄송"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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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교롭게도 경남기업이 지난 2011년 5월 2차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할 당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지사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홍 지사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허 전 비서실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정책을 관할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감시․감독하는 곳이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기업의 워크아웃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성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5~6월께 홍 지사에게 1억 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 전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러한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4월 9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홍준표 1억 원'의 경우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줬다"라고 말했고, '허태열 7억 원'의 경우에는 "기업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핵심에 있을 사람들 얘기하면 무시할 수 없잖습니까, 그래서 많이 도왔다"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홍 지사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서 당 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1억 원'은 대체로 한나라당 대표 경선(2011년 7월) 자금 지원용으로 해석됐다. 허 전 비서실장에게 건넸다고 한 7억 원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2007년) 자금 지원용으로 간주됐다. 허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이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건넨 돈은) 그것(7억 원)보다도 더 훨씬 많지만 7억이나 10억이나 15억이나 의미가 뭐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경선을 포함한 대선자금뿐만 아니라 로비 등 다른 용도로 허 전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넸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런 가운데 검찰에서 현재 수사하고 있는 '홍준표 1억 원'은 경남기업 워크아웃과 관련된 '로비자금'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성 전 회장이 허태열, 홍준표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을 통해 경남기업 채권단 등 금융권을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김기식 의원은 12일 낸 논평에서 "2011년 5월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할 당시 홍 지사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었고,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었다"라며 "(이들은)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따라서 2011년 6월 전후에 성 전 회장으로부터 홍 지사에게 전달된 1억 원의 용도는 단순히 한나라당 대표 경선자금이었는지 아니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건넨 1억 원이 경남기업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한 로비자금이었다면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거기에까지 닿을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계와 금융계, 관계 등에 포진하고 있던 '성완종 비호세력'을 추적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원금 분할 상환 재연기 시점... 성완종, 국회 정무위 소속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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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채권단은 지난 2011년 5월 2차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함께 원금 분할 상환 시점을 연기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기업은 지난 2012년 6월 1회만 상환하는 등 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했다. 이는 다시 워크아웃 등을 검토할 수 상황이었지만 채권단은 원금 상환을 한번 더 연기해줌으로써 또 다시 특혜 의혹을 불러왔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012년 12월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2015년 6월까지 분할상환하기로 했던 1276억 원(워크아웃 신규자금)의 상환 시점을 2015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 6개월 연장해주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치러진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성 전 회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지난 2012년 12월 11개 채권금융기관에 경남기업의 유동성 해소를 위해 채권 상황 기일을 조정하자고 요청한 공문.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지난 2012년 12월 11개 채권금융기관에 경남기업의 유동성 해소를 위해 채권 상황 기일을 조정하자고 요청한 공문.
ⓒ 김기식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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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홍준표, #성완종, #허태열, #경남기업, #워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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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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