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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서쪽문인 화서문 옆 팔달산 쪽 언덕에 서북각루가 있다. 서북각루는 성 밖 화서공원에서 바라보면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모습이 장쾌하게 아름답고, 가을이 되면 억새와 어울려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서북각루에 올라 성 밖을 바라보면 숙지산 쪽 아파트 단지와 영화동 쪽 주택단지만 눈에 들어오지만, 옛날에는 광활한 대유평이 펼쳐졌으리라.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대유평의 가을 모습을 생각해보면 드넓은 평야에서 풍년가가 들려오는 듯하다.

지난 주말 서북각루에서 출발해 화서문, 장안문, 화홍문, 창룡문을 거쳐 남수문까지 수원화성을 답사했다. 다른 어느 때 보다도 각루(角樓)와 포루(鋪樓)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창룡문을 지나고 동일포루와 동이포루를 지나 동남각루에 이르렀을 때 망치로 머리를 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찌된 일인지 동이포루는 각루처럼 생겼고, 동남각루는 포루처럼 생긴 것이다.

방화수류정, 원래는 판문이 있었다
▲ 수원화성 동북각루 방화수류정, 원래는 판문이 있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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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루는 성곽 주변을 감시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물로 수원화성에는 요충지 네 곳에 세워졌는데, 서북각루(西北角樓), 동북각루(東北角樓, 방화수류정), 동남각루(東南角樓), 서남각루(西南角樓, 화양루)다. 포루는 적이 볼 수 없게 치성 위에 군사들이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물로, 수원화성에는 다섯 곳에 세워졌는데, 서포루(西鋪樓), 북포루(北鋪樓), 동북포루(東北鋪樓, 각건대), 동1포루(東1鋪樓), 동2포루(東2鋪樓)이다.

답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네 곳의 각루 중 세 곳은 사방이 뚫려있어 성안과 밖을 조망할 수 있게 돼있어 시선이 시원한데, 동남각루만 판문이 설치돼 있다. 다섯 곳의 포루 중 세 곳은 판문이 설치돼있고 두 곳은 판문이 설치돼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구조와 기능이 비슷해 보여 답사객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화성성역의궤'다.

판문이 설치되어있는 동북포루
▲ 수원화성 동북포루 판문이 설치되어있는 동북포루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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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화성성역의궤'를 펼쳐보니 바로 해답이 나왔다. 각루를 지을 때는 네 곳에 모두 판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동남각루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라진 것이다. 덕분에 답사객은 서북각루에서는 멋진 억새밭을 볼 수 있고, 방화수류정에서는 용연과 화홍문의 아름다운 모습과, 동북공심돈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볼 수 있고, 서남각루에서는 팔달산 남쪽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포루는 지을 당시부터 세 곳은 판문이 설치돼 있었고 두 곳은 판문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원래 판문이 있었다
▲ 수원화성 동이포루 원래 판문이 있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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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루와 포루를 설명하는 간판에 이런 내용이 없으니 답사객은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방화수류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각루와 포루는 부서진 것을 복원한 것이다. 유물 설명 안내판을 교체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두면 앞으로도 수원화성의 건축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이어질 것이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아 문화재 공부도 꽤 하고 있으며, 수원화성을 수십 번 답사하면서 나름대로 수원화성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자존심이 확 상해버렸다. 문화재를 보이는 그대로 답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속속들이 그 내면의 모습도 볼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 #각루, #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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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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