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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최신 신제품만 인기 있는 건 아니다. 가격은 '사장님 가족 할인가'보다 싸지만 성능은 우수한 제품이 있다. 바로 중고품이다. 새것의 매력을 포기할 줄 아는 실속파라면 중고품은 아주 훌륭한 상품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소모품이나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게 아니면 중고 장터를 뒤져보고 나서 신상품을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개인 중고 거래에 대해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듣게 된다. 사기꾼도 많고, 거래 자체가 불편하고, 문제도 많다더라 하는 것들 말이다. 왜들 말이 많을까? 중고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허점을 추려봤다.

중고 거래, 사기는 왜 당하나?

이 카페의 상품페이지 상단에는 판매자의 아이디가 보인다. 그걸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카페의 상품페이지 상단에는 판매자의 아이디가 보인다. 그걸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중고나라>카페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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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족 거래, 흔히 '사기 당했다'고 표현하는 거래에도 급수가 있을 텐데 크게 2가지로 분류해 보자. 범죄 신고가 가능한 '허위 거래'와 범죄라고 하기에는 애매한데 나는 분명히 당한 느낌이 드는 '불량 거래'다.

허위 거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원인은 크게 보면 '귀찮음'에 있다. 뚱딴지같은 소리 같겠지만, 일단 그 속을 들여다보자. 나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중고 거래를 많이 한다. 그 카페라는 공간은 주인도 있고, 관리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거래 자체에 관여를 하지도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저 자리만 깔아준다. 거래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인터넷 중고 거래는 가게에서 사람을 마주하고 물건을 사는 게 아니다. 그러니 오프라인에서 물건 사는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해야 한다.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꼼꼼함을 발휘해야 할 때 귀찮음을 못 이기고 물건에 대한 욕심을 키우면 사고가 발생한다. 정확히는 허위 판매자들이 그걸 이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중고거래 카페인 '중***'에서는 판매자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고, 클릭 몇 번이면 판매자가 그간 써 온 글이나 그 카페에 들어온 방문 수, 개인 블로그 상태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판매자가 올린 글이 몇 년에 걸쳐 다양하게 있다면 그 판매자는 믿을 수 있다. 수년간 지속적인 사기 판매는 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그런 기록이 없으면 믿을 수 없나?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난생 처음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판매 완료된 글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판매자가 진솔한 초짜인지 능구렁이 사기꾼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런 불신의 늪에 안전판을 걸 수 있는데 그게 '안전 거래'다. 속칭 '안전 거래'란 전문 업체를 사이에 두고 신용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구매자가 돈을 먼저 지불하긴 하지만, 돈이 바로 판매자에게 가지 않고 업체를 통해 판매자에게 지불된다. 만약 구매한 물건이 도착하지 않거나 물건에 하자가 있다면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 이런 신용 거래를 가능하게 해 주는 업체에서는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사기꾼에게 백 번 물어보고 확인해봐야 소용없다. 아무리 좋은 말도 다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미심쩍다면 번거롭고 약간의 비용도 발생하지만 안전 거래를 이용하는 게 좋다. 물론 나를 속이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전문 범죄자를 100% 골라낼 방법은 없다. 그래도 저 두 가지만 귀찮아하지 않아도 상당 부분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불량 거래의 원인은?

범죄자의 손아귀를 피해갔다고 해서 중고 거래가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오히려 낮에 직장 다니다 퇴근해서 컴퓨터 앞에서 중고 물품을 파는 평범한 사람에게 속았을 때 울화는 치밀어 오른다. 딱히 판매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거래가 끝난 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고 더 짜증 난다. 이런 불만족 거래가 불량 거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단연코 주체 못할 흥분에 있다.

흥분.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물건을 사겠다고 마음 먹고 돈을 손에 쥐고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흥분을 하게 된다. 얼굴에는 홍조가 돌고 침은 마르고 심장은 빠르게 뛴다. 마치 누군가 저 물건을 금방이라도 빼앗아 갈까 봐 조바심이 생긴다. 아닌 게 아니라 좋은 조건의 중고품은 판매자에게 몇 분만 늦게 연락을 해도 이미 거래 중이라거나 판매됐다는 맥 빠지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그래서 물건을 발견하면 흥분하게 되고 흥분이 커지는 만큼 냉철한 이성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개인 거래가 아니고 전문 판매자와 하는 거래라면 구매자가 흥분을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전문판매자가 이것 저것 제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꼭 챙겨서 알아둬야 할 체크 사항을 묻지 않아도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 거래는 다르다. 내가 묻지 않으면 판매자도 알려주지 않는다.

제품의 하자를 숨기거나 속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결함이나 흠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고 꼭 알아야 할 게 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대수롭지 않은 긁힘이나 얼룩, 혹은 부품이지만 구매자에게는 절대 용납 못할 결함일 수 있다.

그래서 구매자가 특정해서 묻지 않으면 판매자는 할 거 다 했다는 표정으로 돈을 받고 유유히 사라지는 거다. 나중에 구매자가 문제를 인지해서 바로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고생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욕심을 채워줄 물건을 손에 쥐기 직전에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라고 해 본들 사흘 굶은 사람에게 배 채우기보다는 맛을 음미하라는 소리 같은 공염불이다. 흥분하되 챙길 건 챙겨야 한다. 미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두고 꼼꼼히 물어보고 확인해 달라고 판매자에게 요청하면 가장 좋다.

보통 사진으로 제품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판매자도 전문가가 아닌지라 사진으로 상태를 확인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 또, 외관은 그렇게 확인한다지만 직접 써 볼 도리가 없으니 써 본 사람(판매자)에게 이것저것 미리 체크해 달라고 하는 거다.

어차피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아마추어다. 최대치를 체크하고 판다기 보다는 꼭 필요하고 자신이 아는 한에서만 확인하고 판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니 구매자는 최대한 판매자를 귀찮게 하면서 확인할 건 확인해야 한다. 그 과정없이 거래가 끝나고 나서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와 분명히 체크해 달라고 했는데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거래를 되돌려놓는 속도와 수고는 많은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중고거래를 어지간히 해 본 거래자들에게는 뻔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중고 거래라는 신세계로 들어서려고 마음먹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꼭 쥐고 컴퓨터 앞에 떨리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 이들에게는 약간의 생활 정보가 되리라 믿는다. 이번이 중고거래 초급자 코스였다면 다음에는 한 발 더 심도있게 중급자 코스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캠핑 블러그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태그:#중고나라, #중고거래, #중고사기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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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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