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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GPS를 켜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경로를 찾는다. 가는 길 심심하지 않게 간단한 절차로 게임을 다운받는다. 게임을 받기위해 동의해야 할 항목들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동의를 누르고 게임을 한다. 우리는 일상의 편리성에 취해 있는 듯하다. '통제'라는 것은 이전 세기에나 있을 법한 교과서 속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감시'당하고 '통제' 당하고 있다. 그저 은연 중에 일어나는 일이라 알아채기 힘들 뿐이다. 또한 예전의 노골적인 방식이 아닌 '정보의 편리성'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치추적장치(GPS)가 설치된 업무용 차량을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에게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와 삼성전자서비스의 공고한 신뢰관계를 위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배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급하는 차량에 부착된 것은 GPS, 블랙박스 등이었다. 이것들은 업체노동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머무르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또한 기록하는 것이다. 즉, 담당 구역을 벗어나면 '지역이탈'이라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감시와 통제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예전의 공장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노골적인 감시와는 달리 '정보수집'이라는 편리함을 이용한, 보다 높은 차원의 감시다.

이것은 고도화된 통제가 노동자에게 어떻게 이루어지는 보여주는 사례다. 이보다 폭넓은 사례는 소비자들을 향한 정보수집이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가입된 포털사이트가 적어도 하나 이상은 될 것이다.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온라인게임, 온라인쇼핑 사이트 역시 회원들의 수는 상당하다. 사이트 대부분이 가입을 위해서 이용자들에게 본인 확인과 약관 동의를 요구한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그리고 정보수집에 대해 동의를 하고 나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계약서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이지만 우리는 클릭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기에 그다지 개인정보공개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2008년, 옥션이라는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중국인 해커에 의해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1800만에 달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불가항력적 외부침입을 막기 어려운 특수성을 인정해 업체 측에 배상책임을 묻지 않았다.

물론 전문해커의 소행이고 정보통신서비스의 '개방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가입의 단계에서 개인의 정보를 얼마나 방대하게 수집했고 관리가 소홀했는지, 그것이 이번 사건이 알려주는 근래의 체계가 가진 문제점이다. 정보통신은 더군다나 그 '개방성'으로 개인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남기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편리하게 이용하는 '정보서비스'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일일이 기록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의 감시' 속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지난 2월, 고객의 개인정보를 매매유통 시킨 홈플러스에 대해 소비자단체 십여 곳에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고객의 정보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소비자권리를 지키기 위한 취지에서 열린 운동이다. 이러한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 찾기 중 하나이다. 정보의 중요성이 더해가는 요즘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야 한다는 당연한 시선에서 시작된 것이다.

제도적으로 정보에 대한 책임을 막중히 부여하는 것, 정보수집에 제한을 두는 것은 더 좋은 방법이다. 아직도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동의서를 요구하는 사이트들도 많다. 또한 정보유출에 대한 법적 처벌도 그 강도가 책임에 비해 엄중하지 못하다. 불매운동 같은 경우에는 특정 기업에 대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제도적인 방패막이를 만드는 것은 특정 기업이나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개개인을 번호로 지정해 손쉽게 감시, 관리하는 나라는 유일무이하다. 다른 나라 얘기 같지만 주민등록증을 부여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에 관한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익숙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둘러보자. 우리가 익숙하고 편한 것들이 우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달리 보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통제에 둘러싸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유로운 우리로 남기 위해선 편리에 마냥 취해있지 말아야 한다. 차츰차츰 잃어가고 있는 권리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태그:#개인정보유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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