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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는 말했다>
▲ 이민희/ 느림보 출판사 <라이카는 말했다>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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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인간이 '불'을 사용하여 문명을 발달시키기 시작한 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덕이라고 합니다. 제우스가 꼭꼭 숨겨 놓은 불을 인간들에게 훔쳐다 준 것이지요.

화가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잡아들여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어 놓고 자신의 독수리를 보내어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게 합니다. 하루 종일 파먹힌 간은 밤새 다시 돋아나 이튿날 또다시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됩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 프로메테우스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고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참 숭고한 희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희생'들이 문명의 발전 앞에 꼭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항공기 개발에 생애를 바친 '라이트 형제', 방사능 연구에 평생을 바친 '퀴리 부부' 이런 분들이 있어 과학이 발전하고,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온 것이지요. 인종차별과 민족해방을 위해 투쟁했던 '마하트마 간디', 흑인 인권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마틴 루터 킹' 이런 분들이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자유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매년 4월 셋째 주 목요일에 '감은제'를 지냅니다.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한 분들을 위한 합동 추모제입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매년 신약 개발, 백신 연구 등의 과정에서 희생된 동물들의 혼을 위로하는 '실험동물 위령제'를 가집니다. 모두 인류를 위한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일들입니다.

'라이카'는 최초의 우주실험동물이었습니다. 러시아가 우주를 향해 발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의 탑승자였지요. 그 이전에도 우주실험동물은 있었지만,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일정기간 살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였습니다.

라이카는 우주 공간에서 외롭게 죽어갔지만 라이카 덕분에 우주개발은 가속도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민희의<라이카는 말했다>는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된 라이카에 대한 헌정입니다. 라이카가 하고 있는 말, 라이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지 라이카의 말일 뿐 아니라 인류를 위해 살다간 모두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롭고, 배고프다고, 우주는 텅 비었다고 말하는 라이카의 말이 고맙고 가슴 아픕니다.

라이카는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타고 떠나기 4년 전인 1957년에 우주로 갔습니다. 외롭게 혼자서, 고통을 참고 말입니다. 유리 가가린은 모두에게 기억되는 영웅이 되었지만 라이카는 잊혀집니다. 사람들은 앞 다투어 우주선을 발사하고 이제 우주 정거장까지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라이카는 아직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민희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될 수 있는 라이카의 이야기에 생뚱맞은 뿌그별 이야기를 슬그머니 집어넣어 경쾌한 대반전을 만듭니다. 라이카가 아주 먼 곳 뿌그별에 사는 욜라욜라와 그 동료들을 만나게 만든 것이지요. 뿌그별에서 지구 대표가 된 라이카의 모습을 보면 "고마워. 라이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라이카의 이야기는 단지 '실험동물'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삶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외침이었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이름 없이 떠났다 해도, 하나둘 잊혀졌다 해도 인류의 미래 어느 한 곳에서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힐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라이카처럼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  떠오릅니다.

이제 라이카 덕분에 뿌그인들이 지구를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날 것입니다. 이제 당신 덕분에 지구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라이카의 삶에 매력을 느낀다면 말입니다.


라이카는 말했다

이민희 글.그림, 느림보(2007)


태그:#라이카는 말했다, #이민희, #그림책, #느림보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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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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