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24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4회 경남도민체전 개회식장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24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4회 경남도민체전 개회식장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허위'임을 주장하는 홍준표 경남지사. 그런데도 왜 법적 대응 입장은 밝히지 않는 걸까.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홍 지사의 대응이 이전에 했던 진주의료원 폐업이나 무상급식 중단 때와는 달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홍 지사는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에서 당선해 취임했다. 홍 지사 취임 뒤 경남도청이 했던 고소고발, 소송 등 법적 대응은 많았다. 홍 지사가 직접 했던 소송도 있었고, 경남도청이 했던 법적 대응도 있었다.

경남도청은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야당 소속 전 국회의원과 전 경남도의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간부,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 건조물침입,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보도했던 2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홍 지사는 모두 패소했고, 언론사 기자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 주었다.

올해 들어 경남도청은 무상급식 중단 사태와 관련해 교육장 3명과 교사 8명을 명예훼손과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법적 조치가 이어지자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정말 후안무치의 끝을 보여주는 행위"라며 경남도청을 비난했다.

경남도청은 지난 4월 2일 '무상급식 중단 규탄 1147명 교사 선언'과 관련해 전교조 경남지부 간부 등 교사 8명을 고발하면서 "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예외없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한 달 가까이 온갖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홍 지사는 아직 법적 대응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 주장", "허위보도", "어이없는 보도"라면서도...

홍 지사는 2011년 옛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때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국회의원)한테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4월 10일 처음 알려졌고, 그 뒤 온갖 보도들이 나왔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이 나왔고, 홍 지사 측근들이 돈 전달자한테 회유 시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동안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언론의 보도에 대해 '허위보도'라 하기도 하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4월 10일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에 대해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얼굴은 알며 서로 친밀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주변 사람을 통해 로비할 수 있다"면서 '배달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홍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고인의 일방적인 주장 하나로 모든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홍 지사는 4월 14일에도 페이스북에 "하도 어이없는 보도가 계속된다"고 했다.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 홍 지사는 '성완종씨 측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수사로 명백히 밝혀질 일을 기정사실화해서 얽어매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뒤 4월 16일 홍 지사는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메모에 등장하는 명단은 모두 청탁을 거절한 사람들"이라 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봐달라고 했을 때 거절했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일부 언론은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윤승모씨가 경남기업 측에서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아 홍준표 의원 사무실에 전달했다"고 보도하자, 홍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성 전 회장이 "돈을 잘 받았느냐"고 확인전화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홍 지사는 "그런 전화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홍 지사는 언론 취재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 21일 출근길에 거취를 묻는 언론사 기자한테 "불쾌하다"며 "어느 언론사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 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올무'라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4일 홍 지사 측근들이 돈 전달자로 알려진 윤승모 전 부사장을 회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홍 지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만났을 수 있고, 그것을 회유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은 계속되었다. 홍 지사는 4월 27일 출근길에 "언론이 사냥감 몰이하듯 한다"며 "내가 언론의 사냥감이 된 지가 보름이 넘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허위보도들이 있었나, 마치 사냥감 쫓듯이 이런 식으로 허위보도하는 것에 대응을 일일이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완종 메모'는 재판 증거 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 지사는 지난 29일 출근길에 "성완종 회장 고인이 돌아가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라 했고, 5월 1일에는 "인터뷰(경향신문) 내용의 전문을 보면 거기에는 허위, 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특신상태(특별히 신뢰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엔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

3일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는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팻감'은 바둑에서 패를 이기고자 사용하는 수를 의미하는 용어로 비유된다.

홍 지사는 "성완종 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다른 분들은 정치세력이 뒷받침되지만 나는 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소나기가 그치면 해가 뜬다, 무지개도 뜬다"고 했다. 홍준표 지사는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4월 29일 홍 지사의 일정담당 비서를 소환해 조사했고, 2일에는 돈 전달자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홍 지사를 소환조사할지, 성 전 회장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사실로 드러날지 아니면 홍 지사 바람 대로 '무혐의'로 끝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홍준표 지사, #성완종 리스트, #무상급식, #진주의료원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