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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부터 현재(1일)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149명이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난 1월부터 현재(1일)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149명이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에 참여했다.
ⓒ 페이스북 '기억하겠습니다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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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누구에게 5월은 여전히 눈 앞에 살아 있는 아픔이지만, 누구에겐 이젠 쳇바퀴의 한 귀퉁이가 됐다. 누구는 5·18민중항쟁(아래 ·5·18)이 기억되길 원하고, 누구는 5·18을 애써 감추고자 한다. 아마 대부분에겐 잊힌 기억일 수도 있다.

35년 전 광주에 흘렀던 피는 이제 책 속에 응고해 있다. 굳은 기억은 존재를 흐리고, 흐린 존재는 자연히 박제된다. 그렇게 5·18이 '35년 전 어느 한 사건'으로 굳어지면 그것 때문에 아픈 이들은 더 큰 아픔을 겪고, 5·18을 감추려는 이들은 아픈 이들에게 되려 손가락질한다. 지금, 국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고 있는 것처럼. 국가의 방임 속에 5·18은 폭동이 됐고, 떨어진 꽃잎은 폭도가 됐다.

"5·18이 단순히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세대인 우리에게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홍보 영상을 만드는 '시네마틱 퍼슨'의 대표 권명국씨는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란 페이지를 만들었다. 페이지에는 저마다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시민들의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부산 출신, 서울 거주, 1983년생. 광주, 그리고 5·18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권씨는 왜 "5·18을 기억하자"는 SNS 캠페인을 벌였을까.

현재까지 149명 참여... 이번 달 말까지 계속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 참여 홈페이지(http://me2.do/G7JnfxXC).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 참여 홈페이지(http://me2.do/G7JnfxXC).
ⓒ 페이스북 '기억하겠습니다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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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은 '(5·18이 일어났던) 1980년에 만약 SNS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현재의 환경 속에서 5·18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가자는 메시지를 자발적으로 퍼뜨려보고 싶었다."

5·18기념재단과 함께 올해 5·18 홍보 영상을 제작하게 된 권씨는 SNS를 수단으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채 5·18을 이야기하는 캠페인을 구상했다.

캠페인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캠페인 참여 홈페이지(바로가기)에 들어가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찍은 얼굴 사진을 등록하면 된다. 권씨는 등록된 사진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옮기고, 홍보 영상에도 담을 계획이다.

"어느 순간부터 5·18 이야기를 쉬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느낀 권씨는 "(캠페인의 결과물인 홍보 영상도) 수능을 보기 위해 지루한 교과서로 5·18을 공부한 세대가 좀 더 입체적으로 5·18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광주시민은 자신들의 생각들과 눈 앞에 벌어진 현실을 바로 옆 지역에조차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현재 우리는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정보를 얻고, 스스로 미디어가 돼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때문에 1983년생인 저를 포함해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5·18 당시의 언론 통제를 이해하기 어렵다."

5월 1일 현재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149명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많은 시민들이 방에서, 직장에서, 카페에서, 여행지에서 저마다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사진을 보내왔다. 어느 외국인들은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사진을 찍어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국·한홍구·최정운 교수 등 학계 인사들, 5·18을 소재로 한 소설 <봄날>의 임철우 소설가, 5·18 당시 <전남매일신문> 부국장이었던 문순태 소설가 등도 캠페인에 함께했다. 

이번 홍보 영상의 감독인 권씨와 그의 아내이자 작가인 김민주씨도 손에 '기억하겠습니다 5·18'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권씨는 "(5·18을 인식하는 데 있어)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작전명 '화려한 휴가'에 의해 전남도청의 시민군이 진압당한 5월 27일을 기억하며, 이번 달 말까지 계속된다. 홍보 영상은 18일을 기점으로 10여 일 전부터 세 차례 티저(예고) 영상을 내놓고, 18일에 본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래는 5월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 권씨와 한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외국인 참가자 기억에 남아"

페이스북 '기억하겠습니다 5·18' 페이지.
 페이스북 '기억하겠습니다 5·18' 페이지.
ⓒ 페이스북 '기억하겠습니다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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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페이지 '기억하겠습니다 5·18'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이런 캠페인을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행하게 됐다.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A4용지에 '기억하겠습니다 5·18'이란 문구를 써서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면 된다. 이 사진들은 홍보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어느 순간부터 5·18을 이야기하는 것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 아이디를 공개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5·18을 기억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게끔 유도하고 싶었다."

-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캠페인에 참여했나.
"149명이 참여했다. 5월 이전까지 참여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5월이 되고 5·18이 다가오면 더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지금까지 들어온 캠페인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외국인 참가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홍보 동영상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국립5·18민주묘지에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지난 2월 그곳에서 외국인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 혹시 개인적으로 광주 또는 5·18과 인연이 있나.
"부산 출신이다. 20대 때 서울에 올라와 서울 생활도 10년 정도가 돼 간다. 광주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5·18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에 작업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경기도 평택 출신의 아내도 이번 작업에 작가로 참여해주고 있는데 저와 아내 모두 누가 시켜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5·18 향한 손가락질, 아이러니"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 <봄날>의 임철우 소설가, 이번 캠페인을 구상한 권명국씨, 외국인 브렛 세섬스(Brett Sessums)씨.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 <봄날>의 임철우 소설가, 이번 캠페인을 구상한 권명국씨, 외국인 브렛 세섬스(Brett Sessums)씨.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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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 5·18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혹시 작업을 하며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엄청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앞서 말했듯, 기존에 알고 있던 5·18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 박제된 사실 정도였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5·18이 단순히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세대인 우리에게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 작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을 텐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유가족들을 10명 넘게 만났는데,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에 남아 항쟁했던 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5·18과 그 이후 민주화 과정을 계기로 나름 권력과 사회적 성공을 누린 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에 남아 있던, 이른바 기층민들은 지금껏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인데 보상받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 속에 사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사회적 인식과 인정이 너무 부족하다. 오히려 5·18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분위기를 보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 5·18을 둘러싼 역사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18일 즈음에 공개할 영상에 이와 관련된 생각이 들어가 있다. 영상을 통해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왜곡에 대응하거나, 그것을 지나치게 거론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지난해 12월부터 홍보영상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대중에 공개하는 일정은 어떻게 되나.
"18일을 기점으로 10여 일 전부터 세 차례 티저(예고) 영상을 내놓고, 18일에 본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은 5·18 이후 세대가 볼 것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수능을 보기 위해 지루한 교과서로 5·18을 공부한 세대가 좀 더 입체적으로 5·18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

- '기억하겠습니다 5·18' 캠페인은 18일로 마무리되는 건가.
"일단 이번 달 말까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5·18이 18일에 시작해 27일까지 계속되지 않았나. 5월 이후엔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5·18기념재단과 상의해 계획을 짤 생각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5·18, #기억, #권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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