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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30일은 베트남이 통일된 지 40년 되는 날이다. 베트남 인민들은 미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를 큰 희생을 치르고 자력으로 마침내 통일을 이뤄냈다.

통일을 못한 우리나라는 한쪽은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으나 자주권이 없고, 다른 한쪽은 자주권을 누리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하다. 더구나 같은 민족끼리 왕래도 하지 못하면서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 양쪽 모두 체제 유지에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베트남과 상생의 길, 자존심을 세워주자

1954년 5월 7일. 베트남의 북부 라오스와 접경 지대에 있는 조그만 마을 디엔비엔푸(Dien Bien Phu)에서는 세계적으로 기념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약소국 베트남이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강대국 프랑스를 자신의 힘으로 격퇴한 일이다.

베트남을 식민 지배 했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연합국의 후원으로 베트남을 계속 식민지로 삼으려 했다. 하이퐁 폭격을 시작으로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는 베트남과 라오스 그리고 중국과의 연결된 고리를 끊고자 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디엔비엔푸을 점령해 진을 쳤다. 육로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이곳에 미국의 원조로 막대한 군사 장비를 헬리콥터로 이송했다.

이에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인민은 한 마음으로 저항했다. 역사 교사 출신인 베트남의 지압(Vo Nguyen Giap) 장군의 지휘 아래 베트남 인민의 피와 땀으로 대포를 산 위로 끌어 올려 프랑스 군을 공격했고,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프랑스는 베트남에 들어온 지 100년 만에 마침내 베트남을 완전히 떠났다.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현재 많은 교역을 하고 있다. 2014년 9월 말 기준으로 4천여 개의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투자 금액 면에서는 일본에 이은 두 번째다. 투자 대상국으로 볼 때 베트남의 가장 큰 장점은 9천만 명이 넘는 인구다. 노동력이 풍부해 인건비가 낮다는 것. 그 뿐 아니라 문맹률도 낮다. 그동안 투자했던 대외 교역은 2013년 이후부터 흑자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한 나라를 알고자 할 때 반드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베트남에 투자하는 기업의 직원들과 베트남 여행 관광객 그리고 베트남과 사돈을 맺고 있는 분들에게 베트남 인민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다.

디엔비엔푸 전투의 승리와 베트남의 통일은 베트남의 영원한 자존심이다. 베트남과 교역을 잘 하기 위해서, 또는 베트남 사람과 결혼한 가정이 원만히 잘 이뤄지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자존심을 충분히 세워줘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역사적으로 큰 상처를 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광지 아닌 곳으로 출발... 베트남 인민들과 마주하다

왼쪽부터 고병년, 윤일선, 필자, 송필경
 왼쪽부터 고병년, 윤일선, 필자, 송필경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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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아침, 이른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송필경 원장이 먼저 와 있었다. 그는 매년 베트남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창단에 관여했다. 또한 이 자전거 기행의 촉매 역할을 했다.

마찬가지로 대전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고병년, 윤일선 원장과 함께 우리는 디엔비엔푸 전투의 승리를 직접 경험하고 알리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이 자전거로 군수 물자를 지고 산 위로 올라갔듯 베트남 호아빈(Hoa Binh)부터 디엔비엔푸까지 400km를 지난 3월 21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자전거로 다녀왔다.

출국을 위해 베트남 항공 창구로 갔다. 내용물을 묻기에 자전거라 하니 자전거는 특별 운반 비용을 추가로 내야한다고 한다. 5년 전에도 베트남항공으로  갔는데 그때는 추가로 내지 않았기에 자전거에 따른 추가 비용은 생각도 못 했다. 그 비용이 또한 엄청 비싸다. 편도에 150달러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300달러니 우리가 구입한 항공료의 75%에 가까운 매우 비싼 요금이다.

분명 20kg 이하의 짐은 무료고, 포장을 잘했으니 특별히 관리해 줄 필요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규정을 내세우며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여행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근처 은행에서 150달러를 지불했다.

흔히 붙여주던 '특별히 관리한다(special care)'는 빨간 딱지도 붙이지 않고 그대로 보냈다. 차이점이 도대체 무엇인가? 탑승권에 포함돼 무료로 보내는 일반 수하물과, 추가로 운반 비용을 낸 이 자전거. 대한항공으로 제주도에 갔을 때의 기억과 에어캐나다로 쿠바에 갔을 때 자전거 운반 비용 때문에 불괘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예정대로 5시간 만에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5년 전에는 안개 때문에 출발이 4시간이나 늦어져 아직 이륙도 하지 않은 비행기 안에서 점심을 먹었던 생각났다. 공항청사도 5년 전과 달랐다. 그 사이 새로 지어 청사는 넓어지고 환해졌다. 베트남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듯 보였다.

'특별 운송 비용을 지불한 자전거가 대우를 받고 먼저 나와 있으려나'했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졌다. 수하물이 거의 없어지도록 나오지 않아 물어보니 다른 곳을 알려준다. 돈은 돈대로 내고, 더 오래 기다려 자전거를 찾았다.

마중 나온 승합차에 자전거를 모두 실으니 공간이 그래도 많이 남아 있다. 자전거를 짐으로 가져가려니 부피가 커 이동에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공항과 하노이까지 왕복, 하노이에서 호아빈 그리고 하노이 시내 관광에 370달러를 주고 기사가 모는 차를 빌렸다. 하노이에 들려 환전하고 호아빈으로 갔다. 고속도로와 같은 도로를 따라 막힘 없이 1시간 40분 걸려 도착했다.

변변한 식당을 찾기 어려워 길가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가 들리는 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하노이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가 이용한 대부분의 식당은 다 허름했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허름하다고 생각한 이 식당들이 베트남에선 인민들이 애용하는 보통의 식당이다. 고기 올린 쌀국수와 풀풀 날아가는 쌀밥은 어느 식당이든 항상 있다. 이 두 음식을 매일 먹어야 했다.


태그:#호아빈, #자전거여행,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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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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