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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잉에 회거 독일 연방하원 의원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담이 진행됐다.
 2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잉에 회거 독일 연방하원 의원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담이 진행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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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잉에 회거 독일 연방하원 의원(3선, 독일 좌파당)과 김광진 의원(초선, 새정치민주연합)이 만났다. 60대의 독일 여성 정치인과 19대 국회의원 중 가장 젊은 김 의원과의 만남은 세계민주국제포럼 조직위원회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독일노총(DGB)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지난 2005년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된 이래 내리 3선을 한 잉에 의원은 외무위원회 소속 '군축, 군비통제 및 비확산 분과위원회' 위원과 국방위원회 부위원을 맡고 있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에 진출한 김 의원은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잉에 의원이 속해 있는 좌파당은 지난 2007년 민주사회당과 선거대안연합이 통합하여 창당한 정당이다. 독일 의회에서 진보적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튀링겐주(州)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 총리를 배출하기도 했다.

두 의원 사이의 대화는 독일과 한국의 군 인권문제에서 시작해 양심적 병역거부, 분단경험과 인권문제까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날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같이 작은 나라에 65만명 군 규모 놀라워"

잉에 회거 독일 연방하원 의원.
 잉에 회거 독일 연방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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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 "지난해 한국에서는 군인 인권과 관련한 몇몇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가 군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장치로 군 옴부즈만(감독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독일 의회의 군 옴부즈만 제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잉에 의원 : "말씀하신 대로 독일에는 군 복무 중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문제를 포함한 군인의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군 옴부즈만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군인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명령 계통을 거치지 않고 언제든 군 옴부즈만에게 청원할 수 있다. 의회 내에 설치된 군 옴부즈만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활동하고 있고, 1년에 한 번씩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 의원 :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독일은 군사독재를 겪지 않았고 시민들의 민주적 의식이 높은 것 같다. 또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운용되고 있는데도 국방부로부터 독립된 군 인권감시 기구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잉에 의원 : "독일은 2차대전을 일으켰던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종전 후 군대를 보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1950년대 군대를 다시 건설하면서 징병제를 채택했고 최근에야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 군대에는 반드시 명령과 복종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강조되기 마련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군인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반성이 있었기에 이러한 인권 감시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독일 통일 이후에는 군 옴브즈만의 활동방향이 좀 달라졌다. 통일 전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했다면, 해외파병이 늘어난 최근에는 외국에서 발생하는 사건 처리가 많아졌다. 한국군은 어떤 임무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김 의원 : "한국은 정부 예산 370조 원 중 국방 예산으로 10%를 사용하고 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의무적으로 21개월(육군)에서 24개월(공군)까지 군복무를 해야 한다. 징집된 의무병과 직업 군인을 합쳐서 병력은 65만명 정도 된다. 아시는 것처럼 남북이 대치상태에 있고 법률적으로는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인 휴전 상태다. 또 한반도 특성상 북한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에 둘러 싸여 있다."

잉에 의원 : "독일은 30만명에서 18만명 규모로 군 규모를 감축했다.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가 65만명 규모의 군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김 의원 : "우리도 계획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52만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병력구조상으로는 약 15만명 정도가 직업군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잉에 의원 : "독일도 과거 징병제를 실시했지만 군대를 가지 않을 수 있는 거부권이 있었다. 내가 듣기로는 한국에는 무기를 들고 싶지 않은 젊은이들도 군대를 가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의원 : "그렇다. 이 때문에 이 문제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고, 국회에서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 흔히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불린다. 현재의 법으로는 (징집대상자가) 군대를 가지 않는다면 대신 감옥을 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도 한국에서는 현역 복무뿐 아니라 신체등위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는 것으로 병역을 마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경우나 4주 동안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군사훈련을 거부하면 감옥을 가야하는데, 이 때문에 현재 24개월로 되어있는 사회복무 기간을 좀 더 늘리더라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군대 유지 비용 엄청나... 북한과 협상을 하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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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에 의원 : "통일 전 독일에는 서독 연방군(Bundeswehr)과 동독의 국가인민군(Nationalvolksarmee)이라는 두 종류의 군대가 존재했다. 서독군과 동독군은 각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통일 후 두 군대를 통합한 뒤 그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1990년대에 대대적인 감군이 진행됐다. 하지만 군대는 축소되었지만, 지난 2000년대 이후 해외파병이 늘어나면서(1994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의회의 사전 승인을 거친 독일군의 나토 역외 파병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 기자 주) 국방예산은 대폭 늘어났다. 우리 좌파당은 독일군의 해외파병은 필요치 않다고 보고 파병에 사용되는 돈을 사회복지시스템을 확충하는데 쓰라고 연방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 의원 : "요즘 한국에서의 주요 안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방산비리 문제다.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원가보다 수십 배 부풀려지거나 제대로 된 무기가 도입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런 부분을 바로잡는 것으로도 국방예산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적국을 상정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두고 전쟁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군비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북한의 특수성 중에 하나가 제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나라라는 것이다. 북한의 행태나 군사적인 위협이 많이 부풀려서 있고 실제로는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어찌보면 허상의 위협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훨씬 더 많은 비용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우리는 북한의 연간 국방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지 못하다."

잉에 의원 : "방산비리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독일의 사정도 비슷하다. 2년 전 방산비리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사위원회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당시 독일이 자체적으로 몇몇 무기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는데, 실제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고 개발되었다고 하는 무기들도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개발비용을 요구하는 비리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도 통일 전까지 동독을 상대로 군대를 준비시키고 유지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북한과 협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무모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협상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김 의원 : "한국의 학생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자주 부른다. 헌법에서도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만약 통일이 되면 한국의 경제력으로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잉에 의원 : "서독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서독과 비교할 때 동독의 생산성이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독이 동유럽 진영에서는 산업이 발달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통일이 된 후 서독 경제에 흡수되어 버렸다. 동독 산업을 서독이 흡수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독일의 경제가 부흥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좌파당이 비판하는 지점은 사회복지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축소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험에서 보면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빌리 브란트 수상 집권 이래 동독과의 대화와 협상을 지속적으로 해나갔고, 서독 국민들도 시민운동을 통해서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통일이 가능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잉에 회거, #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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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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