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내세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이 기초의회에서 계속해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27일 고성군의회와 산청군의회가 관련 조례안을 보류하기로 했고, 양산시의회는 이날부터 임시회가 열렸는데 조례안이 발의되지도 않았다.

홍 지사는 학교 급식 식품경비 지원(도시군비 643억)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 사업을 하려면 도비 30%, 시·군비 70%를 부담하게 되고, 경남도와 시·군도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경남도 조례는 지난 3월 19일 제정되었지만, 시·군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교육방송 교재비와 수강료, 온라인 수강권, 보충학습 수강권, 학습교재 등에 지원하는 것을 말하고, 수혜 대상 서민자녀한테는 '여민동락 교육복지카드'가 지급되며, 연간 학생 1인당 40~60만 원 정도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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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27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홍준표 지사 사퇴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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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의회 총무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어 '고성군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쌍자 의원은 "상임위원 전원이 조례안 보류에 동의했다"며 "하여튼 이번 임시회에서는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산청군의회 총무위원회도 '산청군 조례안'을 보류하기로 했다. 산청군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회의에서 조례안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며 "오는 29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마무리하는데 이번에는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성군의회와 산청군의회는 새누리당이 다수다. 산청군의원은 모두 10명인데, 새누리당 8명이고 무소속 2명이다.

양산시의회는 27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었는데, 이 조례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양산시는 "경남도의회 중재안 등 유동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정책에 따라 추이를 봐가며 의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양산시의회 본회의에서는 새누리당 이기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임정섭 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의 부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김해시의회와 통영시의회는 각각 조례안을 보류 결정했고, 진주시의회 상임위원회는 부결 처리했다. 합천군의회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관련 예비비를 통과시키면서 '조례안 제정 뒤 집행'이라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조례안을 보류한 것이다.

창원과 함안은 아직 관련 조례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함양군의회는 오는 5월 1일 해당 상임위를 열어 관련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고, 창녕군의회는 5월 10일 이후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밀양시의회와 사천시의회, 거창군의회도 5월에 임시회를 연다.

학부모들은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거창함양산청 학부모연대는 27일 산청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절차인 보건복지부와의 업무협의도 거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경고를 무시하는가 하면, 도내 각 시군의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제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민동락 카드'를 발급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우향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상황실장은 "홍준표 지사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내세웠지만 새누리당 기초의원들까지 반대하고 있다"며 "경남도는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말고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학교 급식을 하지 않는 학생들의 수도 줄지 않고 있다. 27일 경남도교육청이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이날 42개교 245명 학생이 학교 급식을 하지 않았다.

이날 235명이 도시락, 10명이 가정식을 했다. 거창 북상초교 전교생 32명은 이날도 도시락 지참했고, 사천 삼성초교 학생들은 오는 30일 도시락 지참할 예정이다.

경남지역은 지난해까지 경남도청과 경남도교육청, 시·군청이 예산 분담해 읍면지역 초중고교와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했으며, 경남도청과 시·군청이 올해부터 예산지원을 끊어 모든 학교가 4월 1일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