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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환영 받은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일행들

조선통신사 옛길걷기팀
 조선통신사 옛길걷기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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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 영천에서 제5차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환영연과 전별연이 열렸다. 환영연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영천시 신녕면 일원에서, 전별연은 오후 5시 20분부터 영천시 창구동 조양각(朝陽閣)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영천시가 2l015년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주최도시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 열리게 됐다. 문화의 달 행사는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과 마상재(馬上才) 중심으로 10월 17일에 열리게 되며, 이번 환영연과 전별연은 사전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신녕면 일원에서 펼쳐진 환영연은 크게 세 가지로 이뤄졌다. 먼저 신녕 중학교에서 환영식 및 가마행렬 재연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장수찰방터 앞에 있던 관가샘에서 기념조형물 제막식이 개최됐다. 마지막으로 휘명승마장으로 이동, 마상재 및 전통무예 시연을 보았다. 환영연을 마치고 영천 조양각으로 출발한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은 중간에 화산면 가상리 가상교에서 이름 및 소원 적기 행사를 했다.

기마대 행렬
 기마대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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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래실 마을에 도착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시안미술관Cyan Museum)을 방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화산면 가상리는 화산 1, 2리와 화남면 귀호리와 함께 별별 미술마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별별 미술마을 프로젝트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결합해 지역문화를 창달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후 5시 15분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일행은 조양각에 도착했고, 조선통신사 사절단을 위한 전별연 행사에 참가했다. 행사는 공연과 의식으로 이뤄졌다. 공연은 시조창, 화관무, 민요, 국악 합주 순으로 진행됐다. 이들 공연은 영천문화원, 영천초등학교,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합작으로 이뤄졌다. 공연 후 기념식에서는 영천시와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이 선물과 기념품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념식수를 했다.

신녕중학교에서 이뤄진 환영식

21세기 조선통신사 깃발
 21세기 조선통신사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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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신녕중학교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구 5000명이 겨우 넘는 시골 마을에서 전국적인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2015 문화의 달 기념 제5차 21세기 조선통신사 서울-동경 한․일 우정 걷기 영천시 출발식'이다. 먼저 농악대가 분위기를 돋우고, 기마대가 운동장에서 말과 하나 되기 위해 연습을 한다. 이번 행사의 주빈은 조선통신사 걷기팀 50명이다.

이들 일행은 4월 1일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4월 14일 영천시 신녕면에 도착했고, 15일 아침 환영식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376㎞이고, 앞으로 부산까지 138㎞를 더 가야 한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인 일본 도쿄까지는 1157㎞ 거리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도쿄까지 거리는 거의 3000리가 된다.

조선통신사 삼사
 조선통신사 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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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영천의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출발식에는 조선통신사 사절단 정사, 부사, 종사관으로 분장한 사신 일행이 참여했다. 이들은 붉은색 관복을 입고 검은색 관모를 쓰고 가마를 타고 장수찰방터까지 이동할 것이다. 그런데 가마가 메는 것이 아니고 끄는 것이다. 바퀴를 달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게 돼 있다. 이 가마를 끌기 위해 영천상고 학생들이 참여했다.

환영식은 간단하게 이뤄졌다. 영천시의회 의장과 신녕면장의 환영사가 있고,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의 한·일 대표가 답사를 하는 식이었다. 옛길 걷기의 한국 대표는 선상규 (사)한국체육진흥회장이 맡았고, 일본 대표는 일본 사이타마(琦玉)현에 사는 엔도 야스오(遠藤靖夫)씨가 맡았다. 그리고 신녕에서 이뤄질 행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장수찰방터에 도착한 농악대, 사신단, 걷기팀
 장수찰방터에 도착한 농악대, 사신단, 걷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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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녕중학교를 출발한 일행은 농악대, 사신단, 기마대, 걷기팀의 순서로 걸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기마대다. 농악의 요란한 소리에 말이 조금은 흥분한 듯하다. 또 옛길을 따라가다 보니 말이 날뛸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기마대와 건기팀 사이는 간격을 조금 띠우고 간다. 말 조련사들이 중간에서 굉장히 신경을 쓴다. 조선통신사 일행은 장수역 샘터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장수역 관가샘에서 만난 선인들의 기록

장수역 관가샘
 장수역 관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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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역(長水驛) 관가샘은 장수역에 식수를 공급하던 우물이다. 이 우물이 현재까지 사용되었고, 최근 관가샘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됐다. 장수역은 인근 14역을 다스리던 중심역으로 (도)찰방이 근무했다. 남쪽으로 영천 청통역, 서쪽으로 하양 화양역, 북쪽으로는 의흥 우곡역과 연결된다. 장수역에는 큰말(大馬) 2필, 중말(中馬) 2필, 짐 싣는 말 10필이 있었고, 역리(驛吏) 20인, 남자 종 170명, 여자 종 86명이 근무했다.

관가샘이 있는 매양리에는 종6품 찰방이 지휘하는 장수역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면사무소가 있는 화성리에는 현감이 지휘하는 신녕현청이 있었다. 사람들은 신녕현청을 본관(本館)이라 불렀고, 이곳 장수역을 별관(別館)이라 불렀다. 장수도찰방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도화서 화공(畵工)이었던 이명기(李命基: 華山館, 1756~?)가 있다. 그는 1793년(정조 18) 5월부터 1795년 8월까지 장수찰방을 지냈다.

이명기가 그린 초상화
 이명기가 그린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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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시문집> 제14권 '제(題) - 집에 소장된 화첩(畫帖)에 제함'에 보면 "김홍도(金弘道)는 풍속도를 잘 그리고 또한 화초(花草)·오리·기러기도 잘 그렸으며, 이명기(李命基)는 특히 초상화로 이름이 났다. 정조(正祖) 때에는 어진(御眞)에서부터 대신과 정승들의 영정(影幀)이라든가 혹은 옛 초상화를 다시 모사하는 것까지도 모두 이명기가 담당하였다"라고 돼 있다.

지금 남아 있는 이명기의 그림으로는 정조 어진, 채제공 초상, 서직수 초상, 강세황 초상 등이 있다. 그리고 취생도(吹笙圖), 관폭도(觀瀑圖), 원장배석도(元章拜石圖), 열녀석씨포죽도(烈女石氏抱竹圖) 같은 산수·풍속화도 그렸다. 이처럼 어진과 초상을 잘 그린 덕분에 이명기는 1791년부터 관직을 제수받았고, 1793년 5월에 장수찰방으로 부임할 수 있었다.

정몽주와 시벽(詩壁)
 정몽주와 시벽(詩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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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역을 읊은 가장 오래된 시로는 이곳 영천 출신의 정몽주(鄭夢周) 시가 있다. 그는 기유(己酉: 1369)년 겨울 장수역에 자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흰 구름은 푸른 산에 있는데        白雲在靑山
나그네는 고향을 떠나네.            遊子去鄕國
해 저물어 눈과 서리 찬데           歲暮雪霜重
어찌하여 먼 길을 가는가.           胡爲遠行役
역 정자에서 밤중에 일어나니      驛亭中夜起
닭 우는 소리 크게 들리네.          雞鳴聲喔喔
내일 아침 앞길 떠나면               明發赴前程
유연한 회포 금치 못하리.           悠悠懷抱惡
친구들은 이미 날로 멀어지니      故人日已遠
머리를 돌리면 눈물만 흐르네.     回首淚盈掬

신녕천의 현재 모습
 신녕천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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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종 37년(1711) 조선통신사 부사(副使)로 일본에 다녀온 임수간(任守幹)의 <동사일기(東槎日記)>에 신녕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서헌은 장수역 서쪽 객사(客舍)를 말하고, 정자는 환벽정(環碧亭)을 말한다. 그리고 정사는 조태억(趙泰億)이다.

"5월 28일. 비. 40리를 가 신녕(新寧)에서 잤는데, 서헌(西軒) 뜰 가에 시내가 흐르고 시냇가에는 수죽(脩竹: 잘 자란 대나무)이 무성하고 빽빽하다. 그 중간에 조그마한 정자가 암학(巖壑)에 걸쳐 있어 매우 아늑한 정취가 흘렀다. 정사(正使)와 같이 서헌에 앉아 굽어보기도 하고 쳐다보기도 하면서 담론하고 읊조려 문득 객고를 잊었다."

이번에 장수역 관가샘에서 생긴 일

장수역 관가샘의 어울림
 장수역 관가샘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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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 어린 장수역 관가샘 앞에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 일행이 도착한다. 농악대와 기마단은 앞으로 빠지고, 이곳에는 조선통신사 삼사 사신 일행, 옛길걷기팀 일행이 행사를 준비한다. 행사는 '2015 대한민국 문화의달 기념 영천 비천대마(飛天大馬)' 표지판 제막식이다. 영천시와 관광공사 관계자, 통신사 삼사가 막을 제거하자 말 그대로 비마가 나타난다.

그리고 장수도찰방터를 중심으로 역로를 그린 옛지도가 표현돼 있다. 신녕의 서쪽으로는 팔공산(八公山)이 있고, 동쪽으로는 화산(華山)이 있다. 그리고 동남쪽으로 (신)녕천이 흘러 금호강에 합류한다. 제막식을 마친 일행은 기념촬영을 한다. 관복을 입은 삼사, 통일된 유니폼을 입은 걷기팀원들, 행사를 준비한 양복의 공무원이 시공을 초월해 어울리고 있다.

관복을 입은 조선통신사 삼사
 관복을 입은 조선통신사 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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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장수찰방터 주변 담에는 조선통신사 관련 그림이 그려져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도, 마상재 모습, 정몽주 이야기, 이명기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이번 행사에 관심 있는 주민들도 많이 모였다. 행사를 마친 일행은 이제 선정비군을 향해 출발한다. 그곳에 관찰사, 현감, 찰방의 선정비가 있기 때문이다. 길 주변 밭에는 마늘이 싱싱하게 자란다. 봄꽃이 한창이다.

덧붙이는 글 | 제5차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팀과 이틀을 함께 했다. 하루는 4월 6일 충주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이들을 안내했다. 또 하루는 4월 15일 영천의 신녕에서 영천까지 25km를 함께 걸으며 그들을 취재했다. 그 내용을 4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환영연, #신녕중학교, #장수역 관가샘, #화산관 이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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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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