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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제는 학생에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종단 외압 의혹 속에 표절총장 선출이 눈앞에 닥친 사태의 심각성을 제발 알아 달라."

최장훈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21일 오전 3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건물이 아닌 구조물로는 제일 높은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랐다. 조명탑 높이는 15m쯤 된다.

"일면·보광 스님, 제발 생각 바꾸기를..."

오는 25일 동국대 이사회를 앞두고 표절총장 반대를 촉구하며 높이 15m의 조명탑에 오른 최장훈 대학원총학생회장
 오는 25일 동국대 이사회를 앞두고 표절총장 반대를 촉구하며 높이 15m의 조명탑에 오른 최장훈 대학원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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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25일 이사회를 앞두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표절 총장 선출을 강행하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이다. 교수들은 단식을 시작했다. 학생은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문제인데도 학생들 관심이 적은 것도 한 이유이다. 제발 부탁이다. 내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보고 일면 이사도 총장후보 보광 스님도 좀 느껴 달라. 이사들도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최 회장은 "기한을 정해놓고 올라오지 않았다"며 "25일 이사회에서 총장선출이 강행된다면 내가 철탑에서 내려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곳에 올라온 나로 인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회장은 "학생들이 연대해 나를 도울 것이다, 학생들이 여론을 끌어 모아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시너(인화물질)까지 들고 올라왔다, 나를 억지로 끌어내리려 한다면 그 다음 일은 나도 모른다"며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 3시에 학교 조명탑에 올라왔다, 다행히 날씨가 좋다, 종단의 만행이 극을 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워 올라왔다"는 글을 올렸다.

최 회장은 이어 "학내 구성원들의 학교는 대체 언제 될 런지, 부패와 무능 정권의 참상이 연일 보도돼 이 싸움이 잘 알려질지 모르겠지만 끈질기게 싸우겠다, 조계종 권승들도 이젠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을 지기 바란다"고 적었다.

"고공농성까지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는 21일 오전 10시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조명탑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선출 원점 재실시를 촉구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는 21일 오전 10시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조명탑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선출 원점 재실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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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나? 무엇을 해야 하나? 이제는 제발 좀 우리 이야기를 들어 달라."

동국대 총학생회와 대학원총학생회는 오전 10시, 고공농성이 진행 중인 조명탑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학생들의 발언과 최장훈 회장의 발언 등 순으로 진행됐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최장훈 선배가 조명탑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조금 전 듣고 달려왔다,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 회장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공부하는 학우들은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불편함과 거부감만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어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표절총장이 선출될 것은 자명하고 모교 동국대가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제는 제발 우리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했다.

재학생 김권중씨는 "학생들은 많은 것을 했다, 이해하려고도 했고 대처해보려고도 했다"며 "이쯤 되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저 사람이 왜 저곳에 올라가야하고 우리는 왜 지켜볼 수밖에 없는지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려오게 할지 그것만 고민하겠다"며, "1990년대 조계종 절 뺏기 싸움이 치환돼 동국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력다툼, 학생들 힘으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조윤기 학생은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우리 학우가 저기 올라갔어야만 했는지 일면·보광 스님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절총장 비리 이사에게 우리가 뭘 배우나"

동국대 학생들은 21일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표절 총장은 안된다. 총장선출을 원점에서 재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21일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표절 총장은 안된다. 총장선출을 원점에서 재실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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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비윤리적인 총장은 안 된다는 주장 하나였다, 그런데도 일면·보광 스님은 뻔뻔하게 있다"고 외쳤다. 이 학생은 "학우들이 바라보고 지나칠 상황이 아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직접 나서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든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갈지를 전제로 배운다, 표절 총장과 비리 이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학생은 마틴 니묄러(1892~1984)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인용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나치가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어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이어 그들이 유대인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이어 그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 줄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최장훈 회장은 "이제 시작이다, 이보다 더한 일도 학생들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기간 공부하는 학우들에게 죄송하다. 학생·교수·직원이 어우러진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다. 마음으로라도 함께 해 달라. 학교를 반드시 지켜내겠다."


태그:#조계종, #동국대, #총장, #표절, #고공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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