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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위험은 존재한다. 무서운 강력범죄부터 작은 생활위험까지 우리는 늘 잠재적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현실은 위험투성인데 아쉽게도 경찰 등 공공 치안은 늘 부족하다. 순찰차가 24시간 돌아다니지만 모든 장소에 항상 존재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빈자리를 채워주는 존재, 나아가 작은 위험을 찾아 큰 위험을 사전에 막아주는 존재. 바로 마을 파수꾼 자율방범대다.

지역을 순찰하는 양산시자율방범연합회 대원들.
 지역을 순찰하는 양산시자율방범연합회 대원들.
ⓒ 장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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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 자율방범연합회는 지난 1994년 1월 창립했다. 올해 만 21년이 된 자율방범연합회는 김상근 회장을 필두로 550명의 회원이 지역 치안에 힘쓰고 있다.

"우리 방범대는 지역 파수꾼으로 치안 수요 부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우리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죠."

김상근 회장 말대로 양산시 자율방범연합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밤마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의 안전한 밤을 책임진다.

2013년부터는 '청사초롱 귀가지킴이' 사업도 시작했다. '청사초롱 귀가지킴이'는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야간에 시민이 귀가지킴이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지역 자율방범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송해주는 제도다.

김 회장은 "홍보가 잘 안 돼 이용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지만 하루 평균 4~5명은 귀가지킴이를 이용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고 든든한 '동행'이다. 실제 '청사초롱 귀가지킴이' 사업은 지난해 경찰청 여성안심 귀가서비스 분야 최우수사례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뿐 아니다. '마을순라대'를 통해 민관 합동 순찰도 돈다. 특히 '마을순라대'는 주민과 경찰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함께하고 있다. 학생들이 어른들과 함께 스스로 우범지역을 순찰하며 청소년 범죄 예방에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을 위한 각종 치안예방 활동은 물론 청소년 선도활동, 학교폭력 예방, 각종 행사 교통정리 등 자율방범대는 마을의 숨은 일꾼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양산시 자율방범연합회는 학교, 가정폭력 예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양산시 자율방범연합회는 학교, 가정폭력 예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장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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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과 긍지 하나로 늦은 밤 부족한 시간 쪼개가며 마을을 순찰하는 500여 명의 방범대원. 이들은 주민 격려에 목말라 있다.

"주민들 격려가 그리워요. 우리 대원들은 주민 칭찬 한마디면 힘든 게 모두 사라진다는데…. '고생하십니다' 한마디면 충분한데 요즘은 그 말 한마디가 인색해요."

김상근 회장은 "예전에는 커피 한 잔 건네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전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참 없다"며 주민 관심이 멀어지는 현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원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예산 지원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특별히 뭔가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대원 화합을 위한 행사 한 번쯤은 하고 싶은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올해는 체육대회 예산마저 삭감돼 대원들 볼 면목이 없다며 미안해했다.

김 회장은 "뭔가를 기대하고 봉사한다면 그건 자격이 없겠지만 봉사자 사기 진작을 위한 체육대회 정도는 나쁠 것 없지 않나"며 "올해 경남지역 24개 연합회 가운데 우리만 예산이 삭감돼 행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체육대회 못한다고, 주민들이 격려해주지 않는다고 마을을 지키는 일을 멈출 순 없는 일. 김 회장은 29만 시민에게 작은 바람을 전하며 인사를 대신했다.

"아직 우리 방범대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모르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그냥 지역의 숨은 파수꾼으로 지역 치안 유지에 에너지원이 되고 싶습니다. 다만 대원들 만나면 따뜻한 격려 한 말씀만 해 주세요. 그러면 우리 대원들은 엄청남 긍지와 뿌듯함으로 더 열심히 마을을 위해 봉사할 겁니다.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양산시, #자율방범, #마을순라, #안심귀가, #청사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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