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이완구 총리가 결국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완구 총리가 거론된 후, 그의 해명은 거짓말로 점철됐다. 새로운 증거가 하나 둘 드러날 때마다 이완구 총리는 피노키오나 양치기 소년이 되어갔다. 결국, 이젠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로 여겨질 만큼 총리는 신뢰를 잃었다. 이런 국민의 정서에 민감한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이완구 총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놓았다. 새누리당에서도 자진사퇴를 촉구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총리 청문회 당시 이완구 총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분들은?

이완구 총리청문회 당시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해가며 총리 불가론을 이야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조건 총리를 옹호하며 청문회 통과를 주도했던 새누리당. 결국, 여·야 합의를 통해 이완구는 총리로 임명됐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부적합 총리를 인준하면서, 이완구 총리를 탄생시키는 도우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일각에서 '부정부패비리완구점'이라고까지 불리는 그를 말이다.

그런데 2개월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총리가 부정부패비리 혐의와 관련해서 사임하게 됐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그를 총리에 앉혔던 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반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곧 있을 재보선에만 집중하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이용할지 혹은 이 사건의 파문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만 골몰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일체의 반성이 없다. 더욱이 적극적으로 이완구 총리론을 주장했던 새누리당은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아무런 반성도 없이 '자진사퇴'하라고 이완구 총리를 압박했다.

몰랐을까? 무조건 찬성했을까? 권력실세의 복심에 따른 것일까?

청문회 당시 이완구 총리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언론뿐 아니라 국민 여론조차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위에서 밝힌 대로 총리가 되기 전부터 아예 '부정부패비리완구점'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부적절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총리 자신도 당당했고, 새누리당의 지지도 강력했고, 대통령의 의지 역시 확고했다. 그리하여 이완구 총리가 탄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임명된 총리가 부패척결을 선포했고, 결국 그 철퇴에 자신이 가장 먼저 얻어맞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 시점에서 다시 묻자. 그렇다면, 이런 부패비리관련자를 임명하는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나, 이런 인물을 무조건 지지하는 새누리당이나, 이런 이를 임명한 대통령은 형식적인 사과발언 하나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국민은 늘 문제가 생기면 대국민담화를 통해서 형식적인 유감표명을 하고 또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지몽매하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완종 리스트의 파문을 잠재울 돌파구를 찾는 정치권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추모행사 과정 중에 18일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무력충돌이 있었다. 그러나 무력충돌의 원인제공은 명백하게 경찰, 공권력에 있다. 오히려 그들이 불법적인 공권력 남용을 일삼았음은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 보수언론과 정부 측에서는 거의 거품을 물다시피 폭력시위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공안정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1980년대로 역사가 되돌려진 듯 한 느낌이다.

사건을 조작할 분이 아니라, 공권력의 폭력성에는 침묵하고 외면하면서 그 부당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모든 행위를 '불법', '폭력', '죄경', '용공'으로 몰아갔던 1980년대였다.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그런 공권력의 치졸한 여론몰이가 또다시 2015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종편을 위시한 권력은, 지난 18일 집회에 발생한 시민들의 당연한 행동을 폭력으로 규정하며 부각시키고 있다.

이 의도는 너무도 분명하다. 나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성완종 리스트는 여·야 할 것 없이 부담스러운 리스트다. 여당은 적극적으로 야당은 못이기는 척, 이 성완종 리스트를 비켜가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눈을 의식해서 못이기는 척 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이번 이완구 총리 사태를 보면서 있으나 마나 총리청문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껏 반성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참으로 코미디 같은 대한민국의 정치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