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을 담그고 발효와 숙성을 한지 40일, 어제 장 가르기를 했습니다.
 장을 담그고 발효와 숙성을 한지 40일, 어제 장 가르기를 했습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1

주거형태가 거반 서구화되고 우리의 식생활도 그 대열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보다 곡류와 콩, 그리고 발효식품이 주였던 우리의 전통적인 식생활이 새롭게 건강식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적의 낟알'이라는 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장되면서 우리의 된장, 간장은 다른 나라에서조차 주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은 한 집안의 건강을 담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집안의 대외적인 자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전통음식의 맛을 내는 근원인 장의 곰삭은 맛을 얻기 위해서는 장독과 장독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주거형태가 바뀌어 장독과 장독대가 사라지고 입맛도 서구화됨에 따라 더불어 팽개쳐진 것이 장을 담그는 일이었습니다.

장독대는 각 가정의 필수적인 설비였지만 주거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장독대는 각 가정의 필수적인 설비였지만 주거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제가 도시를 떠나 정원이 있는 모티프원을 지으면서 더불어 만든 것이 장독대였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정원의 동편에 직접 평평한 돌을 쌓았습니다. 그 장독대에는 고향에서 옮겨온 크고 작은 독들과 아내가 가양주를 담으면서 사용했던 항아리들이 놓였습니다.

비록 된장과 간장을 가게에서 사다먹는 저간의 사정이 변화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머님이 평생 애지중지하셨던 장독들을 대접하고 장독대를 통해 은근과 끈기 그리고 긴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현재 이 장독대는 인근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계신 처형과 그 이웃 분들의 공동 장독대가 되었습니다.  

#2

아파트 발코니에 장독 두어 개를 두고 옹색한 공간에서 장을 담갔던 처형은 이 장독대에서 장을 담고부터는 장맛도 훨씬 좋아졌다면서 행복해합니다. 최근에는 처형의 지인도 처형을 따라 이곳 장독대에서 함께 장 담그기를 시작했습니다.  

처형이 담근 장을 나누어 먹는 아내는 오히려 장을 담그지 않게 되었지만 우리에게도 이 장독대는 쌀과 잡곡, 홍시와 효소를 보관하는 여러 항아리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입니다.

어제(4월 18일) 처형과 처형의 친구 분이 장가르기를 했습니다. 장을 담근 날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장독대가 친지와 이웃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장독대가 친지와 이웃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처형과 친구분은 장을 뜨고 처조카들 그리고 그 아들까지 온 식구들이 막 새순을 낸 느티나무 아래에서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습니다.

장 가르는 날의 가족 소풍
 장 가르는 날의 가족 소풍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이제 장독대에서 장맛이 익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던 것 처럼 이 소임의 9할은 볕과 바람 그리고 시간 몫입니다.  

처형과 그 이웃들은 장을 퍼가 기위해 때때로 들릴 것이고 저와 안부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장독대가 음식의 묵은 맛뿐만 아니라 집안과 이웃의 묵은 정까지 익히는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장독대, #장가르기, #장뜨기, #장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