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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월렛카카오
 뱅크월렛카카오
ⓒ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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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카로 회비 보내줄게."
"그게 뭔데? 그냥 내 계좌번호 불러줄게."

'뱅크월렛카카오(아래 뱅카)'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뱅카는 카카오톡 친구와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전자지갑이다. 다음카카오와 은행, 금융결제원이 손을 잡고 지난해 11월에 선보인 핀테크(IT와 금융의 융합) 1세대로 관심을 모았다.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서 성공하는 듯 했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주변 반응은 썰렁하다. 카카오톡 친구들 태반은 여전히 "뱅카가 뭐냐"는 반응이다. 심지어 금융사를 출입하는 기자나 금융당국 공무원 중에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뱅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상대방도 뱅카를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 기반이 일정 부분 확보돼야 유지되는 시스템이지만 현재로선 가입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간편형'에 90% 이상 몰려... 'NFC형'은 "무용지물"

금융결제원은 현재 뱅카 가입자가 8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가입자수가 50만 명이었고, 카톡 가입자가 3700만 명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게다가 이용자 90% 이상이 송금 서비스만 제공하는 '간편형'에 몰려있다. 오프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형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 때문에 사용자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 출시 6개월 뒤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목표로 삼았던 금융결제원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뱅크머니 가맹점을 계약하러 다니면 업주들이 '시들어가는 뱅카와 왜 계약해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여 곤란할 때가 많다"면서 "언론들이 토종 핀테크라며 뱅카를 붕 띄어 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핀테크가 절실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네이버페이, 삼성페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인터넷 금융,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이미 활발해 사람들이 핀테크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송금 한도 늘려 달라"... 은행 '시큰둥'

뱅카의 부진을 보는 은행권과 다음카카오의 시각은 엇갈린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17일 "금융당국 등 금융권이 송금 한도를 늘려주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외면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뱅카의 송금 한도는 10만 원, 충전 한도는 50만 원으로 묶여 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하루에 10만 원 부조를 하고 나면 뱅카를 더는 쓸 수 없다"며 "뱅크머니 사용 가맹점도 늘어나야 하지만, 충전과 송금 한도를 늘려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털어놓았다.

정작 은행 쪽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핀테크 육성에 열을 올린 탓에 은행들도 어쩔 수 없이 뱅카에 뛰어들었지만, 속으론 약이 오른 상태다. 자신들의 고유 영역인 금융 사업에 IT 기업이 뛰어들어 밥그릇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송금 수수료도 없어 은행에서는 뱅카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IT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어느 은행도 뱅카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질 않는다"며 "예전에는 IT 업체들이 은행권에 와서 참여해 달라고 빌었지만 지금은 거꾸로 '들어오기 싫으면 관둬'라는 식이어서 서로 눈치 싸움하느라 공생이 안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금융결제원과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뱅카 송금 서비스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바코드 결제 서비스로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으로 일회용 바코드를 생성해 뱅카에 있는 돈을 전국 편의점에서 실제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적용 대상은 세븐일레븐, CU,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위드미, 개그스토리마트 등 전국 약 2만7000여 편의점이지만 패스트푸드점 등 소액 결제가 가능한 쪽으로 가맹점을 늘려갈 방침이다.

정작 이용자들이 뱅카 사용을 꺼리는 건 보안 문제 때문이다. 전화와 SNS, 모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한 스미싱 등 금융 사기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핀테크'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뱅크월렛카카오, #다음카카오, #금융결제원,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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