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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4개월분의 갑상생암 호르몬제
▲ 신지로이드 4개월분의 갑상생암 호르몬제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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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6일. 3개월여 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다. 평소 저녁형 인간으로 살고 있는 바람에 내 기상시간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다. 하지만 오늘은 늑장을 부릴 수가 없다. 진료 예약이 15시로 되어 있지만 2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체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이라 주차장 입구에 차도 많이 밀리고 집에서도 약 2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지난번에는 6개월 만에 병원을 갔는데 스케줄 메모를 안 해뒀더니 체혈하는 걸 잊고 진료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갔다가 그때 체혈을 하고 3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가 왔다. 매번 가는 병원이지만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아깝고 지겹다.

병원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라 밥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거꾸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체혈실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한 체혈실에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체혈을 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주사바늘. 이제 적응이 될 때도 되었건만 매번 너무 무섭다.

대한민국 암 발병율 1위답게 갑상샘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를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도 최근 '갑상선두부종양센터'가 신설되었다. 나는 '내분비내과', '외과', '핵의학과'를 거쳐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갑상선두부종양센터에서 갑상샘암 치료의 전부를 관할한다. 그만큼 더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곳이다.

체혈을 하고 진료시간까지 약 2시간을 배회했다. 예약은 분명 오후 3시였는데 4시가 다되어서야 진료실 앞에 내 이름이 떴다. 내 담당 교수님은 올 한 해 동안 미국에 연수를 가셨다. 그래서 다른 교수님이 올해만 대리 진료를 해주시고 계신다. 지난번에 '분화암'을 검사하는 수치가 기준치는 넘지 않지만 목표치보다 다소 높아서 매일 아침에 먹는 갑상선 호르몬제 용량을 높였다. 높인 약으로 수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을 하기위해 3개월 만에 다시 병원에 온 것이다. 수치가 안정적이면 보통 6개월에 한 번씩만 가면 된다.

이번에도 수치가 목표치까지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고무적인건 지난번보다는 낮게 측정이 되었다고 해서 한숨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호르몬제 용량을 '반 알' 올렸다. 그리고 약 4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앞 약국에서 4개월치 약을 지었다. 항상 병원에 왔다가 집에 돌아갈 때는 큰 비닐백으로 한가득 약을 받아서 돌아간다. 가끔 운동 삼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병원에 오가곤 했는데 너무 큰 약봉지를 들고 돌아다니니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여 이제 차를 가지고 간다.

지갑 속에 지폐 대신 약이 들어 있는 까닭

갑상샘암 관련포스팅에 달린 댓글들
▲ 블로그 댓글 갑상샘암 관련포스팅에 달린 댓글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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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난생 처음으로 목에 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렇게 발견된 '갑상샘암'. 그렇게 나는 건강보험공단에 '중증환자'로 등록되었다. 그로 인해 나는 죽는 그날까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약을 먹어야 한다.

멀리 여행이라도 가게 되거나 피치못할 사유로 외박이라도 하게 될 걸 대비해 지갑 속에 지폐 대신 약이 들어 있기도 한다. 체력도 예전만 못해 체중이 평소보다 조금만 더 늘어나면 쉽게 피로해진다. 앞으로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는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 그리고 암 경험자들에게 발병율이 더 높은 2차암까지도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한다.

여러 불편함이 생겼지만 1년 6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갑상샘암이라는 그 병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힘든 만큼의 보상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찾게 해주었고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로 인해 내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도 주었고 나의 진정한 '가족'도 주었다.

내가 그 병을 앓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도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병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 담긴 두려움, 슬픔, 용기와 희망. 그들과 나는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만났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가족들조차도 공감할 수 없는 그 이야기에 울고 웃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여의 시간 동안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과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 '대한민국 평균'이라 생각했던 직장인의 모습에서 내 꿈을 찾아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나의 이야기들을 세상에 꺼내 놓으려고 한다.


태그:#갑상생암, #투병일기, #새로운 세상, #꿈을 찾아 떠나, #긍정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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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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