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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뇌물 리스트'사건으로 정국이 뒤숭숭하다. 부정부패, 특히 공직자 부정부패는 나라 망치는 독약이라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경기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방적 감사'가 해법일 수 있겠다 싶어 감사관실 문을 두드렸다 - 기자 말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강의 모습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강의 모습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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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 감사관을 만난 건 지난 15일이다. 김 감사관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에 개방형 직위로 들어왔다. 현재, 2014년 국가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한 경기교육청의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어깨에는 '꼴찌탈출'이라는 무거운 짐이 얹혀 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예방적 감사'다.

청렴과 관련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연세대학원에서 기독윤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가청렴위원회 비상임위원(차관급), 국제투명성기구 이사로 활동했으며,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역임했다. 부패방지 공로로 지난 2006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고, <반부패 투명사회>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김 감사관은 지난 3월 말부터 각 교육지원청과 공·사립학교를 대상으로 ▲ 운동부 ▲ 방과 후 학교 ▲ 사학 ▲ 기간제 교원 ▲ 계약 등 '5대 부패 취약분야 특정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6월까지 진행한 다음 8월께 종합개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학교 배려차원에서 입학 등으로 바쁜 3월 초·중순은 감사 기간에서 뺐다. 감사방법도 종전과 다르다. 조사보다는 의견수렴이 먼저다.

"감사관실 건배 구호가 '우문현답'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줄임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겠다는 의미이지요. 예방 차원의 감사를 하기 위한 사전 조치입니다. 교육청 직원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계약업체인 전세버스 회사나, 건설회사 이야기도 듣습니다, 노조 이야기도 들었고요."

비리 적발 등을 주 업무로 하는 감사관들이 계약업체 이야기까지 듣는다? 도대체 무엇을.

"이해 당사자 간의 문제 상황과 부정이 발생하는 원인, 위탁계약 방법 등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 다양합니다. 또 사립학교 교원 채용절차 문제점과 개선방안도 있고요. 노동조합과는 감사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노조가 적발 위주 감사를 하면 현장이 피로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저도 동감했습니다. 해서, 노조와 감사방식 전환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노조도 부정부패 추방에 앞장서기로 했고요."

"함께하는 청렴 편지, 공직자들 자정능력 높여 줄 것"

경기도교육청이 전직원에게 보낸 '함께하는 청렴 편지'캡쳐
 경기도교육청이 전직원에게 보낸 '함께하는 청렴 편지'캡쳐
ⓒ 경기도교육청 누리집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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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청렴 편지'도 '예방적 감사'를 위한 핵심 정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매월 1회 감사 결과를 전 직원에게 뉴스레터로 발송하고 교육청 누리집에도 게시해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있다.

이미 두 차례 발송했고 3호를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 '감사 뉴스레터 기획위원회'도 구성했다. 기획위원회에서는 뉴스레터 주요목록을 선정하고 감사정보 공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검토도 하고 있다.

"뉴스레터에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한 설명과 경기도 교육청 직원들의 음주운전 사례, 그로인한 피해 등을 내보냈습니다. 교사 20호봉인 사람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를 당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당할 경우의 금전 손실을 따져보니 인사 조치로 인한 불이익까지 포함 약 2750만 원이 나오는데, 이런 내용까지 뉴스레터에 실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교육청에서 승진 전보 때 화분, 떡 같은 선물을 받는 행위를 금지 시켰다는 내용도 실었고요."

직접 확인해 보니 뉴스레터에는 이 밖에도 20일 간 교육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내용과 청렴실천 성공 사례가 실려 있었다. 부정부패 공익신고를 하면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과 실제 사례도 담겨 있다.

"한 교직원이 통학차량 운전기사였던 자신의 남편을 방과 후 담당으로 관할교육청에 허위로 보고하고 약 18개월 동안 600여만 원의 수당을 부당 수령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이 사례는 실제로 경기도교육청 'Help-Line'을 통하여 신고 되었고, 부당 수령한 금액은 전액 회수 조치하였으며 이 사안을 제보한 사람에게는 지난 2014년 12월에 보상금 지급 심의위원회를 거쳐 300만 원의 공익신고 보상금이 지급되었다." - 뉴스레터 중

앞으로 뉴스레터에 실릴 내용은 부정부패로 인한 징계현황과 감사 주요 지적사항 등 다양하다. 단, 징계자나 규정위반자 이름 등 인적 사항은 싣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김 감사관은 "(감사결과 공개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어, 부정부패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예방적 감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청렴강의'

김거성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
 김거성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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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보실래요?"
"그래도 될까요?"

이렇게 해서 15일 오후 2시, 김 감사관의 '청렴' 강의가 열리는 용인교육지원청을 방문하게 됐다. 기자가 따라간다고 하면 부담스러울까봐 말을 빙빙 돌리자 눈치 빠른 김 감사관이 먼저 함께 가자는 말을 꺼냈다. 강의 주제는 '경기교육, 청렴성과 책임성의 역할모델'이다.

'예방적 감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청렴강의'다. 김 감사관은 지난 3월부터 초·중·고 교장과 행정실장, 교육지원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강의를 하고 있다. 안성·군포의왕·성남·평택·광명·구리남양주·시흥 교육지원청 강의는 이미 마쳤다. 4월에 파주·이천 교육지원청 강의가 6월에 가평·수원·양평 교육지원청 강의가 예정돼 있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평가를 하는데, 평가 대상은 교장이나 행정실장이 아닌 김 감사관이다. 피교육자로부터 강의평가를 받는 것이다. 김 감사관은 그동안 받은 평가표를 보여주며 "교육내용은 같은데 가는 곳마다 평가 결과는 다르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펴보니 실제로 달랐다. 평택·시흥 교육지원청은 '매우 나쁘다'란 평가가 '0%'인 반면 성남은 3.6%로 매우 높았다. 평가 항목 중 '매우 좋다'는 성남이 40.8% 가장 낮았다. 광명이 85%로 가장 후한 점수를 주었다. 

김거성 "일부 때문에 대다수가 함께 매도 안타까워" 거듭 강조

청렴강의 참가자들. 이날 교장 행정실장 등 약 200명이 김거성 감사관 강의를 들었다.
 청렴강의 참가자들. 이날 교장 행정실장 등 약 200명이 김거성 감사관 강의를 들었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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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도 따지고 보면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원인입니다.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을 봐도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있고요."

김 감사관은 이렇게 운을 뗀 뒤 서울교육청에서 벌어졌던 부정부패 사례를 소개했다. 교장이 유럽여행을 가면서 부하직원들에게 여행경비를 요구한 사례와 축하 난 대금지불을 행정실장에게 떠밀은 사례 등이 소개 되자 '아~' 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김 감사관은 특히 공직사회를 망치는 주범이 '인사비리'라고 강조했다.

"인사비리가 가능할까? 했는데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위에 있는 어떤 분이 이 사람 승진 시켜라 하니까 장학사들이 고민 하다가 혁신평가라는 것을 만들어서는, 점찍은 사람은 만점주고 원래 점수가 높은 승진 대상자에게는 빵점을 주고, 그래도 승진 못하게 되니까 빵점준 사람 또 감점해서 마이너스 점수 주고. 이런 일 때문에 승진 못한 사람 기분 어땠을까요?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김 감사관은 교육을 받고 있는 교장 등의 기분을 의식한 듯 "일부가 그런 것이고, 그 일부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공직자까지 함께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런 일로 징계 받은 대부분이 '날 위해 쓴 적이 없다'고 말하고, 실제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징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입니다. OECD 34개국 중 27위로 거의 꼴찌 수준입니다. 일본(76점)과 무려 20점 차이가 나고요. 축구는 자주 이기지만 이것(부패인식지수)는 일본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 또 다시 '아~' 하는 탁식이 곳곳에서 흘러 나왔다. 이 말에 이어 김 감사관은 ▲(청렴과 관련한) 국가 법령정보를 미리 숙지해서 준수하고 ▲모든 구성원이 부패 방지 주체가 돼야 하며 ▲문제 일으키는 사람을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이 통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오늘 강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뒤 강의를 마쳤다. 

차혜숙 용인 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청렴 강의를 할 때)질책하고 몰아세우고 죄인 다루듯 하면 반감이 드는데, (그러지 않고) 예를 갖춰서 협조를 바라는 식으로 강의했기 때문에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 교육생도 "사실 교장들이 싫어하는 교육이지만 있어야 할 교육"이라며 "내용도 좋고, 개념도 정확하게 설명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래도)살짝 기분 나쁘지 않았냐'고 묻자 "언짢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용인지역 초·중·고 교장과 교육지원청 직원 약 200명이 김 감사관 강의를 들었다.


태그:#김거성 감사관,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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