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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은 제각기 실존하는 개인으로서 죽음에 맞선다.
 무용수들은 제각기 실존하는 개인으로서 죽음에 맞선다.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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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이라기보다는 생성에 가깝다. 몸짓이라기보다는 몸의 '사유'에 가깝다. 제의라기보다는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실존에 가깝다. '단(檀)', '묵향', '회오리' 등 한국무용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국립무용단의 이번 무대는 또 다른 시도이자 도전으로 보였다.

무용수들은 제각기 실존하는 개인으로서 죽음에 맞선다.
 무용수들은 제각기 실존하는 개인으로서 죽음에 맞선다.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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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제례악의 8일무(가로 세로 8명씩 총 64명의 무용수가 추는 춤)를 기본으로 불교의 바라춤·나비춤·법고춤, 민속무용의 도살풀이춤, 군왕에게 헌무하는 조선의 궁중무용 춘앵무까지, 각각의 의식무용은 현재적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격렬히 오간다.

군무의 일사불란한 무게감은 숨이 가쁠 만큼 역동적이다.
 군무의 일사불란한 무게감은 숨이 가쁠 만큼 역동적이다.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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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은 제각기 실존하는 개인으로서의 깊이와 충만함으로 삶의 순간순간마다 불쑥 다가와 있는 죽음이라는 가능성에 맞선다. 그 맞섬의 방식은 진지하지만 재기를 잃지 않는 강직한 신명이다. 몸짓은 간결하고도 명징하며 바람을 가를 듯 가볍다. 군무의 일사불란한 무게감은 숨이 가쁠 만큼 역동적이다.

미니멀한 무대의 여백은 철저하게 안배된 조명과 음악으로 몸짓의 흐름을 따라 공간을 메워나간다. 가로 세로로 8개씩 자리한 총 64개의 조명은 무용수들의 빈틈을 대신해 함께 춤추며 호흡한다. 최면을 거는 듯한 박우재의 음악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김새와 음색의 음영을 그려낸다.

가로 세로로 8개씩 자리한 총 64개의 조명은 무용수들의 빈틈을 대신해 함께 춤추며 호흡한다.
 가로 세로로 8개씩 자리한 총 64개의 조명은 무용수들의 빈틈을 대신해 함께 춤추며 호흡한다.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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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무대의 여백은 철저하게 안배된 조명과 음악으로 몸짓의 흐름을 따라 공간을 메워나간다.
 미니멀한 무대의 여백은 철저하게 안배된 조명과 음악으로 몸짓의 흐름을 따라 공간을 메워나간다.
ⓒ 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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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0여분의 공연시간과 완벽하게 반비례하는 무게감 탓에 관람 자체가 쉽진 않았다. '제의'를 겪고 나니, 올 연말 프랑스 진출을 앞두고 있는 '묵향'은 고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는 이의 시도만큼이나 보는 이에게도 '제의'는 낯설고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춤을 위해 쏟아 부은 일련의 '몸성' 덕분에 무모한 도전이란 생각은 이내 기꺼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한국의 춤으로 다져진 무용수들의 색다른 기량을 한껏 엿볼 수 있었다. 평단의 우려 섞인 목소리보단 "'국립'이라는 양날의 칼 덕분에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안호상 국립극장장의 이야기에 귀가 기울여지는 작품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국립무용단 제의, #윤성주, #안호상, #국립극장, #문화공감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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