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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가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연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에서 집전과 강론을 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가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연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에서 집전과 강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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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안명옥 주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참사의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주교는 13일 저녁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미사'에서 집전·강론했다.

안 주교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확연하게 대립한다"며 "한편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 주교는 "어떤 사람들은 이제 잊어야 할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덮어야 할 기억으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했고, 마치 사람들이 참사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게 처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유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고, 유족의 아픔과 상처에 동조하는 사람의 숫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고, 그마저 여의치 않자 유족들을 비난하고 모욕을 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안 주교는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그 참사가 아픈 기억이라도 간직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국민들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깊이 깨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고, 인간 삶의 의미, 그리고 국민으로서 자세와 국가의 역할을 그 근원에서부터 다시 깊이 성찰해야 하는 국면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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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안 주교는 "사건과 역사적인 사건을 구분해야 한다, 사건은 뉴스거리로 자리 매김하고, 사건은 눈물과 절규로 가득 찬 비극의 순간을 늘 반복되어 온 평범한 일상으로 만들어 버린다"며 "그리고는 늘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는 달리 역사적인 사건은 일어난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헤아리고 해석하는 것이다"며 "이 사건이 인간 삶에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성찰하게 한다. 사건이 참혹하고 두려움을 가져다주고 불안과 좌절감을 폭로한다고 하더라고 그것들을 숨기어 은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간직하게 해서 교훈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주교는 "그렇다면 이 순간에 취해야 하는 자세는 분명하다"며 "세월호 참사를 그저 그런 일상적인 사건으로 보내버릴 것이 아니라 의미를 깊이 되새기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사망자'나 '실종자'라는 익명의 추상적인 암호나 기호로 축소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희생자들을 죽음으로부터 결코 숨기지 말고, 은폐시키지 말아야 하며,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안 주교는 "함께 공유해야 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궁극적으로는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공생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주교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발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 주교는 "참사 직후 많은 사람들이 모두의 비극이고 책임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며 "모두 책임이라는 발언은, 한편으로는 따스한 공감의 언어로 들리지만, 죽음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기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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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두의 비극이고 책임이라는 발언은, 정작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모두의 책임이기에 내가 책임질 게 없다는 무죄의 알리바이이기에 경계해야 한다"며 "모두를 공범으로 몰아가는, 그런 의도를 내포하는 매우 정교하고 이중적인 발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안 주교는 유가족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안 주교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가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다"며 "유가족에 대해 일부는 유가족의 자격을 따졌다,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으로 목숨을 걸었던 아버지에 대해 이혼했다느니 하면서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이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슬퍼할 권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안 주교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과 씨름해야 했다"며 "국가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치안을 유지하고 사고의 흔적을 지우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안 주교는 "늘 일상으로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미를 폄하하거나 축소했다"며 "국민들은 어떤 위기의 순간에서도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사고를 수습하는 단단한 조직이라 믿었으나, 실제 국민의 눈에 비친 국가는 허둥대며 헛발질만 하는 무능한 조직이었고, 책임 회피하는 후안무치한 조직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진리라면 하늘도 우리의 국가를 외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안명옥 주교는 "참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업체, 행정, 관행, 제도, 의식에서 국민의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잘 듣는 방향으로 개조되어야 한다"며 "진정으로 아픈 영혼을 쓰다듬고 따스한 온기 넘치는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3일 저녁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안명옥 주교의 집전과 강론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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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안 주교는 "이 순간까지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을 당하고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로 곳곳에서 죽음은 있으나 어디에도 부활은 없다. 희생자들이 죽음을 뛰어 넘어 부활하는 날,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추모 미사를 봉헌할 것을 약속하고,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며 강론을 마쳤다.

이날 성당 벽면에는 "네 아우 아벨은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9.4)와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라고 쓴 펼침막이 걸려 있었고, 미사 참가자들은 가슴에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한편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는 16일 오후 5시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기도회'를 열고,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마산교구청에서 미사를 연다.


태그:#세월호 참사, #안명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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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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