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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풍경. 노란 유채꽃이 반원형의 도락리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난 4월 8일 풍경이다.
 청산도 풍경. 노란 유채꽃이 반원형의 도락리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난 4월 8일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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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이 이제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유채꽃을 생각하면 완도 청산도를 빼놓을 수 없다. 청산도 좋다는 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사철 언제라도 아름다운 섬이 청산도다. 그 중에서도 유채꽃과 어우러지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지난 8일 청산도를 찾았다. 샛노란 유채꽃이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황홀경을 연출했다. 유채밭을 감싸고 있는 돌담길도 다소곳하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와 마늘밭도 정겹다. 산자락에서 계단을 이루고 있는 다랑이 논도 애틋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섬이 청산도다.

청산도에도 봄이 왔네

청산도에선 지금 슬로걷기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축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슬로 걷기 축제는 프로그램의 내용보다는, 자유스럽게 천천히 걸으면서 느림과 쉼을 체험하는 것으로 족한 축제다. 옆 사람과 경쟁할 필요도 없다.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각자의 여건과 체력을 감안, 천천히 걸으면서 청산도의 봄을 만끽하면 된다. 눈길 끄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초분 재현 프로그램이다.

청산도 초분의 첫 단계. 크고 작은 돌을 평평하게 깔아 덕대를 만들었다. 그 옆에 멍석과 이엉이 놓여 있다. 지난 2009년 5월 11일 찍은 것이다.
 청산도 초분의 첫 단계. 크고 작은 돌을 평평하게 깔아 덕대를 만들었다. 그 옆에 멍석과 이엉이 놓여 있다. 지난 2009년 5월 11일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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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초분. 덕대 위에 관을 올리고 멍석으로 감싸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청산도 초분. 덕대 위에 관을 올리고 멍석으로 감싸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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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은 초가로 만든 임시 무덤을 뜻한다. 과거 섬 마을에서 많이 행해졌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습이다. 초분은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짚으로 가묘를 만든 다음, 2〜3년 뒤에 뼈만 골라서 매장하는 풍습이다. 땅 위에 가묘를 쓰는 걸 '초분', 나중에 뼈만 골라서 매장을 하는 걸 '본장'이라 한다.

청산도 사람들은 예부터 이런 초분 장례 풍습을 면면이 이어왔다. 초분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례 풍습이다. 초분과 본장, 두 번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 일도 번거롭다. 하지만 청산도 사람들은 초분을 예의로 여겨왔다. 세속에 찌든 육신을 땅에 바로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육탈을 하고 뼈만 묻는 게 예의라 여겼다.

뭍의 시선으로 보면 비위생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섬 사람들은 그게 더 위생적이라 여겼다.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가족에 대한 배려도 초분에 담겨 있다. 갑작스런 부고를 접하지 못해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섬 사람들은 또 초분을 지극한 효심의 표출 방법으로 여기기도 했다.

청산도 초분. 이엉을 올리고 새끼줄로 묶어 돌맹이를 매달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청산도 초분. 이엉을 올리고 새끼줄로 묶어 돌맹이를 매달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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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초분. 초분 장례가 끝나고 유가족이 초분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완성된 초분. 초분 장례가 끝나고 유가족이 초분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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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마을 장례 초분, 아시나요?

초분은 땅을 파지 않고, 땅 위에 초가 무덤을 만드는 장례다. 초분은 땅바닥에 크고 작은 돌멩이를 깔아서 평평하게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을 '덕대'라 한다. 이 덕대 위에 멍석을 펴고, 멍석 위에 관을 올려놓는다. 다음엔 멍석으로 관을 둘둘 감아서 묶는다. 그리고 멍석 위에 솔가지를 꺾어서 올린다. 솔가지는 병·해충의 침입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올려진 관 위에 짚을 엮어서 만든 이엉으로 초가를 만들어주면 초분이 된다. 빗물 같은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지붕을 올리고, 큰 돌을 매달아 단단히 고정한다. 산짐승의 침탈을 막기 위해 주변에 철조망을 치기도 한다.

초분을 만든 다음 산 자들은 틈날 때마다 찾아가서 돌본다. 초가집의 이엉을 바꿔주듯, 때가 되면 초분의 이엉도 새것으로 덮어준다. 이런 풍습을 청산도 사람들은 효도의 한 방법으로 여겼다. 가까이 모셔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찾아볼 수 있어서다.

초분의 첫 단계인 덕대가 만들어져 있다. 그 옆에 솔가지와 이엉이 놓여 있다. 청산도 주민들이 18일 초분 재현 행사를 앞두고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8일 찍은 것이다.
 초분의 첫 단계인 덕대가 만들어져 있다. 그 옆에 솔가지와 이엉이 놓여 있다. 청산도 주민들이 18일 초분 재현 행사를 앞두고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8일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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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주민들이 초분을 만들어보고 있다. 18일 초분 재현 행사를 앞두고 예행연습이다. 지난 4월 8일의 모습이다.
 청산도 주민들이 초분을 만들어보고 있다. 18일 초분 재현 행사를 앞두고 예행연습이다. 지난 4월 8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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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은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한없이 번거로운 일일 뿐이다. 최근엔 초분 장례가 거의 사라진 이유다. 올 슬로 걷기 축제 기간에 초분을 재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산도 주민이 직접 재현한다. 아무 때나 볼 수 없는 초분 장례 풍습인 만큼 짬을 내서 참관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청산 초분 재현은 슬로 걷기 축제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오는18일 오전 10시 청산도 슬로길의 서편제길 정자 쉼터에서 열린다.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가는 흙길. 돌담 너머로 노란 유채가 활짝 피어 있다. 지난 4월 8일 풍경이다.
 봄의왈츠 세트장으로 가는 흙길. 돌담 너머로 노란 유채가 활짝 피어 있다. 지난 4월 8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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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 재현을 본 다음엔 청산도의 속살을 찾아보면 좋겠다. 많은 여행객이 당리마을에 있는 <봄의 왈츠> 세트장과 도락리 해안가만 보고 오기 일쑤다. 실제 이곳 풍경이 유채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하지만 청산도에는 이곳만 있는 게 아니다. 청산도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코스마다 특징이 있다. 1코스와 2코스는 유채밭과 어우러진 도락리 해안과 봄의왈츠 세트장이 있다. 연애바위가 있는 사랑길이 있다. 5코스에서 만나는 범바위의 전망도 좋다.

6코스에는 양지마을의 구들장논이 있다. 7코스의 상서마을 돌담길도 옛 모습 그대로다. 8코스의 진산 갯돌 해변은 해돋이가 아름답다. 10코스의 지리 청송 해변은 노을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11코스 미로길은 청산도의 옛 생활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청산도 도청항 골목길. 오래 전 유흥가였다. 슬로길 11코스 미로길이다.
 청산도 도청항 골목길. 오래 전 유흥가였다. 슬로길 11코스 미로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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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향토역사문화전시관. 옛 청산면사무소 건물이다. 지금은 여기서 청산주민들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청산도 향토역사문화전시관. 옛 청산면사무소 건물이다. 지금은 여기서 청산주민들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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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길은 청산도 도청항의 안쪽 골목을 가리킨다. 도청항에서 청산중학교에 이르는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미로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여기에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번성했던 청산도의 옛 문화와 역사가 오롯이 남아있다. 청산도에선 고등어와 삼치 파시가 열렸다. 그만큼 어업 활동이 활발했다. 당시 여기에 선박과 어판장에 얼음을 만들어 파는 제빙 공장이 있었다.

선원이 드나들던 요정도 즐비했다. 여관과 다방도 호황을 누렸다. 그 흔적들이 지금도 이 골목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요정이었던 동명관은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됐다. 지금은 향토역사문화전시관으로 변신한 옛 면사무소도 여기에 있다.

청산도 해안에서 만나는 쉼표 조형물. '청산도는 쉼이다'고 씌어 있다.
 청산도 해안에서 만나는 쉼표 조형물. '청산도는 쉼이다'고 씌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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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당리마을에서 화랑포로 가는 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난 4월 8일 모습이다.
 청산도 당리마을에서 화랑포로 가는 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난 4월 8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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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마을에 청산진성도 복원돼 있다. <봄의 왈츠> 세트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청산도는 예부터 우리나라 서남해안 바닷길의 요충지였다. 왜구의 출몰도 그만큼 잦았다. 1681년(숙종 7년)에 수군 만호진이 여기에 설치됐다. 1866년(고종 3년)에는 당리진이 설치됐다.

이 진성이 복원됐다. 복원된 성곽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이 성곽에서 도락리와 당리, 읍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산 앞바다도 내려다보인다. 청산도는 <봄의 왈츠> 세트장과 유채밭 외에도 가볼 데 많은 섬이다.

청산진성에서 내려다 본 도락리 해안 풍경. 성곽에서 도락리와 당리, 읍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난 4월 8일 모습이다.
 청산진성에서 내려다 본 도락리 해안 풍경. 성곽에서 도락리와 당리, 읍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지난 4월 8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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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청산도 찾아가는 길
청산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9㎞ 떨어져 있는 섬이다. 청산도에 가려면 완도항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야 한다. 평일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8번 배가 오간다. 주말과 휴일엔 오전 6시부터 19번 청산도를 오간다. 주말과 휴일엔 30분 간격으로 오가는 셈이다. 완도항에서 50분 걸린다. 승선요금은 1인당 7000원이다.



태그:#초분, #청산도, #초분장례, #슬로길, #미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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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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