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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3일 교육부가 내놓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검토 방안'.
 지난해 9월 23일 교육부가 내놓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검토 방안'.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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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만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부활할 것인가? 교육부가 오는 4월 말에 열 계획인 '2015 교육과정 시안 공개토론회'를 앞두고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 논란이 불붙고 있다.

국어기본법 등 "공문서는 한글"... 그런데 교과서는?

교육부는 오는 15일부터 5월 6일까지 새 교육과정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연 뒤, 올해 9월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처럼 교과서에서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은, 2013년 시행된 국어기본법이나 2014년 공포된 서울시 국어사용조례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규는 공공기관의 한글 사용은 물론 공공기관에서 쓰는 공문서까지 한글로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아래는 해당 법규다.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 2013년 3월 시행, 국어기본법 제14조

"서울시장은 공문서 등을 어문규범에 맞게 쉬운 우리 말투를 사용함으로써 서울특별시민에게 국어 사용의 바른 본보기를 보이며 국어를 지키고 빛내고자 힘써야 한다." - 2014년 7월 공포, 서울시 국어사용조례 제3조

물론 이들 법규는 허용 조건도 명시하고 있다. 공문서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 등에 한해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공문서는 대부분 한글로만 작성되어 왔으며,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에 대해 한글 관련 단체 등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를 넣어서는 안 되는 초등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초등학생 언어발달 형편으로 볼 때, 한자를 병기할 정도의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면서 "집필자에게 한자병기 권한을 넘겨주는 방식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써야 하는 게 교과서 필자의 몫이다"면서 "뜬금없이 48년 만에 한자병기를 해야 말뜻을 알아볼 수 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초등교과서에서 한자병기가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지난 1970년 3월부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오는 2018년부터 적용될 초등교과서부터 한자병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희 정부는 한글 전용, 박근혜 정부는 한자 병용?

이에 대해 지난 10일,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의 발표인 '초중등교과서에 한자병기의 확대 검토' 방안에서 한 발 물러난 발언인 셈이다.(관련기사: 교육부 "초등 교과서 의무적 한자 병기 검토 안 한다")

노미경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올해 2월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 초등교사들의 65.9%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부정 의견을 나타냈고, 지난 3월에는 17개 시·도 교육감도 모두 반대 건의서를 냈다"면서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가뜩이나 어려운 교과서를 한자투성이로 만들려는 정책을 교육부가 강행한다면 교사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는 오는 14일부터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전국 초등교사 대상 의견조사를 벌인 뒤, '한자병기 정책 저지 서명운동'에 뛰어들 예정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초등교과서 한자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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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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