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0일 4·29재보궐 선거의 후보등록이 마감됐다. 대다수 지역이 예비후보구도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서울 관악을 지역은 단일화를 통한 후보자 변동이 있었다.

'관악을'은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의 출마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손꼽힌다.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교체를 내세우는 진보진영의 대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민모임과 노동당이 정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진검승부가 성사됐다. 정의당은 단일화를 거부했지만,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관악을 지역의 선거 판세는 그동안 수차례 요동쳤다. 야권의 '절대강세' 지역인 관악을은 새정치연합 후보의 당선이 가장 유력했다. 이동영 정의당 후보, 나경채 노동당 후보 등 진보정당 후보와 관악을을 지역구로 했던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출마를 했지만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후보가 출마하면서 선거판이 크게 흔들렸다. 정 후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를 앞서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거기다 야권의 분열로 인해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졌다.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두 야권 후보와 각종 여론조사 3자대결에서 35%~40%의 지지율을 꾸준히 기록했다. 오 후보가 40%가량을 득표하고 야권의 두 후보가 표를 적당히 나눠가지게 되면 '어부지리 당선'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 후보의 지지가 더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두 명의 '정 후보' 중 누가 야권의 표를 압도적으로 가져가느냐가 승부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위기감에 갈등 봉합하고 단결 보여주려는 '새정치연합'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권노갑ㆍ임채정ㆍ김옥두 고문,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10일 오후 4.29 재보궐 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새정치연합 지도부ㆍ동교동계, 관악을 총집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권노갑ㆍ임채정ㆍ김옥두 고문,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10일 오후 4.29 재보궐 선거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런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친노-동교동계의 갈등을 봉합하고 관악을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4곳 가운데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곳이 없고, 2016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패를 할 경우 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 새정치연합은 인천 강화을 지역과 경기 성남중원에서 새누리당에 밀리는 것뿐 아니라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도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선두를 내주고 있다.

관악을 지원을 놓고 갈등을 일으켰던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의원, 특히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10일 정태호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모두 참석했다. 여기에 당의 전현직 대표급을 비롯한 현역의원 20여 명이 몰리면서 오랜만에 당이 단결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줬다(관련기사 : "노무현 마지막 유세한 관악, 질 수 없는 곳").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정태호 후보와 경쟁했던 김희철 전 의원만 합류하게 된다면, 야권의 텃밭에서 당조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터진 정권의 비리 의혹 사건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당의 유력인사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쪽지를 남긴 사건은 야권강세 지역인 관악을에서 '정권심판' 여론을 만들기 충분하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는 "광주나 관악을처럼 야권강세지역에서는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위해 우리 당에 힘을 실어달라는 호소가 먹힐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성완종 전 회장 사건, 정동영에게는 불리

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3일 오전 관악구 삼성동시장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4·29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원이 3일 오전 관악구 삼성동시장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반면, 정동영 후보는 불완전한 단일화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애초 정 후보 측은 정의당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와의 4자협의를 통한 단일화로 출마선언 이후 또 한 번 바람을 일으킬 계산이었다. 새정치연합의 우향우 행보를 비판하며 야권교체를 주장한 만큼 이를 대체하겠다는 진보진영의 단합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당과의 후보 단일화에만 성공했다. 정의당 역시 후보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단일화 모양새를 만들었지만, 정의당은 정 후보를 지지 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했다. 

이후에도 정의당이 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은 적다. 정의당 내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정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편했던 관계가 당원의 40% 가량인 국민참여당 출신에게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 후보가 9일 단독으로 후보등록을 한 것이 당내에 큰 반발을 샀다"라며 "우리 당의 후보 사퇴는 단일화를 위한 게 아니며, 정 후보는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완종 회장 사건도 정 후보에게 악재라면 악재다. 정 후보는 지역에서 조직력이 약하고 소속 당 역시 이제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불완전한 조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초대형 이슈가 터져 이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초대형 이슈에는 또 여야 양강구도가 명확해 지는 경향이 있다. 정 후보 측은 "상황이 더 좋아지고 더 나빠진 것은 없다"라며 "야권교체를 바라는 바닥 민심은 여전히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모임과 노동당은 지난 10일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하며 5대 공동정책을 제시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및 노동 주도 경제 회생 ▲보편복지 확대 ▲민생 경제 및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실현 ▲핵발전소의 단계적 철폐 및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주의 되살리는 정치대개혁 등을 내세웠다. 또 정 후보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공동정책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향후 통합을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태그:#정동영, #정태호, #새정치연합, #성완종, #국민모임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