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중에서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인 반승환 씨가 자신의 매화밭에서 자신의 귀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산중에서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인 반승환 씨가 자신의 매화밭에서 자신의 귀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마을을 한참 지나서 산중턱에 있었다. 발아래로 월등면 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바랑산이 마주보이는 매화밭 한가운데 컨테이너 건물에서 그가 생활했다. 안에는 간이침대 하나와 플라스틱 식탁, 그리고 냉장고와 밥통이 있다. 농기계는 천막을 두른 창고에 뒀다.

지난 3월 29일 찾아간 반승환(59) 씨의 농원 풍경이다. 반씨는 전라남도 순천시 월등면 갈평리에서 매실농사를 짓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반씨는 2년 전 이곳으로 농사 지으러 내려온 귀농인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이 딱 맞아요. 처음에는 솔직히 무서웠거든요. 밤에 잠을 자기 겁이 날 정도로요. 그런데 날마다 밭에서 일하면서 구석구석 알다보니, 차츰차츰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괜찮아요."

 귀농인 반승환 씨의 매화밭.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곳이 순천시 월등면 소재지다.
 귀농인 반승환 씨의 매화밭.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곳이 순천시 월등면 소재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매화밭에 선 귀농인 반승환 씨.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에서 매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매화밭에 선 귀농인 반승환 씨.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에서 매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반씨는 여기 매화밭 2만㎡에서 홍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재작년에 귀농을 했으니, 올해 이태를 맞았다. 농사도, 생활도 이곳의 속도에 맞춰서 하고 있다.

"귀농은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마을주민들과 함께 사는 일이잖아요. 제가 마을에 먼저 동화돼야죠.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받아줄 수 있도록요."

지켜보던 마을주민들이 지난 겨울부터 그에게 마음을 열어줬다. 방에 군불 지펴놨으니 자고 가라, 따뜻한 밥 한 그릇 먹고 가라 하면서 챙겼다. 집안일과 농사일에 대해서도 하나씩 참견(?)을 했다. 애정 어린 관심이었다.

"앞으로 집도 지어야죠. 크게 지을 생각 없어요. 10평 정도면 딱 좋을 것 같고요. 비가림 창고 하나 하고. 여기 경관도 고려해서 지으려고요."

 귀농인 반승환 씨의 집. 매화밭 가운데에 있는 컨테이너가 그의 집이다.
 귀농인 반승환 씨의 집. 매화밭 가운데에 있는 컨테이너가 그의 집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매화밭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반승환 씨의 컨테이너 집과 자재창고. 마을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매화밭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반승환 씨의 컨테이너 집과 자재창고. 마을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귀농하기 전 반씨는 서울의 재외동포지원단에서 일을 했다.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기술 습득과 창업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지원도 교류에서부터 장학, 취업, 학교설립까지 폭넓게 진행했다.

서울에 살면서 아파트 뒤편의 텃밭도 15년 동안 가꿨다. 출근하기 전 시간과 쉬는 날을 이용해 일을 하면서 네 식구가 먹을 푸성귀를 다 조달했다. 김장배추도 여기서 얻었다. 텃밭은 그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선 도회지 생활에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생활은 지쳐가고 젊은 날 앓았던 결핵 탓에 호흡기도 힘들어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천안 연암대학교의 귀농학교에 등록을 했다. 2013년 3월이었다.

귀농학교를 졸업하고 7월부터 지리산 피아골을 오가며 농업연수를 받았다. 귀농학교에서 연결해준 농가였다. 그의 멘토는 홍매실을 재배하고 있었다. 청매실만 봤던 그에게 홍매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도도 높아 생과로 그냥 먹어도 괜찮았다.

서울에 있던 부인(강경녀·56)한테 홍매실 한 상자를 보냈다. 부인에게 이런 농사를 짓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었다. 매화와 벚꽃도 구별 못하던 반씨였지만 어느새 홍매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반승환 씨의 부인 강경녀 씨. 매화밭을 배경으로 매실즙을 마시며 활짝 웃고 있다.
 반승환 씨의 부인 강경녀 씨. 매화밭을 배경으로 매실즙을 마시며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반승환 씨의 컨네이너 집 내부. 간이 침대와 냉장고, 플라스틱 탁자가 놓여 있다. 그의 부인 강경녀 씨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승환 씨의 컨네이너 집 내부. 간이 침대와 냉장고, 플라스틱 탁자가 놓여 있다. 그의 부인 강경녀 씨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즈음이었다. 지금의 매화밭이 매물로 나왔다. 그것도 홍매실나무가 대부분이었다. 마을주민들은 기피하는 품목이었지만 그는 더 좋았다. 바로 계약을 하고 농사를 준비했다.

반씨는 밭에 살면서 땅과 나무를 가꿨다. 농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일도 재미있었다. 관련 교육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농장 이름을 '반가운 농부네'로 붙였다.

지난해 처음으로 홍매실 14t을 수확했다. 매실 가격이 좋을 때 따지 않고, 상품이 가장 좋을 때를 기다려서 땄다. 관행대로 따지 않고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반승환 씨 부부가 매실즙과 식초가 익어가고 있는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흡족해하고 있다.
 반승환 씨 부부가 매실즙과 식초가 익어가고 있는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흡족해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반승환 씨의 집앞에 자리잡은 자재창고. 천막 등으로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반승환 씨의 집앞에 자리잡은 자재창고. 천막 등으로 비를 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수확한 매실은 영농조합을 통해 일부 내고 나머지는 직판을 했다. 귀농·귀촌박람회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지인들도 따로 주문을 해왔다. 홍매실에 대한 입소문을 들은 소비자의 주문도 들어왔다. 설탕을 한 숟가락도 넣지 않고 홍매실을 숙성시킨 즙과 식초도 만들고 있다.

"서울의 지인들한테 귀농했다는 얘기를 안 했었죠. 근데 박람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분들이 매실을 사주시더라구요. 따로 주문도 해오시고요. 판매에 큰 도움이 됐어요."

반씨가 도시와의 끈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지금은 자신이 정리한 귀농·귀촌 십계명을 늘 되새기며 매력적인 농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의 십계명은 주거공간을 작게 시작하고, 융자 없는 농사를 짓는 것 등이다.

 귀농인 반승환 씨가 그의 컨테이너 집앞에 서서 매화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귀농인 반승환 씨가 그의 컨테이너 집앞에 서서 매화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