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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선정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기념해 인천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과 함께 지난 10일부터 '책과 출판을 만들다. 그 기획의 다양성'이라는 제목으로 문화기획 아카데미(총7강)를 운영하고 있다.

책과 출판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인간의 지성을 만들고 문화 창조와 계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정보통신 기술이 진보하고 사이버세계가 등장한 현대사회에서도 책과 출판은 여전히 우리 삶에 영향을 준다. 이 아카데미는 관련 분야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책과 출판의 근대적 기원을 찾고 다양한 기획과정과 실례를 찾는 시간이다.

지난 24일, 한국근대문학관 3층 다목적실에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특강 '문화변동과 출판기획-2014년 출판 트렌드'이 진행됐다. 강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독서로 통찰력 키우고, 지식 편집능력 키워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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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사진) 소장은 현대사회를 중산층이 붕괴된 '1대 99'의 심각한 양극화사회라 분석했다. 또한 지금은 인간끼리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기계와 경쟁한다고 했다.

"로봇이 생기면 34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금은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시대다.

2030년이 되면 지식과 정보의 양이 사흘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암기 위주의 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다. 빅데이터 시대엔 정보가 핵심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관건이다. 컴퓨터는 통찰력이 없다. 통찰력은 책을 읽으면 생긴다. 그걸 키우지 못하면 인간은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한 소장은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와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를 인용하며 지식 '습득'이 아닌 '배치'의 중요성도 말했다.

"스마트폰시대에 모든 정보와 지식은 검색하면 다 나온다. 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할 경우 지식을 배치하면 된다. 그것을, 정희진은 매핑(maping)이라 했고, 김정운은 에디톨로지(Editology)라 했다. 지식을 편집하고 배치하는 능력이다. 학교에서 그걸 가르쳐야하는데 암기교육만 시킨다. 지식을 편집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 SNS로 읽고 쓰기를 시작하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최근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저한 '미움 받을 용기'가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의 배경에는 일본의 사토리세대가 있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得道)'라는 뜻의 일본어로, 사토리세대는 득도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출세에도 관심 없는 젊은 세대로 1990년대 전후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 사토리세대의 얘기를 담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 중 연애를 한 번도 못한 사람이 80%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간다. 한국보건연구원 통계에 20대 중 연애를 못해 본 젊은이가 70%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친구들은 '미움 받을 용기'처럼 남한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한 소장은 이들을 득도나 달관의 세대가 아닌, 절망과 체념의 세대라 정정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꿈과 희망이 없는 이들에게도 스마트폰이 있고,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기보다 문자나 카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화를 즐겨하기에, 예전에는 읽거나 쓰지 않았던 이들이 이제는 무언가를 읽고 쓰기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어떤 통계에서 '과거에 1년간 쓸 수 있는 글을 요즘엔 하루에 트위터로 다 쓴다' 는 결과가 나왔다. 젊은 세대가 책을 읽지 않았는데,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쓴다. 또한, 베스트셀러인 신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같은 종류의, 사전지식이 없어도 편하게 읽거나 암기할 필요가 없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상식이 부족한 젊은이에게 적당한 책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래의 책은 미디어다

한 소장은 종이에 잉크로 인쇄된 것만이 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의 한 서점에 간 적이 있는데 책장에 카레가 꽂혀있었다. 책처럼 포장한 카레와 그 옆에 카레 만드는 법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 세트로 있었다. 카레가 책이 될 수도 있다. 팟케스트 내용을 담은 CD가 책이 될 수도, '테드(TED)' 강연이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동영상이 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모바일이 대세다. 전세계가 연결돼있다. 이제는 책에 새로운 기능을 더해야한다. 또한 출판사는 저자와 독자를 연결해야한다. 책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대다. 한 권의 책이 미디어다."

그는 책은 가치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격경쟁만 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가격은 더 낮추고 기능은 더 다양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자기를 발견하는 독서, 함께 읽고 토론하기

한 소장은 끝으로 독서모임이 많아져야한다며 이를 운동으로 확산해야한다고 했다.

"책에 정답이 있지는 않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다를 뿐이다.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들으면서 상상하면 된다. 다음 단계로 함께 쓰기를 권한다. 혼자서라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보는 게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처음엔 기억하고 싶거나 좋은 문장을 옮겨 적다보면 조금씩 생각과 글이 는다.

인간이 생존하는 데 글쓰기는 꼭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늘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얘기할 수 있는 힘이 길러져 강연도 잘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연결해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자신을 발견해 나만의 오솔길을 찾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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