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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재정 상황이 3년 전으로 회귀했다. 민선5기 송영길 전 시장은 2012년 한 해에만 유동성 자금 1조 2500억 원이 부족하다며 이른바 '5·30 재정 위기 대책(아래 5·30대책)'을 발표했는데 현재 시 재정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하다.

'5·30 대책'의 요지는 재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재산(송도 6·8공구와 인천터미널) 매각 금액은 약 1조 6000억 원이었다. 시는 이 중 4126억 원을 시교육청에, 3065억 원을 군·구 조정 교부금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재산 매각 금액은 운수 업계 보조금(1575억 원), 도시철도2호선 건설 사업(1302억 원), 아시안게임 특별회계(749억 원), 인천대 전출금(313억 원), 기타 출연금·위탁사업비(4037억 원)로 지출했다.

시는 이렇게 재산을 매각해 마련한 1조 6000억 원을 2012년 1월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난 민선4기의 분식 결산(약 8500억 원)을 해결하는 데와, 돈이 없어 지급하지 못했던 사업에 사용했다.

그리고 3년이 흘러 시 재정에 유동성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시의 올해 본 예산은 7조 7644억 원(일반 회계 4조 9773억 원, 특별 회계 2조 7871억 원)이다. 이는 2014년 본 예산보다 2865억 원 줄어든 규모다.

시는 이 예산을 편성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아시안게임 개최 이후 재정 위기가 더 심화된 시는 빚 갚는 데만 1년에 5000억 원을 쓴 바 있다. 아시안게임과 민생복지를 빅딜한 예산 편성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올해 대규모 재산 매각 계획이 없고, 재정 위기 단체(채무 비율 40% 초과) 지정 우려로 지방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여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보다 2865억 원을 줄여 편성했음에도 교육청 법정 전출금, 자치구 조정 교부금, 민생 복지사업비 등 약 2500억 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시는 중앙 정부로부터 보통교부금을 확보하면 1차 추가 경정 예산 때 이것들을 우선해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가 올해 편성하지 못한 예산은 약 2500억 원이 아니라 1조 2000억 원 정도로 확인됐다. 특히, 재난 안전과 도시 안전에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도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반영하지 못해 홍수와 태풍, 대형 화재 등 재난 사태 대비가 취약한 상황이다.

1차 추경, '세입 증대냐 세출 삭감이냐' 기로

2015년 회계년도 기준 인천시 미반영 예산.
▲ 인천시재정 2015년 회계년도 기준 인천시 미반영 예산.
ⓒ 시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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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시가 반영하지 못한 필수 경비 부담금은 약 1조 2087억 원이다. 시는 10개 군·구 조정교부금 2890억 원(2014년 1627억 원, 2014년 이전 누적분 1263억 원), 교육청 특별 회계 전출금 1471억 원, 재난관리기금 1366억 원, 재해구호기금 240억 원, 국비 지원 매칭사업비 부담금 539억 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회계이관 토지매각대금 1636억 원,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365억 원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 *표 참고).

시의 이 같은 재정 상황은 또 다시 분식회계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회계연도 기준 시가 군·구에 줘야할 조정 교부금 중 미지급액은 약 1620억 원이었다. 시는 지난 2월 은행에서 일시차입금 1450억 원을 마련해 지급했다. 이를 두고 군·구는 '2014년 회계연도 미지급분인지, 아니면 2015년 회계연도 지급분인지'를 물었고, 시는 '2014년도 미지급분'이라고 했다. 이에 군·구는 2014년도 세입 예산으로 잡았다. 그런데 시 예산에는 2015년도 분으로 잡히는 형국이다. 즉, 분식 회계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2015년 회계 연도 기준 군·구 조정 교부금은 약 4300억 원이다. 시는 이 중에서 1450억 원을 2014년도 예산으로 지급했다. 시가 이를 바로잡으려면, 5월에 있을 1차 추경 때 1450억 원을 편성하고, 2월에 지급한 금액을 2014년도 예산으로 정리하면 된다.

이렇듯 추가 세입이 필요하지만, 올해 본 예산 대비 보통 교부금 증액 분은 1400억 원에 불과하다. 이 보통교부금 증액 분을 조정 교부금에만 반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본 예산을 편성하면서 반영하지 못한 2500억 원을 1차 추경 때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1차 추경 때 대규모 재산 매각을 통한 세입 확보 또는 대규모 세출 구조 조정을 하지 못하면 재정 상황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땅 팔아 급한 불 껐지만 1년에 5000억 원 부족

올해 모자라는 자금은 본 예산을 편성할 때의 2500억 원이 아니라, 1조 2000억 원 정도다. 이중에서 올해 반드시 반영해야할 예산은 약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즉, 보통교부금 증액 분 1400억 원 외에 세입 5600억 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세입을 늘리지 않으면 그만큼 세출을 줄여야 한다. 세출 삭감이 어렵다면 당해 연도 예산을 전년도 예산으로 사용하고 이를 다시 익년도 예산으로 미루는 분식 회계를 묵인해야한다.

이렇게 시 재정 상황이 3년 전으로 돌아간 것은 3년에 걸친 재정 개혁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시의 세입과 세출을 보면, 1년에 약 5000억 원이 부족하다. 민선5기 때인 2012년 재산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했지만, 그 뒤 세입과 세출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다시 3년 만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시 재정 상황을 쉽게 설명하면, 2013년과 2014년 세입 예산에 1조원이 부족했고, 2015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2500억 원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게 현재 부족한 1조 2000억 원인 것"이라며 "세입 증대가 요원한 상태에서 세출예산 삭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사업 전반에서 구조 조정과 함께 심각한 사회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을 감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5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감사의 주된 취지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복지예산 감축의 상관 관계'로 알려져 있다. 즉, 복지 사업을 축소할 만큼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진짜 어려운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박준복 소장은 "1차 추경을 앞두고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어쩌면 민생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자체 재정이 실제로 어렵다. 인천시는 2015년도 본예산 편성 때 민생복지예산부터 감축하며 홍역을 치렀다. 추가 삭감은 시민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시 재정 상황을 시민과 공유한 뒤 세입 예산 증대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한다. 세출예산 감축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며 "보통교부금 산정 시 인천시의 기준재정수요액에 빚 갚는 데 사용하는 세출예산은 빠져 있다. 이를 개선해 우선 보통교부금을 지금보다 더 확보해야한다. 아울러 세출 구조조정 시 사회적 합의 기구를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1조 2000억 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꼭 반영해야 하는 예산이 약 5000~6000억 원 규모다. 이게 인천시 재정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난감하고 답답하다"면서 "세입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세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검토 중이다. 검토 결과를 추경 때 반영할 계획이지만, 현 단계에서 뭐라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재정위기, #유정복,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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