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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반 옐라치치 광장의 파라오 황금마스크를 쓴 조각상.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반 옐라치치 광장의 파라오 황금마스크를 쓴 조각상.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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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주석 동전 통이 없다면 완벽한 조각상일 뿐입니다.
 앞에 주석 동전 통이 없다면 완벽한 조각상일 뿐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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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동전을 넣으니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습니다.
 아내가 동전을 넣으니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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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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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년간, 이 분장으로 청소년 때 그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화마가 남긴 흉터를 극복하고 유럽 각국을 누비며 이 공연을 펼치며 생계를 꾸리는 생계형 공연자(?)였습니다.
 그는 20년간, 이 분장으로 청소년 때 그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화마가 남긴 흉터를 극복하고 유럽 각국을 누비며 이 공연을 펼치며 생계를 꾸리는 생계형 공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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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는 그를 파괴할 수 없었습니다. 파라오 미이라 공연자로 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화마는 그를 파괴할 수 없었습니다. 파라오 미이라 공연자로 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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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골목코너의 바이올린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바이올리니스트가 거리의 소음에도 아랑곳 않고 연주에 열심인 모습과 대면합니다.

멋진 타악기 연주에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그가 두드려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이 드럼세트가 아니라 크고 작은 양동이와 통조림통의 재활용품 조합인 것을 알고 연주자의 재능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정교한 분장을 하고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꼼짝 않고 서있는 공연자를 만나게도 됩니다.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불고 있는 노년의 남루한 할아버지 연주자를 만날 때, 항상 궁금했습니다.

"저 멋진 연주 솜씨 정도라면 자신의 공연장을 거리가 아닌 곳으로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그의 어떤 사연이 격조 있는 연주장의 박수소리대신 번잡한 길거리의 동접 한 닢의 삶을 택하게 되었을까?" 

작년 주말 오후, 인사동 길을 지나다가 백인 중년의 놀라운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그의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려 그에게 다가갔다.

"저는 한국에서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위해 유럽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그는 재미와 용돈 벌이를 위해 공연이 없었던 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그곳에서 2시간 거리 연주를 펼치고 있는 오케스트라 현역 단원이었습니다.  

#2 

지난 3월 13일 금요일 오후 5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반 옐라치치 광장중앙, 반 옐라치치 백작의 동상아래에 고대이집트의 파라오 황금마스크를 쓴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미라 상이 청동인 것으로 알았다가 누군가가 동전 한 닢을 동상 앞 주석 통에 넣자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에 마침내 살아있는 사람임을 알고 놀라워합니다. 

나는 그 파라오 미라상에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까치발을 딛고 서서 말을 걸었습니다.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
"좋다."" 

그 동상이 호응을 했습니다. 마침내 30여분간 그 거리 공연자가 공연중인 채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파라오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황금마스크때문에 그가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었으며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그 미라상에 더욱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동전을 넣는 것을 꺼지리 않았습니다.

-이름이 뭔가?
"크리스티안(Kresdean)이다." 

-당신은 퍼포먼스 예술을 펼치고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활예술가(living artist)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생활예술가?
"나는 이것이 생계이다." 

-이곳에 일하는(서 있는) 시간은 하루에 몇 시간쯤인가?
"3시간에서 4시간쯤이다."

-주말에만 공연을 하나?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

-그럼 쉬는 날이 없다는 말인가?
"비가 오는 날이 내 휴일이다." 

-벌이는 괜찮은가?
"나쁘지 않다." 

-이 광장에서만 공연하나?
"아니다. 나는 여행을 즐기고 유럽 전역에서 공연을 펼친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곳 사람이다." 

-자그레브에서 태어났나?
"그렇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이가 몇이나 되나?
"40세다."

-남자 목소리다?
"맞다. 나는 남자다." 

-몇 년간이나 이 공연을 해왔나?
"20년간!" 

-그렇다면 20살에 이 공연을 시작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어떤 이유로 이 공연을 하게 되었나?
"청소년 시절에 화재를 당했다. 그 때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흉터로 살아갈 길을 찾아야했다."

-그럼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생존을 위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또한 이 파라오의 미라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각품중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나."

-황금마스크와 단순한 망토가 당신의 흉터를 완벽하게 가려주기도하고...
"그렇다." 

-결혼은 했나?
"싱글이다."

-가족들은?
"부모와 여동생이 이 도시에 살고 있다." 

-여행도 좋아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몸만 가면 벌이가 가능하니 당신의 정년 없는 직장이다.
"그렇다."

-유럽을 통틀어 어느 도시 사람들이 가장 활수한 편이던가?
"대부분의 도시가 비슷하다. 구태여 꼽으라면 독일 뮌헨이라고 할까..." 

-이런 거리 공연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청의 허가가 필요한가?
"그것은 도시마다 다르다. 어떤 곳을 허가가 필요 없는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시청을 방문해서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그레브의 경우는 어떤가?
"이곳도 단지 시청에 한번 방문해서 서류만 내면 된다." 

-3_4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어야하는 이 일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없다." 

-그렇지만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아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이미 20년간이나 한 가지 일을 했다. 모든 것을 극복했다."

-용변은 해결해야 되지 않나?
"내 뒤의 건물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일은 많지 않다. 고작 4시간 미만인데..."  

-나의 아내는 당신이 인사를 위해 허리를 굽히기 전까지 청동상이라고 믿었다. 완벽한 분장과 공연이다.
"고맙다." 

-나는 당신이 화상 환자였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불행을 스스로 극복한 당신의 노력을 더 높이 사고 싶다. 당신의 삶은 나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드라마이다. 내게도 큰 용기가 되는...
"다행이다."

-언젠가 한국의 거리에서도 당신의 공연을 보고 싶다.
"그러고 싶다." 

화마는 그를 파괴할 수 없었습니다. 파라오 미이라 공연자로 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자그레브의 반 옐라치치광장에서 또다시 확신하게 됩니다. 여행은 성공한 삶을 꿈꾸기보다 행복한 사람을 꿈꾸게 만든다는 것을.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자그레브, #크로아티아, #반옐라치치광장, #황금마스크, #거리공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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