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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아간 쇼핑센터

도야마의 쇼핑센터
 도야마의 쇼핑센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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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를 떠나 우리는 다시 도야마로 간다. 도야마에서는 시간 여유가 있어 쇼핑센터에 들렀다. 두 시간 정도 쇼핑도 하고 저녁도 먹었다. 아내와 나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쇼핑을 한다. 나는 여행을 하면 그 지방 지도와 관광안내서를 구입하곤 한다. 도야마와 기후 지방은 관광지도와 안내 팸플릿이 얼마나 잘 구비되어 있는지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지도와 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 대신 나는 여행사에 들러 책자와 팸플릿을 통해 일본사람들의 여행상품과 취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인도 역시 여행을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으로 나눈다. 국내 여행은 일본의 관광명소를 탐방하도록 되어 있다. 세계유산 후지산(富士山) 여행도 있고, 가까운 히다(飛驒) 지방 여행도 있다. 해외여행지로는 유럽과 아메리카를 선호한다.

한국을 소개하는 관광안내 책자
 한국을 소개하는 관광안내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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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에서도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세계유산이다.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피사 등 문화유산 답사가 주종을 이룬다.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문화유산를 답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에스파냐의 마드리드로 들어가 톨레도와 바르셀로나를 보고 프랑스로 넘어간다. 프랑스에서는 지중해변의 문화와 예술, 대서양쪽의 고성(古城), 파리와 베르사유 등을 탐방한다.

아메리카 쪽으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미 등이 선호됨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옐로스톤, 그랜드 캐니언 등 세계자연유산이 보여주는 경이로움을 체험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서부의 자연유산과 동부의 문화유산을 보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남미쪽도 선호하는데, 남미 3개국 6대 세계유산을 11일에 볼 수 있다고 선전한다.

마침 우리나라로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보인다. <한국>이라는 28쪽짜리 책자인데, 이것을 통해 일본인의 한국여행 취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여행기간은 3~5일이다. 선호관광지는 서울, 경주, 제주도다. 그리고 수원의 화성, 안동의 하회마을, 단양의 도담삼봉이 프로그램에 있다. 이들을 다 보는 프로그램은 부산으로 들어와 경주, 안동, 단양, 수원을 거쳐 서울을 보고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모두 7개의 세계유산을 볼 수 있다고 선전한다.

재미있는 것은 맛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차, 갈비, 돌솥비빔밥, 돌솥밥, 한정식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시장과 아웃렛(outlet)을 다니며 쇼핑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명동, 인사동,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이 선호되고, 여주와 파주 아웃렛을 방문한다.

그 외에 난타를 감상한다든지, 극장식 식당 공연을 본다든지, 남이섬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옵션인 경우가 많았다. 여행비는 최저 28,900엔으로부터 최고 193,900엔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것은 여행기간, 호텔의 등급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구성에는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의류도 보고, 기념품도 보고, 농산물도 보았다.

일본에서도 중국산이 많이 판매되고...

호쿠리쿠의 농산물 수박
 호쿠리쿠의 농산물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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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를 나와서는 의류전문점으로 간다. 그런데 이곳 도야마가 중규모 정도의 도시여서 그런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준도 높지 않을뿐더러 중국 제품도 보인다. 요즘 일본에서도 중국산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공항 면세점에서도 중국산이 있을 정도다. 세상은 지금 중국 공산품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기념품도 살 것이 없다. 전에는 가전제품, 카메라 등이 좋았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대충 훑어만 본다. 또 여러 번 일본을 드나들면서 니혼슈(日本酒)도 사 보았지만, 사실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나는 도야마를 떠나며 공항에서 '환상의 폭포(幻の瀧)'라는 술을 사고 말았다. 도야마 공항에서만 파는 한정판이라는 말에 혹해서.

이곳에는 또 농산물도 진열되어 있다. 그 중 이 지역에서 생산된 명품 수박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후쿠이현 아와라(芦原)에서 생산된 것이다. 가격도 ㎏당 368엔이니 비싼 편이다. 포장을 해서 배달까지 하면 500엔이란다. 이곳 도야마를 비롯한 호쿠리쿠 3현에서는 농산물, 해산물, 공예품 생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물로는 고시히카리 벼, 해산물로는 게, 새우, 방어가 유명하다. 공산물로는 고시히카리 쌀을 이용해 만든 술, 금박공예와 칠기가 유명하다.  

바다에서 시작 내륙으로 들어간 다음 다시 바다로 나왔다.

해발 2,500m 무로도까지 올라온 버스들
 해발 2,500m 무로도까지 올라온 버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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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호쿠리쿠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했다. 호쿠리쿠하면 일반적으로 후쿠이(福井), 이시카와, 도야마현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후쿠이 대신 이시카와, 도야마, 기후 3현을 주로 다녔다. 니가타현과 나가노현도 거쳐 갔다. 이시카와현에서는 중심도시 가나자와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살펴보았다.

도야마현에서 보낸 시간은 이틀로, 구로베 알펜루트라는 이름의 관광지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모두 산악지역으로 우리 인간들이 자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구로베댐, 산악을 관통하는 터널, 산중턱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로프웨이, 해발 2500m 산 위에 만들어놓은 호텔과 레스토랑 등등. 이들 덕분에 우리는 이틀 만에 알펜루트 주변 명소를 구경할 수 있었다.

갓쇼즈쿠리
 갓쇼즈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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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누가 뭐래도 다테야마다. 구로베댐에서 시작 다테야마를 넘어 다테야마역까지 가는 하루 동안의 대장정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봄에 다시 와 다테야마산의 눈터널(雪の大谷)을 지나고 싶고, 가을에 다시 와 무로도다이라의 단풍을 보고 싶다. 이곳 다테야마 지역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 1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교통이 폐쇄된다.

또 기후현 북서쪽 산골마을 시라카와코 합장촌을 본 것도 대단한 추억이다. 행정구역상 이시카와현, 도야마현과 접한 이곳은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히다산맥에 부딪치면서 겨울에 많은 눈을 뿌린다. 그 때문에 지붕에 눈이 많이 쌓이고, 눈의 하중을 피하기 위해 지붕을 경사지게 만들었다. 지붕이 마치 손바닥을 맞댄 것 같다고 해서 합장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아이노쿠라 합장촌
 아이노쿠라 합장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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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합장촌은 기후현 시라카와코 말고 도야마현 고카야마(五箇山)도 있다. 우리나라 하회와 양동이 역사마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것처럼, 이곳 시라카와코와 고카야마도 역사마을로 세계유산이 되었다. 그런데 그 고카야마를 지나가면서도 가 보지를 못해 안타깝다. 패키지여행에는 정해진 일정이 있어 개인의 희망이 반영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카야마는 다섯 개 골짜기(五箇谷)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처음 고카소(五箇荘)라 불렸다. 그것이 나중에 산(山)자가 붙어 고카야마로 변했고, 1958년에 나온 <고카야마시((五箇山誌)>에 이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고카야마는 워낙 산골지역이어서 농토가 별로 없었다. 그 때문에 양잠과 제지 같은 산업으로 생을 영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카야마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면서 관광으로 먹고 사는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고카야마의 아이노쿠라(相倉)와 스가누마(菅沼) 합장촌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9년 미슈랭 가이드 <재팬>편에 시라카와코와고카야마가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고카야마의 명물로는 짚신장화, 일본종이, 두부, 니혼슈 등이 있다.

도야마의 장대비를 보며 히로시게의 우키요에를 생각하다.

고이즈미의 밤비
 고이즈미의 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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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끝내고 저녁이 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방송을 보니 오키나와 남쪽으로 11호 태풍 하롱(Halong)이 올라온단다. 그런데 태풍의 진로가 시코쿠 지방의 다카마츠를 지나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를 지나 일본열도를 남북으로 관통할 것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나며 비바람의 강도가 점점 더 세진다. 한마디로 한여름의 장대비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나는 온천으로 간다. 이곳 호텔온천은 특이하게도 옆 건물에 있어 잠깐이지만, 비를 맞으며 뛰어가야 한다. 유카타를 입고 뛰는 것이어서 옷이 젖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뛰어가면서 마치 내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의 우키요에(浮世繪) 가나자와 8경 중 '고이즈미의 밤비(小泉夜雨)'에 나오는 인물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고이즈미의 밤비'는 요코하마시 가나자와 지구 8경 중 제1경으로 바닷가 마을, 삼나무 자라는 들길을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한 행인이 걸어간다. 또 에도의 명소 100경 중 '오하시 다리의 장대비' 그림이 생각났다. 이 그림에서는 빗줄기가 더 빽빽하고 세차게 표현되었다. 사실 이곳 호텔온천은 좋은 온천은 아니다. 왜냐하면 원천의 수온이 30℃ 정도 밖에 안 되는 시설온천이기 때문이다.

이제 태풍을 피해 도야마를 떠난다.

동해 바다의 일본쪽 해안
 동해 바다의 일본쪽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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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과 한국 사이에 있는 동해가 명칭으로 인해 갈등이 많다. 또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시마네(島根)현의 조례로 인해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한일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거기다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일은 상대 국가에 대한 호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실 양국이 이렇게 갈등을 겪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임진왜란이고, 그것을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은 일제의 식민 지배였다.

그러한 한일관계가 양국의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조금 풀리는가 했더니, 보수정권에서 다시 경색되고 꼬이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도야마 항구로 가 볼 생각을 했다.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 시간여유가 좀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 가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 쪽을 바라보면서 서로 대화를 시켜볼 생각으로.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더 세차게 오는 것 같았다. 태풍이 열본 열도에 조금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태풍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행이다. 또 태풍이 동해바다를 거쳐 소멸될 거라고 하니 우리나라에는 피해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도야마 항구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편안하게 지난 4일 동안의 여행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여행을 하고 나면 여행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여행기라는 것이 원래 바로바로 써야 하지만, 이번 여행기는 두 번 계절이 바뀐 다음 쓰게 되었다. 그 바람에 생동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더 많은 자료를 참고할 수 있었다.

3,000m급 고산지대에 사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스터:
다테야마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3,000m급 고산지대에 사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스터: 다테야마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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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쓰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 현장 사진, 책과 인터넷을 통한 자료 등이 사용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 자료와 현장 사진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최신의, 가장 정확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과 인터넷 자료를 통해 현장에서 놓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

이번에도 가보지 못한 21세기 미술관 자료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지도 같은 것은 구글 맵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구글 맵스는 시중에서 파는 지도보다 더 세밀해서 지난 행로를 정확히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여행도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다. 디지털 기기를 더 잘 이용하는 사람이 더 좋은 여행기를 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 자신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태그:#호쿠리쿠, #일본인의 여행 취향, #구로베 알펜루트, #고카야마, #도야마의 장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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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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