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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8일 오후 1시쯤 296일만에 철탑을 내려온 최병승씨가 울먹이는 천의봉씨를 부둥켜 안고 있다.
 2013년 8월 8일 오후 1시쯤 296일만에 철탑을 내려온 최병승씨가 울먹이는 천의봉씨를 부둥켜 안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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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 18일 이른 아침, 노동계로부터 급보가 왔다. 전날인 17일 오후 9시부터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비정규직노조 사무장이 울산 북구에 있는 현대차 명촌중문 주차장에 있는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8일 아침, 현장에 도착하니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100여 명과 회사 관리자 수백 명, 경찰 100여 명이 대치하고 구조대와 소방차도 와 있었다.

최병승씨는 송전탑 15m지점에, 천의봉 사무장은 20m 지점에 겨우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나무판자를 깔고 앉아 밧줄로 몸을 묶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대로 전 조합원을 정규직 전환하고 신규채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농성은 추운 겨울을 지나고 최고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은 다음해 여름까지 이어졌다. 2013년 8월 8일 오후 1시 10분쯤 두 사람은 시민사회와 노조가 마련한 크레인을 타고 송전철탑에서 내려왔다. 철탑농성 296일만이었고 그때 수은주는 37.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땅에 내려온 최병승씨는 전국에서 몰려온 수십 개 언론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오셨는데, 그동안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한 줄만 써 주셨더라면, 정몽구 회장이 불법이라고 한 줄만 써 주셨더라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언론은 침묵하냐"라고 말했다.

7년간 소송 끝에 정규직 인정 대법 판결 이끌어 낸 최병승씨

그는 지난 2002년 3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한 뒤 불법파견 해소등을 요구하다가 2005년 2월 징계 해고됐다. 해고 명분은 무단결근, 업무지시 불이행, 불법파업 등이었다.

이후 그는 정규직 인정 소송을 진행했고 다섯 번의 재판 끝에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 인정'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어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 인정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1년 12월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해 법원으로부터 "정규직으로서 밀린 임금 8억 4058만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받았다.

법원 판결을 미루던 현대차는 여론이 뜨겁자 2013년 1월 9일자로 최병승씨를 정규직으로 인사발령했다. 오랜 기간 소송과 파업, 철탑농성을 벌인 끝에 현대차 정규직을 인정받고 밀린 임금 8억 4058만여 원도 받게 된 최병승씨. 그는 어디에 있을까.

정규직 발령 받았지만... 불법파견 처벌 요구하며 전국 순회

'불법파견 사용하는 원청사장 구속 촉구 전국순회투쟁단'이 찾아가는 불법파견 현장 웹자보
 '불법파견 사용하는 원청사장 구속 촉구 전국순회투쟁단'이 찾아가는 불법파견 현장 웹자보
ⓒ 민주노총 울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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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9일 오전, 여러 언론에는 '현대차 정규직 판결 최병승씨 800일째 '출근 거부''라는 제목의 기사가 달리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현대차 관계자는 '인사발령 후 관련 서류 제출 요구에 이어 거듭된 출근 독려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지만 출근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최근에는 전국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는 등 현대차 직원의 신분을 벗어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최병승씨는 그동안 회사측의 정규직 발령에 "비정규직 전원을 법의 취지대로 정규직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정규직 입사를 거부했다. 하지만 현대차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채용으로 맞섰다. 하지만 최병승씨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계, 사회단체와 함께 '불법파견 사용하는 원청사장 구속 촉구 전국순회투쟁단'을 꾸려 전국의 불법파견 현장을 찾아가며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전국순회투쟁단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순회 사실을 알린 후 27일까지 11박 12일 동안 전국을 돌며 기자회견과 비정규직 면담 등을 통해 불편파견 사용자 처벌을 촉구하는 행동을 진행중이다.

특히 최병승씨를 포함한 전국순회투쟁단은 18일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울산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노동자를 상습적으로 고용하는 정몽구와 정의선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사내하청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2012년에도 대법원이 같은 취지 판결을, 2월 26일 다시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려 5년 동안 대법원이 3번이나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동안 검찰은 불법파견 노동자를 고용한 정몽구와 정의선을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만약 검찰이 이들 중 누군가를 파견법 위반으로 구속했다면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다"며 "이 때문에 전국을 순회하며 불법파견 사용 원청사장 구속 촉구 순회투쟁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병씨가 불법파견 처벌을 요구하며 전국을 순회하며 울산에 도착한 다음날, 언론에는 '800일째 출근 거부'가 유독 부각됐다. '800일째 출근 거부'의 배경은 왜 부각되지 않은 것일까?


태그:#최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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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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