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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들이 사모하는 요리남이 돼버린 '차줌마', 차승원과 매번 낚시에 실패해 이름이 부끄러운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전부 열 편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방송분을 통해 예능 대세가 된 손호준. 이 세 사람이 그리는 만재도의 삶이 곧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다. 아직 방송이 종영하지 않았는데도 시즌2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삼시세끼'의 매력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리얼 아닌 리얼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나타난 진짜 리얼

2007년 즈음부터 텔레비전에서는 버라이어티 쇼가 아닌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짜인 대본의 토크쇼와 세트장에서 벗어나 좀 더 '리얼'한 재미를 보여주겠다는 방송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들은 각각 '리얼'함을 강조하기 위해 관찰 예능을 도입하기도 했고, 대본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애드리브 위주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황금기'가 찾아왔다.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각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방송사의 연예 대상을 싹쓸이 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렇게 '리얼 버라이어티'가 큰 풍류가 된 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이 뜨고 졌지만 그 '리얼'의 바람은 아직 몇몇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 쇼'도 완벽하게 '리얼'할 순 없었다. 실제로 '정글의 법칙'은 프로그램의 근간을 흔드는 진위 의혹에 시달린 바 있고, '런닝맨'과 같은 게임 프로는 게임의 승패나 미션의 성공 여부에서 어느 정도 인위의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이런 '리얼' 논란은 프로그램의 포맷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자신이 의식하는 자신만의 '캐릭터' 혹은 '콘셉트'을 지정한 뒤 매회마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줬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리얼의 가면을 쓰고 있는 정교히 조작된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시청 후엔 유쾌한 웃음이 아닌 피로도가 쌓였다.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삼시세끼'가 달랐던 점은 그 출연자들과 프로그램 자체가 가졌던 '순수함'이었다. 차승원,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방송을 의식하지 않는 듯 평소와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촬영해 임했고, 이는 가식과 콘셉트, 포장에 지쳤던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가져왔다.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손호준의 조용한 모습처럼, 다른 출연자들 역시 '방송 분량'을 위해 과장하지 않는 실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였다.

한 예로 '삼시세끼' 촬영 분 내내 유해진은 낚시에 실패했고(피쉬 뱅크를 사용했던 때를 제외), 차승원은 그런 그를 나무라지 않은 채 묵묵히 집에서 밥을 해주었다. 프로그램에 약간의 화제성을 주고자 한다면,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도대체 낚시를 갔다 오기는 하는 거냐'며 핀잔과 짜증을 내면 됐고, 유해진은 '낚시하며 찬바람을 맞아보기는 했냐'며 되받아치고 화내면 됐다. 이 싸움이 다음 촬영 분 예고편에 들어간다면, 다음 주 시청률은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십년지기의 싸움과 그들의 극적인 화해 장면은 전국의 시청자들 앞에서 방영될 것이고, 다음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굴 것이 분명했다.

제작자는 오직 관전자... 삼시세끼의 성공 비결

삼시세끼
 삼시세끼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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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화제보다는 '조용하고 재미없는' 길을 택했다. 십년지기가 그러하듯 차승원은 유해진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그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만들어줬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예능에 출연한 경험이 얼마 없어 '방송 분량'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방송쟁이'인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을 더 자극적이게 만드는 방법을 모를 리는 없다. 조금 화를 내라고 부추기는 것은 제작자로서 무리 없는 주문이지만, 그는 출연진들에게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방송을 자연스럽게 놔두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송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캐릭터는 각각 '엄마'와 '아빠'다. 제작진은 차승원의 이름이 나오는 자막에 조리복을 입히고,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유해진을 불러오라고 시킬 때 '아빠 좀 불러와'라는 자막을 입힌다.

이쯤 되면 방송 내 인터뷰 중에 나영석 PD가 손호준에게 '선배님들이 각각 아빠와 엄마 같지 않냐'며 한 번 불러보라고 넌지시 지시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제작진에게는 분명한 선이 있다. 편집에는 손을 보태지만, 촬영은 건들지 않는다. 모든 '삼시세끼' 촬영분 동안 손호준은 차승원과 유해진을 '선배님'이라고만 부른다. 제작진은 관전자의 입장만 취한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지켜낸다.

'삼시세끼'를 보고 있자면 휴양원에서 편안한 휴가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항상 종료 시간을 1, 2초 남겨 두고 게임에 성공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의 피로와 짜증은 없었다. 재료를 얻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 후 잠을 자고 난 후 같은 패턴을 매 회 반복하는 이 간단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출연진의 순수한 모습을 최대한 배려해 준 제작진의 결정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제작진의 이런 과감한 결단은 가장 '리얼'한 방송을 낳았다고 말하고 싶다.


태그:#대중문화, #삼시 세끼,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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