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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아래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며 이들의 정치실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때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신당 합류를 결정하면서 정당 창당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정의당 등 진보정당 역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논의되고 있는 진보정치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지리멸렬해진 야당의 상황을 비춰 볼 때, 대안정당의 창당 추진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국민모임의 신당추진위원회 구성의 배경에는 바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과 지리멸렬해진 진보정당의 현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연대 대상이 아니라 대체 대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뚜렷한 정체성이 불분명한 '정치자영업자의 결사제'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 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중도로 갔다가 진보개혁으로 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미FTA에 대한 이들의 자기 모순적 태도가 대표적이다.

야당 의원의 상당수는 참여정부 당시에는 'FTA 찬성론'을 고수했으나 정권이 뒤바뀌자 'FTA 폐기'를 주장했다. 더군다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시장주의적 정책 역시 자칭 '진보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추진해 온 것을 계승 발전시켜왔을 뿐이다.

국민모임, 야당 한계 넘어서는 대안정당을 구성에 초점

국민모임의 추진하는 신당 창당은 이 같은 야당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정당을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국민모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찻잔 속의 태풍', '소문만 요란한 잔치'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세력을 표방하는 집단은 수없이 등장했으나 결국 자리잡지 못하고 몰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87년 이후 한국정치에서 양당 체제를 넘는 제3당의 정치실험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노동당과 안철수 신당이었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 당시 '부유세','무상의료'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운동권적 습속을 버리지 못한 구성원들의 내부 갈등, NL(민족해방파) 진영으로 불리는 정파의 시대착오적 북한 인식 등으로 결국 대중들에게 조금씩 외면당했다. 또한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민생정치 보다는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 등에 매달리며 지지도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안철수 신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정치'를 내세웠지만, 모호한 정체성으로 일관해왔으며, 결국 민주당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추진과 관련해 "개업 특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며 "지금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의 반사이익으로 관심을 갖겠지만 지속가능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점에서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치적 기반과 토대 없이 학자들과 시민사회의 역량만으로는 기성 정치권의 한 축이 되긴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행 소선구제도는 제3당이 성장하기 구조적인 한계점이 있다.

또한 이들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치의 복원'과 '정권교체'를 목표로 내 걸었다. 하지만 국민모임이 스스로 '정권교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권교체를 위한 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전자를 목표의 빙점으로 찍었다면 시간이 너무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새정치연합이란 수십년 야당의 아성을 깨고 제1야당으로 부상하는 것은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아직 국민모임 신당이 어떤 결과를 낼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방향 설정과 장기적 관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즉, 늘 그래왔듯이 샴페인만 터트리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간의 정치실험의 오류를 재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국민모임, #진보정당, #정동영, #정의당, #김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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